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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유럽연구소 Jun 02. 2022

스웨덴 밥 논쟁,
북유럽연구소가 답해드립니다

#스웨덴게이트, 아놔 무슨 마약도 뇌물도 아니고 밥 안준 게 게이트라니

그래서 스웨덴 친구네 놀러 가면 밥을 줍니까, 안 줍니까?


음…줄 수도 있고 안 줄 수도 있습니다.

같은 상황을 경험한 적은 없지만 옛날 한 90년대였나, 스웨덴 영화에서 본 적 있어요. 친구네 가서 노는데 엄마가 밥 먹으라고 부르니 그 집 아이만 “나 다녀올게.” 하며 내려가고 친구는 방 안에서 혼자 기다리며 노는 장면이요. 영화를 보면서도 거 참 이상하네…라고 생각했는데 아마 그런 상황이 일반적이거나 납득할만하니 등장했겠지요.


전 늘 초대를 받아 갔었기 때문에 그런 적은 없었어요. 초대받은 사람은 디저트나 와인/맥주 등을 사가는 것이 국룰입니다.


"저녁에 우리 집 모여서 피자 만들어 먹을래?"
라고 해서 가면 다 먹고 재료값을 인당으로 나눠서 모임을 조직한 집주인에게 줍니다. 바베큐 파티에 초대를 받았다면 자신이 구워먹을 것과 술을 비롯한 음료는 각자 들고 갑니다. 초대한 사람은 바베큐 그릴과 식기, 약간의 음료 정도만 준비해요.


“나 지금 카페 가는데 커피 필요한 사람?”
친구가 이렇게 물으면 사준다는 뜻이 아닙니다. 다녀오는 길에 커피를 사다 준다는 뜻이니 커피값 줘야 하고요. 10대인 아이가 엄마와 같이 할머니 선물을 사고 선물값을 반띵 한다든지, 북유럽 문화 전반에 개인주의가 짙어서 나이나 직급에 상관없이 더치페이가 기본인 것도 사실이에요.


그렇다고 그 문화가 나쁘다고 볼 수 있느냐?

그건 아니죠. 문화는 다름일 뿐이지 우열이 아니니까요. 제가 경험한 스웨덴을 비롯한 북유럽 사람들은 누군가 도와달라고 하기 전에 도와주는 것을 실례로 여깁니다. 상대를 약자로 보지 않고 동등한 존재로 보기 때문에요. 상점이 아니고서는 “도와드릴까요?”라는 말을 듣기 힘든 곳이죠. 물론 도움을 청하면 아주 긴박한 일이 있지 않은 이상 누구나 도와줍니다.


만약 초대받은 아이가 “나도 배가 고픈데 저녁 같이 먹어도 될까?”라고 물었다면 제가 아는 한 100% 그러라고 했을 거예요. 뭐 사람에 따라 “우리 가족이 먹을 양만 준비했으니 대신 샌드위치를 먹어도 괜찮겠니?” 정도의 답을 들을 수는 있겠죠.


네, 북유럽엔 ‘정情’ 없어요.

그리고 오지랖도, 일방적인 베풂이나 과시도 없습니다. 장애인도 아이도 노인도 약자가 아닌 평등한 개인이고, 도움을 받는다고 인간관계에 수평이 무너지는 것도 아닙니다. 도움을 요청하고 도와주고 또 필요한 상황에 도움을 받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거든요. 그래서 도움을 받았다고 해도 호들갑스럽게 고마워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뭔가 우리처럼 지지고 볶고 죽고 못살고 이 원수야 하면서도 사랑하는 그런 관계를 못 봤어요. 평화로운 동반자 정도가 일반적 관계예요.


아마 그래서 스웨덴 친구들이 한국 사람들의 대접 문화를 보면 놀라기도 하고, 고마워하고 따뜻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스웨덴 사람들은 개인 간의 거리를 무척 중요하게 여기는데 인간관계에 있어 누군가 그 균형을 깨고 거리를 좁히고 들어가야 관계가 발전하잖아요. 그래서 일반적인 스웨덴 사람끼리 보다 빨리 친해질 수는 있어요.


서로의 문화는 존중하되 좋은 점은 조금씩 받아들여가면서 세계시민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다음 주에 스웨덴 파티에 가는데 그때 스웨덴 밥 논쟁에 대해 한번 물어봐야겠어요.


혹시 스웨덴에서 밥을 먹을 기회가 있다면 미트볼 말고 얀손스프레스텔세를 드셔 보세요. 엔쵸비를 넣은 감자 그라탕 같은 건데 단출하기 그지없는 스웨덴 음식에 한줄기 빛 같은 요리입니다. 만들기도 쉽고요!ㅎㅎ




"지난밤 스웨덴에 무슨 일이 있었나"

유튜브로도 보실 수 있어요! 구독 좋아요 ;-)

너무하네, 밥 가지고 그러면 섭섭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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