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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유럽연구소 Aug 15. 2018

핀란드스러운 행복

경제, 사회, 문화, 자연환경이 행복에 미치는 영향 by TJi

제목 배경 사진은 해변(아라비안란따)의 해질녁 모습이다. 강아지와 함께 휴식을 취하고 계시는 아주머니의 모습이 평화롭다. 잔잔한 호수 사진을 찾았으나, 쉬이 찾아지지 않아서 느낌좋은 우리동네 사진으로 대처했다. 핀란드의 바다는염도가 적어서 (딱 우리네 국간이다.) 바다나 호수나 그 속에 노니는 물고기도 차이가 없거니와 잔잔함도 비슷하니 해변 사진으로 대체해도 부족함이 없지 않을까 위안해본다.



J는 누구인가? 현재 핀란드 공영방송 Yle의 개인화된 뉴스 앱과 뉴스 추천 엔진을 개발하는 팀을 이끄는 프로젝트 팀장이다. 두 개의 석사학위 (영문학, 뉴미디어 디자인)를 가진 디자이너이자 연구자이기도 하다. 한동안 인디밴드의 드러머로도 활동했다. 알또 대학교 미디어랩 석사 학위 연구를 바탕으로 AI 기반으로 사용자에게 뜻밖의 기쁨과 연관성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스마트 앱 서비스 회사를 창업하기도 했다. 회사는 한때 상당한 금액의 투자를 받았다. The New York Times, Techcruch, New Scientist 등과 같은 유력 매체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수십만의 활발한 고정 사용자들의 커뮤니티도 존재했지만 무료 앱 서비스 모델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투자자들에게 추가 투자를 받지 못했다. 2015년 결국 서비스를 종료하며 회사가 해체되었다. 항상 열심히 바쁘게 살아가는 J와 행복을 논했다.



핀란드에서의 스타트업 생활

2010년에서 2015년까지 6년 동안 스타트업을 했는데, 미국 시장을 겨냥하면서 핀란드에 기반을 둔 회사를 꾸려나갔다. 나와 동업자는 미국과 핀란드를 무대로 일을 했고 나머지 팀원들은 핀란드에서 개발을 했다. 미국에 더 뛰어난 엔지니어가 있는 것도 아니었고, 비싼 실리콘밸리의 임금 체계도 부담되었다. 스타트업이 구글과 경쟁할 수 없지 않은가? 그렇다고 돈이 전부는 아니다. 어떤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느냐가 중요해서 꼭 미국일 필요도 핀란드가 아닐 이유도 없었다. 상호 신뢰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곳에 머물러야 했고, 그곳이 여기 핀란드였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었고 적임자를 어떻게 찾느냐와 팀원들이 어디 있기를 바라는 지도 중요했다. 일종의 실용적인 이유였다. 우리 팀의 지식 기반이 핀란드였을 뿐이다. 나와 동업자가 완전히 미국으로 옮기지 않고 여전히 핀란드를 오간 이유는 고객에게 의미 있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모든 팀이 한 곳에서 모여서 협업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어떤 산업에 기반을 둔 창업이냐에 따라서도 다른 접근을 하게 될 것이다. 창업을 해서 일을 제외한 곳에 쓸 시간이 없었다. 사업을 접은 후에도 핀란드를 떠날만한 좋은 기회들이 찾아왔지만, 가족과 시간을 보낼 차례라고 생각했다. 아내뿐만 아니라, 엄마, 아빠, 형제, 자매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삶의 균형을 찾고자 노력했다. 


핀란드가 복지국가라는 조건이 창업에 좋은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핀란드의 사업 관련 시스템은 창업이나 사업하기에 좋은 환경이 아니다. 사람을 찾기도 힘들고 쉽게 해고시킬 수도 없다. 사업하는 사람들은 실패에 대해 매우 실용적인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 누구나 실패를 두려워하지만, 그래도 무언가를 시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핀란드 사회는 실패를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그에 대한 상흔을 기억한다. 창업의 물결이 실패를 받아들이는 문화를 발전시키는 변화를 가져왔지만 여전히 사업을 대하는 사회적 태도에 부족함이 많다. 핀란드에서 IT, 디지털 산업이 발전하고 있지만, 게임을 제외하고는 성공한 예가 없다. 옆 나라인 스웨덴의 Spotify나 Ikea 같은 큰 브랜드가 핀란드에는 없다. 우리는 크게 생각하지 못하는 것 같다. 많은 이들이 성공을 미국에 사업을 파는 것이라 정의하는 듯하다. 사회 자체가 창업에만 투자할 수 없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게다가 핀란드는 고객을 이해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태도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창업 환경에 대해서 논하다 보면 이야기가 끝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이 정도에서 마무리하고 싶다.



