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마켓을 둘러싼 사람 사는 이야기 by TJi
제목 배경 사진은 K-Supermarket Arabia의 모습이다.
S는 누구인가? S는 K-Market Roihuvuori을 3년 넘게 운영하다가, 2016년부터 K-Supermarket Arabia을 책임지고 있는 경영자다. 연간 천백만 유로(140억이 넘는) 사업 규모인 K-Supermarket Arabia는 핀란드 전역에 280여 개의 K 슈퍼마켓 지점들 중 40, 50번째로 큰 매장이다. 아라비아 지점은 초창기에는 아래층에서 매우 작은 규모로 시작하여, 적자를 면치 못하였으나, 지속적으로 성장하여 오늘에 이르렀고, 성장을 멈추지 않고 있다고 한다. S에게 슈퍼마켓을 둘러싼 사람 사는 이야기와 행복에 대해 물었다.
핀란드에는 K와 S, 두 개의 큰 슈퍼마켓 체인이 있다. 두 체인은 대형마트(K-Citymarket, Prisma), 슈퍼마켓(K-Supermarket, S-market), 편의점(K-market, Alepa) 등 규모에 따른 각각의 브랜드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저가 전략으로 꾸준한 성장을 하고 있는 독일 브랜드인 Lidl이 있다. K 체인의 경우 지점장의 자율권을 보장하여 지점마다 지점장의 사업적 개성에 따른 톡특함이 돋보이기도 한다. 흥미롭게도 K-Supermarket과 S-market이 지근거리에서 서로 경쟁하고 있는 모습을 헬싱키 전역에서 쉽게 볼 수 있다. 헬싱키 시내 중심가에서 6㎞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해안가 지역 아라비안란따도 K-Supermarket과 S-market이 서로를 마주 보며 같은 쇼핑센터에 위치해 있다. 같은 쇼핑센터에 올 초에 Lidl이 두 슈퍼마켓의 아래층에 들어오면서 아라비아 지역에서 슈퍼마켓 브랜드 전쟁의 축소판을 마주하게 되었다.
핀란드는 법적으로 12살부터 일을 할 수 있는데, 3살 많은 누나의 서류를 빌려 10살 때부터 일을 했다. 당시 고용주가 나의 서류 도용을 눈감아주었다. 세무서에는 누나가 세금을 내는 것으로 처리되었고, 세금을 제하고 난 뒤의 임금이 내게 지급되었다. 그때부터 무엇을 해야 돈을 버는지 알게 되었다. 그 시절 나는 전자레인지를 사용하고 싶었는데, 아버지가 전자레인지가 필요 없으니, 사고 싶으면 벌어서 사라고 하셨다. 그래서 광고전단지를 배달하는 일을 해서 전자레인지를 샀다. 1년간 그 일을 하다가 다음 해 여름, 딸기 따는 일을 했다. 농장주는 내가 딸기 따는 일을 하기에 어리다며 나를 고용하기를 꺼렸다. 일단 지켜보는 조건으로 일을 시작했는데, 1주일 뒤에 살펴보니 내가 가장 딸기를 빠르게 많이 따는 노동자였다. 그렇게 그 일을 계속할 수 있었다. 이러한 경험들이 내게 돈이 흐름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었고 생각의 폭을 넓혀주었다.
