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 미국 vs. 신기한 나라 핀란드 by TJi
제목 배경 사진 출처: https://www.kela.fi/web/en/maternitypackage, 사진은 2018년도 엄마상자 안에 들어 있는 용품들을 보여주고 있다.
‘그것은 알기 싫다’의 275a. 행복의 분석:HDR2016/북극여우 편에서 유급 출산 휴가가 미국은 없다는 부분 (1:18:00-1:18:15)에서 출산 휴가는 주정부마다 다르거나 회사 계약마다 다르거나 없어도 된다는 게 중요하다고 언급되었다. 워낙 다양한 데이터를 다루다 보니 각각의 세부 정보에 실수가 존재할 수도 있다고 넘어가기에는 TJi가 알고 있는 지식이 딴지를 걸어왔다. TJi가 석사 논문으로 다루었던 아기가 태어난 후 첫 1년간 부모를 디지털 기술로 얼마나 도울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 대한 배경지식 조사로 알게 되었던 사실을 나누고자 한다.
일명 선진국이라는 나라 중 출산 휴가의 개념이 젤 없는 나라는 미국이다. 그나마 1993년에 클린턴 대통령이 Family and Medical Leave Act에 사인하면서 아이를 출산하거나 입양했을 때 12주의 무급 가족 휴가를 누릴 수 있게 되었다. 12주의 무급 휴가는 휴가 후 고용인의 직장 복귀가 보장된다는 점이 가장 큰 혜택이다. 미국이 선진국 중 유일하게 법적으로 출산 휴가 기간 동안의 급여를 강제하지 않는 나라이다. (출산 휴가 기간 동안 급여를 강제하지 않는 다른 나라로는 파퓨아 뉴기니가 있다. 미국은 파퓨아 뉴기니와 비슷한 나라인가?) 그나마 FMLA 적용을 받으려면, 현 직장에서 1년 이상 근무했어야 하고, 50명 이상의 직원을 고용하는 회사에서 일하고 있어야 한다. 영세한 사업자들에게는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FMLA는 강제되지 않는다. 만약, 부부가 같은 직장을 다니면 둘이 합쳐 12주의 무급 가족 휴가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FMLA는 연방법이기 때문에 출산 휴가에 대해 조금 더 관대한 주들이 존재한다.[1]
가장 최근 변화는 지난 2월에 발표된 트럼프 정부가 2019년 예산안에 출산과 입양에 대해 6주의 유급 가족 휴가를 포함한 것이다.[2] 그러나 2018년 예산안에도 이미 유급 가족 휴가가 언급되었지만, 통과되지 못했다. 트럼프 정부의 6주의 유급 가족 휴가는 FMLA가 다루는 가족 질병, 사실상의 FMLA의 대부분의 수혜자를 배제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3] FMLA가 출산과 입양뿐 아니라 가족들의 질병에 따른 휴가도 포함하여 가족 휴가라는 포괄적인 용어로 서로 다른 두 가지 사항을 같이 다루면서 더 많은 논쟁이 발생하여 결과적으로 두 가지 모두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출산과 입양, 질병을 포함하는 가족 휴가의 개념을 두 가지로 분리하는 것이 합리적으로 보인다.
트럼프 정부의 예산안에는 유급 가족 휴가에 대한 상세한 계획이 누락되어있어 진정성에 의심이 가기도 하지만 예산안 자체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도 높다. 반대 진영은 트럼프 정부의 유급 가족 휴가가 기존에 존재하고 있는 회사나 일부 주정부가 지원하는 유급 가족 휴가의 혜택을 감소시켜 결과적으로 더 많은 세금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라고 주장한다. 반대 진영은 세금을 줄이고 탄력근무제를 장려하고 사업 관련 규제를 줄여 시장이 자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해결책을 제시했다.[4] 세금을 줄이자는 주장은 저소득 계층에게는 감소된 세금 혜택이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며, 부유층의 또 다른 세금 감면 혜택의 구실만 만들어주자는 이야기로 들린다. 결국,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하는 것은 개인의 문제라는, 다시 말해, 부자들만을 위한 세상을 만들자는 미국의 부유층의 검은 속내를 대놓고 드러내는 주장이 아닐까 한다.
미국에서 복지가 좋은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은 유급 출산 휴가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일부 주 정부들도 유급 출산 휴가를 제공한다. 그렇다면 실질적으로 미국인들의 출산 휴가는 어떻게 구성될까? 일반적으로 short-term disability (STD, 아프거나 다쳐서 일을 못하게 되는 기간 동안 보험으로 임금이 일정 비율 보전되는 경우로 보험에 가입되어있어야 한다. 규모가 있는 회사들과 노동조합, 일부 주정부들이 STD를 제공하거나 개인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병가, 휴가, 무급 가족 휴가 (12주) 등을 결합해서 사용한다.[5] 마치 축복받아야 할 임신과 출산이 미국 사회에서는 질병처럼 취급되는 느낌이다.