일과 삶의 균형


나는 일과 삶의 균형에 대해 생각을 과하게 하지 않는다. 맘이 움직이는 데로 우선순위를 둔다. 때때로 쉬운 결정이 될 수 없지만, 열심히 일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기 때문이다. 나는 의미 있는 사람이 되고 싶고 경계를 넓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내가 하는 일을 즐기지 않으면 성공에 어떻게 가까워질 수 있겠는가? 일에 소비하는 시간보다는 얼마나 집중하고 즐길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자신이 하는 일에 영혼을 담을 수 없다면 공장일과 다를 게 없다. 집중하는 자세는 나를 발전시키고 팀과 조직을 변화시킨다. 특히 창조적인 작업을 하는 사람들은 아이디어를 끄집어내야 해서 자아는 잠시 접어두고 집중해서 그 작업에 빠져있어야 한다. 삶의 균형을 찾기 위해서는 나의 시간과 우리의 시간이 존재해야 한다. 나만의 시간을 누릴 수 있어야 나와 연결될 수 있고 다른 사람과 나를 연결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초보 아빠로서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매우 부족하지만, 나에게 집중해야 주변도 돌아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각자의 상황에 따라 삶의 균형에 대한 정의가 달라지기 때문에 하나의 정답이 있다고 할 수는 없다.

잠시, 쉴 수 있는 여유를 주는 헬싱키의 어느 카페에서



현실과 디지털 세상에서의 행복


나보다 어린 사람들은 삶의 가치를 어디에 두는지 잘 모르겠다. 소셜미디어의 영향을 받아 사회가 정의한 행복의 이미지에 자신을 끼워 맞추려 한다. 실제 삶은 행복과 거리가 있을지라도 디지털 세상의 삶은 행복하게 보이길 원한다. 그러나 현실과 디지털의 정체성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 휴대폰은 우리의 자신의 거울로 우리의 행동에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는 서로 다른 다양한 정체성 (디지털 세상에서의 나, 나 자신이 보는 나, 친구들이 바라보는 나, 연인이나 가족으로서의 나, 직장에서의 나)을 품고 살아간다. 각각의 정체성을 독립적으로 바라보기보다는 한 사람을 이루는 다른 시각의 정체성들을 잘 합쳐서 그 사람을 정의해야 한다. 어찌 보면 우리는 이미 사이보그이다. 나의 경우 나의 심장박동과 운동이 시계로 측정되고 기록되어서 나의 행동을 분석하게 하고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에 영향을 준다. 건강에 대해서도 더 많이 생각할 수 있게 영향을 줄 뿐 아니라 하나의 순환과정을 생성하기까지 했다. 현실의 내가 디지털 세계의 어떤 내용을 접하고 소비하느냐에 따라 나의 행동과 생각을 형성하는데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행복과 사회적 관계: 

핀란드의 경제, 사회가 좋아지고 있다.


경제 위기가 사람들에게 정신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기도 하는데, 현재 핀란드는 경제적인 상황이 좋아지고 있어서 행복에도 좋은 영향을 주고 있다. 경제와 행복이 상관이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 관련이 있다. 경제가 좋으면 이런저런 걱정을 많이 하지 않아도 된다. 행복은 걱정이 없는 상태라고 정의할 수도 있겠다. 역사적으로 러시아와의 관계에서 긴장감이 존재했었는데 현재는 정치적, 지형적으로도 평화롭다. 일반적인 삶의 질, 의료시스템이 향상되고, 레스토랑 문화가 다양해지면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늘었다. 우리는 나이가 적거나 많거나를 떠나서 세대를 초월해 이전보다 더 많이 여행을 즐긴다. 비록 뉴스에서는 범죄가 자주 언급되지만, 사실 범죄가 증가하지는 않았다. 이렇게 하나하나 나아진 요소들이 몸과 마음의 행복을 누리도록 도와준다. 


핀란드는 교육, 의료 등 일반적인 생활 관련 서비스에 대해서 다른 북유럽 국가들과 비교하면서 발전시켜왔기에 기본적으로 높은 기준을 가지고 있다. 만약, 핀란드가 스웨덴과 비교하여 무언가가 아주 뒤떨어진다면, 지식인들이나 정치인들은 그 점을 우려할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항상 상위권에 머물기를 바라고 기술발전을 지지한다. 슬러쉬와 같은 사업의 개발과 발전들이 많은 사람들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정신적으로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어느 지역에 사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더 많은 기회가 존재한다. 내가 현재 헬싱키에 거주하기 때문에 헬싱키를 기준으로 말하고 있다. 사실, 작은 시골 마을에 산다면 많은 서비스를 접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행복이란? 핀란드스러운 행복