완벽주의 성향을 가지고 있어서 많은 일을 혼자 하려고 한다. 직원들이 나를 위해서 열심히 일하기 때문에, 경영을 잘 하려고 노력하고 그들을 많이 도와주려고 애쓴다. 짧게는 하루 6시간만 일할 때도 있지만, 보통 10시간에서 12시간 정도 일한다. 결과적으로 주당 52시간에서 80시간까지 일하게 된다. 지나치게 많이 일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지치지 않으니까 무리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스트레스를 일으키는 일이 많아서 힘들 때도 있다. 에너지가 넘쳐서 그 에너지를 소모해야 편안해지는데, 슈퍼마켓을 관리하는 일이 에너지를 잘 소비하게 해줘서 집에서 차분해질 수 있게 도와준다. 넘치는 에너지 때문에 휴가 동안 처음 며칠은 괴롭다. 소파에 앉아서 쉬려고 하지만, 할 일을 물색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청소를 하거나 무언가를 준비하거나 만들고 꾸준히 일을 찾고 있다. 그래서 나는 여름 별장을 소유하고 있지만 가지 않는다. (휴가 때 핀란드 사람들은 여름 별장에 가서 별장 수리하고 청소하고 밥하느라 많은 시간을 보낸다.) 나의 부모님이 그곳을 대부분 이용하신다. 내가 평소 너무 많이 일을 하기 때문에 휴가마저 빡빡하게 일하고 싶지 않아서 여름 별장에는 의도적으로 가지 않는다. 내가 아마 별장에 가게 되면 휴가 기간 내내 일하느라 스트레스가 쌓일 것 같다. 반면에 집에서 휴가를 보내면 무언가를 하겠지만 일을 크게 벌리지는 않는다. 과거에는 내가 이렇게 장시간 일하는 것이 자랑스러웠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아내와 9월에 12살이 되는 아들, 그리고 10살 딸이 있다. 장시간 일하기 때문에 좋은 아빠라고 단언하기 어렵지만, 나는 사업가로 좋은 아빠가 되려고 노력한다. 인내심을 유지하고 아이들에게 소리치지 않으려 애쓴다. 가족들과 시간을 보낼 때는 같이 게임을 하거나 GPS를 이용한 보물찾기 놀이나 오리엔티어링을 하곤 한다. 이제 아이들이 많이 커서 항상 게임만 하려 한다. 딸아이는 심스를 하고 아들은 포트나이트를 한다. 하루에 12시간에서 14시간까지 게임을 하려고 해서 적당히 하라고 말하곤 한다. 우리는 요리를 같이하고 다 같이 소파에 앉아 저녁을 같이 먹고 TV를 보는 등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낸다. 일부 다른 가정은 각자 자기 방에서 저녁을 먹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우리는 같이 있기를 좋아한다. 여름에는 바비큐를 즐긴다. 난 아이들을 좋아해서 아이들이 어렸을 때 나의 넘치는 에너지를 아이들에게 썼다. 경영 관련 공부를 7년 반전에 시작했기 때문에 아이들이 어렸을 때 시간 여유가 있어서 아이들과 많이 놀았다. 그때 나는 아이들이 내게 매달려 있는 동안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같이 놀았다. 딸은 체조와 발레를 해서 항상 곡예를 시도하곤 한다. 요즘 딸은 바닥에 손을 짚지 않고 옆돌기 하는 연습을 하는데, 보기에 위험해 보이지만 딸의 연습을 도와주는 것이 즐겁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도 아이들의 곡예 연습을 도와주고 나도 하곤 했다. 내 아내는 더 이상 우리를 지켜보기 힘들다고 불평하곤 했다. 아내와는 아이들의 양육에 대해 대화를 많이 한다.
오랫동안 핀란드의 슈퍼마켓들은 평일 저녁 9시에 문을 닫았는데, 2016년부터 영업시간 규제가 풀리면서 많은 슈퍼마켓들이 지역에 따라 자율적으로 저녁 10시 또는 11시까지 영업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바로 영업시간을 연장하지 않고 변화를 지켜봤다. 우리와 마주 보고 있는 S 마켓의 경우 처음 6개월 동안은 연장된 영업시간에 방문하는 손님이 거의 없었다고 들었다. S 마켓이 저녁 10시에 영업을 종료한다는 것을 지역 주민들이 인지하고 저녁 9시 넘어서 장을 보는 손님이 늘어난 것은 2017년 여름 즈음이었다. 일부 고객들은 S 마켓에서 원하는 상품을 모두 살 수 없는 데다가, 늦은 시간 그곳에서 종종 마주치는 취객이나 마약 중독자들을 피하기 위해, 우리 가게에서 조용히 장보기를 원한다며 영업시간 연장을 문의했다. S 마켓과 동일하게 영업시간을 늘려야 한다는 결정은 1년 반 전에 했다. 그러나 아래층에 Lidl이 입점한다는 소식에 영업연장 시기를 미루고 있었다. 저녁시간 임금이 더 비싸기 때문에 Lidl까지 경쟁에 끌어들이고 싶지 않았다. Lidl이 개점 2, 3달 전에 영업시간을 결정할 것이라 보고 기다렸다. 그리고 내 전략이 성공했다.
