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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은 줄리어드 Nov 03. 2022

회복

참 자유함 안에서

시어머니, 엄마, 내 인생의 두 엄마가 내 곁에 함께 오셨다. 그리고 살림을 도맡아 해주고 계신다. 죽은 언니처럼 나도 스스로 목숨을 끊어버릴까봐 나를 먹이러, 살리러 두 분이 오셨다.


새벽에 깨어나 엄마와 같이 온라인 새벽 예배를 드렸다. 그리고 내 딸의 침대에 함께 누워 3시간 정도 함께 대화를 나눴다. 내 평생 엄마와의 대화는 아마 처음이 아니었을까 싶다. 엄마를 미워하고 증오하기만 했었다.


엄마는 나에게 평생 지독한 사람이었다.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국민학교 6년 내내 일기를 쓰게 했던 독한 사람, 2등을 하면 혼내던 사람, 피아노 대회를 준비할 때 손 모양이 안 예쁘다며 손등을 때려가며 피아노 학원에 하루에 두 번씩 보내던 사람, 억척스럽게 살림을 일구던 사람. 나에게 엄마는 당신이 평생 못 이루었던 성취들을 나를 통해 이루며 대리만족하려 했던 사람, 나의 성취들을 통해 인생의 고뇌를 잊던 사람,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생물학적 엄마였다. 어른이 되어 결혼을 하고 가정을 일구고도 엄마의 언어 폭력은 계속되었다. 아이 넷을 낳고는 "한심하다. 한심해. 분교를 차려라."하던 엄마다. 미워하고 증오하고 당신을 외면했다. 나에겐 언니의 죽음도, 오빠의 이혼도, 나의 정신적인 문제들도, 내 딸을 향한 언어 학대, 되물림도 다 엄마 탓이었다.


그런 엄마가 나의 생명을 살렸던 사람이라는 사실을 오늘 대화를 통해 깨닫게 하셨다. 엄마가 아니었다면 생후 3개월, 급성폐렴에 걸려 의사들도 포기했던 그 핏덩어리를 살릴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산소호흡기도 없던 그 시골에서 40 여년 전 12시간 넘게 나에게 숨을 불어넣어준 사람, 내 엄마가 자랑스럽고 감사하다. 1979년 그 해의 세세한 사실, 하나님의 세밀한 역사하심을 44년만에 알았다. 엄마가 있기에 내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데 44년이 걸렸다. 내 인생은 덤이다.


방에서 새어나오는 대화 소리를 듣고 잠이 깬 어머니는 가슴이 두근거리셨다고 했다. 어머니의 평생 기도이자 소망이었다. 당신에게 온 불쌍한 영혼인 내가 친정 엄마와 화해하는 것, 그것을 오랜 기간 바라오셨다. 그것만이 내가 영육 간에  진정으로 회복할 수 있는 길이라고 믿으셨던 분이다.


두 엄마와 함께 예배하고 찬양하고 수통골에 가서 엄마가 좋아하는 돼지갈비를 함께 먹었다. 그리고 우리는 2시간 동안 걸었다. 오손도손 이야기를 나누며. 그리고 인스타 감성의 카페를 찾아 음료도 함께 했다. 이 아름다운 가을날, 주님의 세계, 주님의 솜씨를 두 엄마들과 만끽하여 무한한 행복감을 느꼈다. 이게 인생이지, 그래, 이게 삶이야.


마더와이즈 자유 6기 마지막날을 하루 앞두고 내 안에 진정한 회복이 일어나고 있다. 날마다 기적을 체험하고 있다. 모든 게 은총이다.


My life is like puzzle pieces that are meant to fit together.


'참 아름다워라'


참 아름다워라 주님의 세계는

저 솔로몬의 옷보다 더 고운 백합화

주 찬송하는 듯 저 맑은 새소리

내 아버지의 지으신 그 솜씨 깊도다

그 솜씨 깊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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