과거 야후의 CEO였던 마리사 메이어가 딸 쌍둥이 출산 후 출산 휴가 기간을 다 쓰지 않고 빠른 복귀를 하여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그녀는 나쁜 선례를 남김으로써 다른 여성들에게 보이지 않는 압력을 행사했다고 많은 비판을 받았으나, 그녀의 임신 발표로 주가가 하락했던 사실을 감안하면 무조건 그녀의 행동을 탓하기는 어렵다. 또한 마크 주커버그의 두 번의 두 달간 아빠 휴직도 사회적 변화를 이끈다는 관점에서 언론의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동시에 그가 유독 특이한 사례로 언론의 조명을 받았다는 점에서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퓨리서치 연구결과에 따르면 2016년에 민간 근로자의 14%만이 유급 가족 휴가의 혜택을 누렸다고 한다.[6] 이러한 미국의 정부 차원이 아닌 시장에 맡겨진 출산, 육아 휴직 제도는 상당한 사회적 불균형을 초래하고 있다.
2015년 자선단체 Save the Children의 어머니 지수에 따르면 핀란드가 세계에서 어머니가 되기 좋은 곳으로 노르웨이에 이어 2위로 선정되었다.[7] 핀란드가 어머니 지수의 상위를 계속해서 유지하는데 한몫을 하고 있는 핀란드의 부모 휴가와 수당에 대해 조사해 보았다. 출산 및 육아와 관련된 부모 휴가는 출산 휴가, 아빠 휴가, 부모 휴가, 육아 휴직 등이 있다. 출산 휴가는 출산 예정일에서 근무일로 50일이나 30일 전부터 써야 하며 총 105일 동안 정부가 급여의 일정 비율을 지급한다. 아빠 휴가는 총 54일로 18일까지 엄마와 동시에 쓸 수 있다. 나머지는 출산 휴가와 부모 휴가 기간이 끝난 뒤부터 아이가 만 2세 되기 전까지 사용 가능하다. 부모 휴가는 엄마나 아빠가 쓸 수 있는 휴가로 158일인데, 모유수유가 적극 장려되는 사회 분위기상 대부분 엄마가 모두 소진한다. 부모 휴가를 엄마가 주로 쓰는 추세 때문에 아빠의 육아 참여를 장려하고자 2013년부터 아빠 휴가가 18일에서 54일로 증가되었다.
휴가 기간은 모두 근무일 기준이고 근무일은 일요일과 공휴일을 제외한 날들로 토요일도 포함된다. 핀란드는 주 5일 근무제인데 (일반적으로 토요일은 근무하지 않는다.), 휴가를 따질 때는 특이하게도 토요일을 근무일에 포함시킨다. 출산 휴가, 아빠 휴가 그리고 부모 휴가 기간 동안에 정부가 급여의 일정 비율 (대략 급여의 70%)을 지급한다. 일부 회사들은 일정기간 동안 100% 급여를 지급한다. 이때는 정부의 혜택이 회사에 지급되어 회사가 잔여분의 금액을 채워주는 식으로 운영된다. 미국에서 연방 정부 차원에서의 유급 혜택이 발생하면 기존에 유급 혜택을 주고 있는 회사와 주정부들의 정책에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정말 유치한 변명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드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연방 정부가 해당 금액을 기존의 유급 혜택을 주고 있는 회사와 주정부들에게 지급하면 되는 문제가 아닌가 싶다.