직원들은 연장영업을 불평하지 않고 환영했다. 저녁 근무시간은 4시간이었는데, 저녁에 근무하는 직원들의 다수는 4시간이 짧다며 더 일하고 싶어 했다. 직원들은 연장영업으로 1시간 길어진 근무시간에 만족했다. 영업시간이 길어졌다고 모두가 늦게까지 일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근무시간에 대한 선호도는 사람마다 다르다. 직원 중 7명의 아이가 있는 아빠는 저녁에 일하는 것을 선호한다. 그의 아내가 아침에 그가 아이들을 돌보는 것을 원하고 그도 그 시간을 즐긴다. 그러나 가정이 있거나 연인이 있는 사람들은 일반적인 근무시간을 가진 반려자와 시간을 함께 하기 위해 저녁 근무를 꺼려한다. 주말에 일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직원을 구할 때 지원자가 원하는 근무시간을 물어본다. 원하는 근무시간을 맞춰줄 수 없어서 맘에 드는 구직자를 고용하지 않은 경험도 있다. 원하지 않는 시간에 일을 하는 경우가 많으면 그 직원은 금방 관두게 될 것이다. 일부 다른 슈퍼마켓들은 고용인들에게 의견을 묻지 않고 근무시간을 통보한다고 들었다. 의견 조율 없는 근무시간은 직원들을 행복하지 않게 할 수 있으므로 옳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직원들의 의견을 중시하는 내 태도가 우리 직원들이 상대적으로 생기 넘치게 일하는데 한몫을 했다. 그래서 직원들의 의견을 반영하려 하기 때문에 변화를 시도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어렵기도 하다. 예를 들어, 어류와 육류를 다루는 신선 코너에서 매주 일요일에 일할 사람을 찾는데 3달이 걸렸다. 일요일 근무이기에 임금이 상대적으로 높았지만, 매주 일요일 혼자서 일해야 하는 상황을 즐길 수 있는 사람을 찾아야 했다. 적당한 직원을 찾는 것은 때로는 아주 쉽지만, 어떨 때는 장기 프로젝트가 되기도 한다.
직원 모두를 책임져야 하는 사업가이지만, 의사결정 시 혼자 결정하기보다는 직원들의 의견을 반영하려고 하고 고객의 의견도 경청하여 듣는다. 인터넷 쇼핑은 고객의 요청에 귀 기울인 결과다. 나는 몸이 불편한 사람들 (노인이나 아플 경우)같이 특정한 고객만 인터넷 쇼핑을 할 것이라고 생각해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고객들은 우리의 신선한 제품들을 선호한다면서 계속해서 인터넷 쇼핑에 대해 문의와 요청을 했다. 결국 고객들의 의견을 존중해서 지난 5월 말부터 서비스를 제공했는데, 고객들의 호응이 폭발적이어서 우리 슈퍼마켓이 감당하기 어려울 뻔했다. 지금은 내 아내도 우리 가게 인터넷 쇼핑을 이용한다. 아내가 아이들의 다양한 취미활동을 도와주고 아내의 일도 처리하다 보면 장 볼 여유가 없는 날들이 있다. 그럴 때 아내는 내게 전화로 물건들을 주문했는데, 내가 장보기를 깜빡하는 경우가 많았다. 아내가 온라인 주문을 이용하면 일이기 때문에 아내의 주문을 깜빡하는 실수를 하지 않게 된다. 어류와 육류를 다루는 신선 코너의 경우도 고객과의 상호작용으로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그 결과, 경쟁 상대인 S 마켓의 신선 코너가 상대적으로 나빠 보이게 되었다. 고객의 생선 및 고기 손질, 제품 구비 요구뿐 아니라 제품의 신선함에 최선을 다하여, 지역 고객들이 굳이 Hakaniemi (하까니에미)에 있는 kauppahalli (까웁빠할리)에 갈 필요를 느끼지 않도록 하였다. (까웁빠할리는 헬싱키에서 가장 신선한 어류와 육류를 살 수 있는 곳이다.) 신선코너는 우리 슈퍼마켓의 특별한 장점이다.
