<고맙습니다>는 신경정신과 전문의이자 교수였던 올리버 색스가 삶의 마지막 2년 동안 쓴 에세이 네 편을 묶은 책이다. 아주 얇아서 가방에 쏙 넣고 다니기 좋은 책이다.
올리버 색스는 <온 더 무브>, <깨어남>,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등 10여 권의 책을 저술했다. <온 더 무브>는 그의 자전 에세이다. <온 더 무브>의 "내가 무엇보다 사랑한 것은 모터사이클이었다."라는 문장과 <On the Move>원서 표지의 모터사이클을 탄 올리버 색스의 모습은 하도 강렬해서 지금도 올리버 색스하면 모터사이클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이 책에서 그는 어릴 때부터 내면 깊이 가져온 죄책감과 성적 취향까지 솔직하게 밝힌다. 몇 년 전 그의 이토록 솔직한 자서전을 읽을 때 내 마음은 불편했다. 기독교 신자인 나는 동성애에 관한 글과 책을 읽기가 솔직히 거북하다. <온 더 무브>를 읽을 때까지만 해도 그랬다.
하지만 이번에 <고맙습니다>를 읽으며 동성애자가 아닌 한 인간으로 그를 마주한다. "소명을 발견했고, 그것을 집요하게, 일편단심으로, 동료들의 격려는 별로 받지 못한 채로 추구했" (p.50) 던 열정적으로 살다 간 한 인간 말이다.
한 인간을 그 사람 자체로 마주하는 일은 멋진 일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그의 외적인 잣대, 즉, 직업, 나이, 그의 성적 취향, 이 모든 것을 초월하는 그의 삶에 대한 열정과 고마움을 이 책에서 읽을 수 있다.
올리버 색스가 묘사한 다음과 같은 문구는 그와 내가 아주 많이 닮아있어 동질감까지 느낀다.
차마 내 입으로 (나를 아는 다른 누구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내가 성격이 온건하다고는 말할 수 없다. 오히려 나는 격정적인 사람이다. 격렬하게 열광하고 어떤 열정에 대해서든 극단적으로 무절제한 사람이다. (p.27)
이 책은 오늘 내게 주어진 소중한 하루와 남은 인생을 어떻게 마주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준다.
남은 몇 달을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문제는 내 선택에 달렸다. 나는 가급적 가장 풍요롭고, 깊이 있고, 생산적인 방식으로 살아야 한다.(p.26)
오늘도 숱한 선택을 하겠지. 우리의 하루 하루는 셀 수 없는 선택의 순간으로 이어져 있다. 선택의 순간에 색스의 이 문장을 떠올리고 싶다. 가급적 가장 풍요롭고, 깊이 있고, 생산적인 방식으로 선택할 것.
내가 이 책에서 가장 사랑하는 글귀는 바로 이 구절이다.
내가 무엇보다 강하게 느끼는 감정은 고마움이다. 나는 사랑했고, 사랑받았다. 남들에게 많은 것을 받았고, 나도 조금쯤은 돌려주었다.(p.29)
불평과 불만이 쌓이고 힘들고 지친 일 투성인 가운데 고마움을 잃지 않으며 살길 소망한다.
원서로 꼭 문장 문장을 마주하고 싶은 책이다. 원서가 포함된 <고맙습니다> 스페셜 에디션을 사러 오늘 동네책방에 달려갈지도 모르겠다. 그칠 줄 모르는 책과 글에 대한 열정으로.
2020.7.5 새벽에
올리버 색스처럼 격렬하게 열광하고 어떤 열정에 대해서든 극단적으로 무절제한 노라,
가급적 가장 풍요롭고, 깊이 있고, 생산적인 방식으로 삶을 살고픈 노라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