특별한 경우에 대해서도 핀란드 정부는 부모 휴가 혜택을 세부적으로 명시해 놓고 있다. 임산부가 화학물질이나 방사능 또는 전염병 관련 일을 하고 있을 경우 출산 휴가와는 별개로 특별 산전 휴가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쌍둥이나 다둥이를 출산한 경우 부모 휴가 기간이 두 번째 아이부터 한 명당 60일이 추가된다. 특히, 쌍둥이나 다둥이를 임심 한 여성은 출산 휴가 기간보다 일찍 일을 쉬기도 하는데 이 경우에는 병가 처리된다.[8] 첫아이 임신 초기에 심한 입덧 탓에 탈수현상으로 병원에 하루 입원 후 2주간의 병가를 받고 미리 내놓았던 2주간의 휴가가 바로 연결되는 바람에 4주간 쉬게 되었다. 그때 당시 상사는 이왕 쉴 때 푹 쉴 수 있게 되었다며 잘 쉬다 오라는 격려를 해주었다. 물론, 이런 상황을 삐딱하게 보는 핀란드인들도 있을 수 있지만 핀란드가 다른 나라보다 임신과 출산을 관대하게 대하는 성향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핀란드 정부는 아이가 3세가 될 때까지 어머니가 직접 키우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장려하기 때문에 출산 휴가, 아빠 휴가, 부모 휴가를 쓴 뒤에도 아이를 집에서 돌보고 싶다면 부모 중 한 명이 육아 휴직의 혜택을 볼 수 있다. 육아 휴직 수당은 돌봄 수당, 돌봄 보조금, 지방 보조금 등으로 구성된다. 기본적으로 돌봄 수당은 조건 없이 지급되는데 한 아이에 한해 한 달에 €338.34이다. 부모 중 하나가 동시에 여러 아이들을 가정에서 돌보면 수당이 일정 부분 추가 지급된다. 돌봄 보조금은 가족의 소득에 따라 지급되는데 저소득 계층을 위한 배려로 일정 소득 이상의 소득이 발생하는 가족에게는 지급되지 않는다. 지방 보조금은 지방 자치단체에 따라 다르며 지급하지 않는 자치단체도 있다.[8] 개인적으로 과거 헬싱키의 지방보조금을 포함해 한 달에 €500가 조금 넘는 금액을 받았었다. 참고로 모든 수당은 세금이 부과된다. 아이가 만 3세가 될 때까지의 부모 휴가기간 동안은 법적으로 직장 복귀가 보장되어서 회사에서 함부로 직원을 해고할 수 없다.
유명한 핀란드의 엄마 상자는 영아 사망률을 줄이기 위해 도입되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산모 사망률이 낮은 이유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전국적인 임신, 출산, 어린이 의료 시스템인 Neuvola와 모성 병원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네우볼라는 여러 전문가와 협력하여 온 가족의 건강과 웰빙을 향상하기 위해 아이와 부모의 상호작용을 지원하는데, 여러 전문가에는 공공 의료 간호사, 의사, 물리치료사, 심리학자, 언어치료사, 직업치료사, 영양사, 가족 관련 노동자 등이 포함된다.[9] 심지어, 잠드는데 어려움이 오랜 기간 지속되었던 아이의 수면을 관찰하고 부모에게 개선방안을 제시해주는 수면치료 전문가 서비스도 존재한다고 들었다.
임신기간 동안의 네우볼라 서비스는 담당 간호사가 태아와 산모의 건강을 정기적으로 점검해 줄 뿐 아니라, 임신 출산 관련 정보와 혜택에 대해 알려준다. 네우볼라의 정기 검진은 산모의 위험을 미리 감지해 위험요소를 제거하거나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돕는다. 임신기간 동안 보통 2번의 초음파 검사를 모성 병원에서 하게 되는데 (네우볼라 서비스는 보건소에서 제공한다.), 다태아와 같은 위험 산모는 필요시 초음파 검사가 추가되기도 한다.
핀란드의 모든 아기는 각 지역의 공립 모성 병원에서 태어난다. 다시 말해 국가가 모든 국민의 출산을 관리하고 있다. 건강한 출산의 경우 1명의 조산사가 출산 전 과정을 담당하는데 (교대 시간을 넘기면 담당 조산사가 바뀐다고 한다. 산통이 오래되면 처음 조산사를 다시 만나기도 한다.), 조산사가 한 명에게 집중하는 시스템이 위기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가장 특이한 점은 조산사가 출산 과정을 자세히 기록한 보고서를 퇴원 전에 부모들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보고서가 상당히 자세한데, 보고서 작성을 위해서라도 조산사는 담당 산모의 출산 과정을 소홀히 할 수 없어 보인다.
1. https://www.thecut.com/article/maternity-leave-usa.html
2. https://www.whitehouse.gov/wp-content/uploads/2018/02/budget-fy2019.pdf
3. https://www.lexology.com/library/detail.aspx?g=2c51fefc-7ba9-40e0-8a31-7df4ef804a7f
4. https://www.heritage.org/jobs-and-labor/report/paid-family-leave-avoiding-new-national-entitlement
5. https://www.babycenter.com/0_maternity-leave-the-basics_449.bc
7. https://www.savethechildren.org/content/dam/usa/reports/advocacy/sowm/sowm-2015.pdf
9. Hakulinen-Viitanen, Tuovi, Marjaana Pelkonen and Arja Haapakorva. 2005. Äitiys- ja lastenneuvolatyö Suomessa (Maternity and Child Health Care in Finland). Sosiaali- ja terveysministeriön selvityksiä 2005:22. Sosiaali- ja terveysministeri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