고객들과 눈높이가 달라서 실패한 경험도 있었다. 2016년 이 가게로 왔을 때 아라비아 지역 브랜드를 구축하려고 했다. 좋은 제품을 생산하는 작은 규모의 사업가들을 지지하는 방법으로 다양한 제품들을 효과적으로 홍보하기 위함이었다. 안타깝게도 아라비아 브랜드 전략은 성공하지 못했다. 이전에 있던 이 가게보다 1/3이나 작은 Roihuvuori (로이후부오리)의 가게에서는 주민들의 지역 브랜드 제품에 대한 호응이 높았다. 매일 저녁 제품을 수급하기 위해 생산자를 방문하기도 했다. 아라비아 슈퍼마켓은 로이후부오리의 가게보다 더 큰 규모라서 지역 브랜드 운영에 무리가 없을 것이라 예측했었다. 이웃 S 마켓과의 치열한 가격 경쟁 속에서, 가격적인 측면에서 부담스러운 아라비아 브랜드는 지역 주민의 충분한 관심을 얻지 못했다. 관리해야 할 가게 규모가 커진 만큼 나의 역할도 달라졌기 때문에 지역 브랜드를 만드는 것에 대한 노력은 잠시 접었다. 언젠가 다시 시도하겠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여력이 없다.
TJi의 노트:
영업시간 규제가 없어지면서 헬싱키 일부 지역에는 24시간 운영하는 슈퍼마켓이나 편의점들이 생겼다. 대부분의 슈퍼마켓들은 영업시간을 늘렸다. TJi는 영업시간의 연장이 근로자들이 늦은 시간까지 일하는 것을 당연시하게 만들어 그들의 삶의 질이 악화시키는 것이 아닐까 우려를 했다. 인터뷰를 계기로 한동안 이전 영업시간을 고수했던 S의 속내를 들어보았다. S는 경영자이기에 늦게까지 일해야 하는 환경에 처한 노동자들의 입장을 백 프로 대변할 수 없지만, 자신의 가게의 직원들의 생각을 어느 정도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사회의 변화가 개개인에게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지 S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었고, 생각보다 긍정적인 파급효과에 안심하게 되었다.
내 아이들은 어렸을 때, 슈퍼마켓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선반에 무슨 물건을 진열하는지, 어떠한 손님들이 오는지 등을 정말 궁금해했다. 아이들의 어린 시절 관심을 떠올리며, 중병을 앓고 있거나 너무 예민해서 가게에 전혀 올 수 없는 어린이들에게 가게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었다. 이 지역의 그러한 아이들을 찾기 위해 슈퍼마켓 페이스북 페이지에 안내문을 4번 정도 올렸다. 핀란드 사람들이 타인에게 도움 요청하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경향이 있어서인지 아무도 체험 기회를 이용하려 하지 않았다. 1년 뒤쯤 우리 가게 단골손님이었던 또미의 어머니께서 용기를 내어 자신의 25살 아들이 가게에 와도 되는지를 물었다.