철학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행복의 정의


전통적인 의미에서 행복을 생각하면 어린 시절 시골에서 보낸 시간이 떠오른다. 운 좋게도 핀란드의 전형적인 풍경인 호수가 있는 곳에서 어린 시절, 상당한 시간을 보냈다. 그 시간이 평화롭고 편안하게 나의 내면을 돌보게 해주었다. 그렇지만 행복의 의미를 명확히 정의하기는 어렵다. 행복은 마음의 상태인가? 아니면 활동적인 상황인가? 순간이나 과정 또는 세상을 보는 관점인가? 무언가를 즐길 수 있는 것인가? 내가 창조하고 찾고 있는 정신적인 공간인가? 개인적으로 작은 순간들에서 행복을 찾고 작은 것들을 소중히 한다. 삶은 작은 순간들의 연속이다. 작은 순간들에 대한 깨달음이 행복을 느끼는 일이다. 며칠 전 아들을 침대에 눕히기 전에 안고 있었는데 그때의 아들을 바라보던 순간이 너무 행복했다. 그 순간의 이미지가 나를 이루는 근간으로 나와 평생 함께할 것이다. 찰나의 긍정적이고 벅찬 감정을 때때로 기억하면서, 재생된 그 순간의 이미지가 변형되고 흐려지기도 하겠지만, 여전히 나와 함께 할 것이다. 


행복은 업적 자체나 존재하는 무엇인가가 아니며 초현실적이다. 행복은 시간을 두고 무엇인가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고 이루어내거나 오랫동안 원하던 일이 현실이 될 때 마주하게 된다. 예를 들어, 나는 최근 집을 장만함으로 나의 오랜 꿈을 이뤘다. 스무 살의 내가 공부하던 시절 살고 싶어 하던 지역에 집을 구매해서 행복하고, 앞으로 그곳에서 내가 마주할 행복이 기대되기도 한다. 그 집에서 우리 가족은 새로운 경험을 하고 시시때때로 행복을 느끼게 될 것이다. 또한, 내 아이가 그 집 바로 옆에 있는 어린이집에 다니게 되어서 행복하다. 그러고 보니 이러한 실용적인 것에 대해 행복할 수도 있다. 행복은 상황에 따라 다른 단계가 있는 것 같다. 행복을 느끼게 하는 다양한 요소들이 있는 것 같다. 나나 남이 필요성을 충족시켜서 느끼는 행복도 있다. 반면에 행동, 시간,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행복하다고 깨닫게 되거나 무언가를 회상하면서 행복을 느끼기도 한다. 행복을 어떻게 정의하냐에 따라 달라진다. 과정은 고통스러웠지만 좋은 결과를 마주하며 돌이켜보니 그 고통도 행복이었다고 할 수도 있다. 경험은 행복이 아니었지만 결과는 행복인 것이다.


sauna (싸우나)나 mökki (뫾끼: 주로 여름 별장을 의미하는 단어로 소박한 통나무집의 이미지를 가진 단어이다.)는 우리가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에 대한 철학과 연결된 사물로 핀란드의 행복의 의미와 관련이 있다. 이 사물들은 일종의 우리의 거울로 우리가 창조한 가치를 투영한다. 핀란드 디자인을 살펴보자. 최고의 디자인은 단순함에서 시작된다. 핀란드의 흔한 자연환경인 숲을 살펴보면 색이 많지 않다. 이처럼 우리의 행복 또는 철학과 연결된 사물들을 찾아봄으로 핀란드인들이 행복을 대하는 자세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핀란드에서는 내가 왜 행복한지는 다른 사람들이 알 필요가 없고 행복을 보여줄 필요가 없다. 내가 행복을 느끼고 간직하면 된다. 상대적으로 행복은 남에게 보여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미국, 한국, 이탈리아, 스페인과 달리 북유럽 국가들은 남에게 어떻게 보이느냐 보다는 내면의 행복에 더 무게를 둔다.


행복에 대해서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대화가 매우 중요하다는 점이다. 텔레파시는 절대 존재하지 않는다. 핀란드인들은 대체로 내성적이지만, 우리만의 문화적 담론이 존재한다. 때로는 대화가 공동의 이해를 떠받치지 못할 때도 있다. 그렇기에 대화가 더 필요하다. 대화를 통해 우리의 생각을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항상 대화에 자신을 다 담지는 않지만, 우리가 이야기를 나눌 때는 매우 직설적이다. 마치 내가 지금 이 순간이 행복하다라고 당당히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처럼 핀란드 사람들은 싫은 것은 싫다고 좋은 것은 좋다고 표현한다. 

핀란드스러운 Annalan Huvila의 풍경 



인터뷰를 마치며…


5시간 밖에 못 잤다며 나타난 J, 평소보다 많이 지쳐 보이던 그에게는 차마 사진을 찍겠다고 말하지 못했다. 사진을 핑계로 더 나은 시간에 한번 더 만나야겠다는 계산도 있었다. 항상 열정적으로 바쁘게 사는 J와의 인터뷰는 젤 처음 했는데, 무언지 모를 부담감 때문에 인터뷰 작성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다. 철학적으로 행복을 정의하려는 논의를 한 부분을 정리하는 게 부담스러웠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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