또미가 우리 가게를 방문한 것은 작년 하지 이후 즈음이었다. 또미는 Laajasalo (라야아싸로)에 중증 자폐로 자신을 돌볼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한 집에 살고 있다. 또미는 보고 들을 수 있지만, 말을 할 수 없어서 우리는 그가 세상을 얼마나 이해하는지 모른다. 또미의 개인 도우미는 또미와의 의사소통을 위해 패드에 여러 개의 아이콘이 있는 프로그램을 이용한다. 또미가 자신의 의사 표현을 위해 아이콘을 누르는데 가끔 이상한 아이콘을 누르기도 하지만, 우리 가게에 왔을 때 사탕이나 잡지 아이콘을 눌러서 자신이 원하는 물건들을 구매했다. 심지어 내게 인사하는 아이콘도 있었다. 대화가 어렵고 당황스러운 상황에 노출되었을 때 행동 제어가 어렵기 때문에 또미는 항상 집에서 머무른다. 그는 매일매일 매 시간마다 도움이 필요하고 공공장소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니기가 매우 어렵다. 그래서 또미는 우리 가게에 영업시간 전에 와서 조용한 환경 속에서 물건들을 구매했다.
또미가 이미 여러 번 우리 가게에 와서 어느 정도 익숙하기 때문에 다음 방문에는 가게가 막 문을 연 시간에 오기로 했다. 손님이 있어도 많지 않을 것이고, 특히 일요일 아침에는 직원들만 있을 확률이 높다. 조금씩 또미의 세상과의 교류를 넓혀가는 것도 그에게 좋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믿는다. 또미가 우리 가게에 오기 전에 마지막으로 가게에 방문한 적이 10살 때라고 한다. 그 이후로는 그의 아담한 엄마가 그를 제어할 수 없을 정도로 성장해서 공공장소에 데리고 다니지 못했다고 한다. 또미가 우리 가게에 올 때 또미의 도우미와 그의 어머니가 같이 오는 이유도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서이다. 또미가 당황하게 된다면 그들이 또미를 이해하려고 애쓰며 그를 달래줄 것이다.
또미의 어머니와 개인도우미는 내가 또미에게 준 기회에 대해 세상에 알리고 싶어 했다. 또미의 어머니가 다양한 언론에 접촉했다. Iltalehti, Ilta-Sanomat 등의 타블로이드 신문사 (핀란드의 타블로이드 신문사는 예외는 있지만, 영국의 타블로이드 신문이 가지는 부정적인 의미를 포함하지 않는다. 일반 신문사보다는 조금 가벼운 내용을 주로 다룬다 정도로 이해하면 될 듯하다.)와 다른 잡지들에 또미의 이야기가 실렸다. 우리 슈퍼마켓 회사에서는 회사 유튜브 채널에 또미의 방문 비디오를 올리기도 했다. 그 덕에 많은 관심을 받았다. 또미가 현재까지는 유일한 특별한 고객이지만, 사회에 격리된 다른 아이들도 우리 가게에 올 수 있기를 바란다. 필요하다면 나는 그들을 위해 매일 아침이나 매주 일요일 아침에 조금 일찍 가게 문을 열 수 있다. 몇몇 사람들은 다양한 매체에 노출된 또미의 이야기를 통해 내가 상업적으로 이득을 보려 한다고 비판하지만 개의치 않는다. 또미와 같은 사람들도 이 사회에 구성원이고 같이 살아가야 한다는 인식을 환기시켰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 매우 만족한다.
다양한 사람들이 드나드는 곳이 슈퍼마켓이기 때문에 사회의 어두운 면도 종종 목격하게 된다. 하루는 매우 취한 한 남자 손님이 가게 단골인 노부인에게 소리치며 폭력을 행사하려고 했다. 그들 사이에 끼어들어 남자 손님을 진정시키려 했지만 거칠게 저항하는 남자 손님을 어쩔 수 없이 바닥에 눕혀야 했다. 유도와 평화 유지 훈련 경험으로 상황 대처를 잘할 수 있었지만, 타인의 시선에는 내가 남자 손님을 무자비하게 다루는 것처럼 보였을 수도 있다. 상황을 정리한 뒤 남자 손님의 가게 출입을 금지했다. 다음 날 가게에 다시 방문한 남자 손님은 출입 금지 사실에 당황하며, 전날의 일을 기억 못 하는 듯했다. 일주일 뒤 그의 어머니가 와서 평소 얌전한 그의 태도를 이야기하며 나의 무자비함에 항의를 하기도 했다. 어떤 사람들은 술이나 약에 취했을 때, 전혀 다른 사람이 되기도 하는데, 그들의 주변 사람들은 그 사실을 모를 때도 많다. 어느 날은 슈퍼마켓에서 약에 찌든 사람이 다른 사람을 쳐서 바닥에 뻗어버리게 한 적도 있었다. 바닥에 쓰러진 사람은 몸이 마비되고 근육이 경직될 만큼 위급한 상황이었다. 장애를 남길 수도 있는 상황이라 폭력을 행사한 사람을 잡기 위해 그를 뒤쫓았다. 그는 가게에 트럭이 상품을 하차하기 위해 주차하는 곳에서 뛰어내렸다. 5m 높이가 넘는 곳에서 뛰어내리면서 머리를 부딪히는 바람에 도망가지도 못하고 정신을 잃어서 경비에게 잡혔다.
어린아이들이 물건을 훔치는 경우도 있다. 그때마다 나는 경찰을 부른다. 경찰까지 부른 사실 때문에 일부 부모들은 화를 내기도 한다. 화를 내는 부모들은 대부분 좋은 부모들이고 경찰 개입 없이도 아이의 도둑질을 바로잡아 줄 수 있을 것이다. 경찰을 부르는 이유는 좋지 않은 가정환경에 처한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서이다. 예전에 이전 가게에서 아이의 도둑질 사실을 믿지 않는 부모들에게 CCTV 화면을 몇 번 보여준 적이 있는데, 두 번이나 그 자리에서 부모가 자식을 때리는 것을 목격했고 경찰을 불러야 했다. 그 뒤로는 무조건 경찰을 부르고 부모에게 더 이상 녹화 내용을 보여주지 않는다. 아이가 배가 고파서 도움이 필요해서 도둑질을 하는 것인지 재미로 그러는지 판단할 수 없기 때문에 경찰이 아이와 집에 가서 아이의 안전을 확인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경찰 동행 없이 도둑질한 아이가 부모와 집에 돌아가서 심하게 맞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아동복지사가 개입해서 가정 상황을 판단하고 아이를 위해서 적절한 조치를 취하기도 한다고 들었다.
일부 사람들은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상업적인 측면만 추구한다고 생각하며, 좋은 삶을 누리고 많은 돈을 버는 것이 나쁘다고 여긴다. 내 사업장의 백만 유로의 수익은 온전히 내 수입이 아니다. 나는 35명의 직원들에게 급여를 지급하고, 가게의 청구서들을 처리해야 하며, 세금을 내야 한다. 모든 지급이 처리되는 1년 뒤에나 나의 한해의 소득을 알 수 있다. 무리 없이 가게 운영에 관련된 나의 의무를 이행할 수 있는 점이 기쁘며, 유통이나 그 외 가게와 관련된 사람들과의 경제적 협력이 문제없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 좋다. 그리고 2명의 아이와 나의 아내를 책임질 수 있어 행복하다. 아내가 주부로 가정에서 나의 빈자리를 채우며 아이들을 돌봐주는 덕에 나는 남들보다 더 많이 일하며 일에 집중할 수 있다. 나는 이렇게 내가 이 사회의 한 부분을 책임진다는 점에 매우 자랑스럽다.
좋은 차가 있다면 누군가는 아주 큰 대출을 받았을 것이고 누군가는 그 차를 정말 살 수 있는 돈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우리는 그 사람의 세세한 사정까지 알지 못한다. 그러나 누군가는 질투를 제어하지 못하고 좋은 차를 소유한 사람을 시기해서 차를 긁어놓거나 부셔놓기도 한다.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그런 사람들을 본 적이 있다. 어떤 사람들은 소득에 대한 개념이 부족한 것 같다. 그들은 일단 자신의 계좌에 돈이 많아 큰 차를 사고 나서 계좌의 돈이 없어진 상황에 당황하기도 한다. 경제의 흐름을 이해하지 못하고 남을 시기하는 사람들이 꽤 된다고 생각한다. 내가 가지는 위험 부담을 보지 못하고 남보다 조금 많은 나의 수입만 생각하며 나를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다. 사업가이기에 때로는 남들보다 일찍 퇴근할 수도 있지만 남들보다 더 많은 책임이 요구되기도 한다. 갑작스러운 직원의 병가 통보에 가족과 함께 보낼 나의 시간이 줄어들기도 한다. 아내나 나나 이런 현실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내 일의 일부이니 어쩔 수 없다.
평화유지 활동과 가게 운영을 통해 사회의 어두운 면들을 많이 목격해서 핀란드 사람들이 모두 행복하다고 말하기 어렵다. 그러나 사람들이 과거보다 자신의 행복을 표현한다는 측면에서 사람들이 행복의 의미를 더 잘 이해하기 시작한 것 같다. 예를 들어, 프라이드 행사가 매년 성장하고 있는 모습은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있다. 일부 사람들은 멋있어 보이려고 참여하는 것일 수도 있다. 다양성을 옹호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사람들이 행복을 표현하는데 주저하지 않도록 격려하는 것이라 믿는다. 행복을 표현하는 분위기가 때로는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 거짓을 표현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혼의 위기를 겪고 있던 이웃의 여자는 항상 즐거운 가족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페이스북에 표현하기도 했다. 부부간 많은 싸움으로 그 집의 자녀가 한동안 친구 집을 전전했었다는 사실을 아는 나는 그녀가 안타깝게 느껴졌고 그녀의 행복 표현이 허무하게 느껴졌다.
핀란드의 복지제도는 정말 훌륭하다. 정부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제공하며 좋은 변화를 위해 항상 노력한다. 정부의 노력이 자신의 생각과 달라서 불평하는 사람들도 있다. 나는 무료 교육 덕택에 지금 하는 일과 거리가 멀긴 하지만 산림학 석사학위를 전공하기도 했다. 내 아이들도 무료 교육을 받고 있다. 상대적으로 세금을 많이 내는 편이지만, 불만은 없다. 정부가 합리적으로 제공하는 복지가 어려운 사람들을 도울 테니 납세가 일종의 자선이기도 하다. 열심히 일해서 충분한 돈을 벌어 직원에게 월급을 주고, 청구서를 처리하고, 우리 가족이 살아가고, 세금을 내야 하는 것이 내가 이 사회에서 해야 할 일이다. 항상 긍정적인 면을 보려 애쓰는데, 그 덕에 행복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것 같다. 새로운 직원을 고용한다든지, 영업시간이 늘어서 고객의 방문 시간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특정 시간에 손님이 몰리지 않아 직원들이 조금 더 여유롭게 일할 수 있는 등의 가게의 변화들은 결과적으로 가게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인터뷰를 마치며...
S와 인터뷰는 TJi와는 다른 환경에서 다른 생각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생각에서 시작되었다. K-Supermarket Arabia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어렴풋이 알게 된 또미의 이야기도 S에게 직접 듣고 싶다는 생각이 TJi에게 인터뷰를 요청할 수 있는 용기를 더해 주었다. 타인의 일상의 작은 행복을 위한 S의 배려가 감동스러웠고, 핀란드 사람들은 행복할까의 인터뷰 시리즈를 읽는 독자들과 나누고 싶었다. 슈퍼마켓이라는 환경에서 S가 마주한 사회의 어두운 면들도 가감 없이 나눔으로써 핀란드도 우리와 별반 다를 것 없는 사람 살아가는 곳이라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 사람들이 한국도 한국만이 가진 장점이 늘려나갈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길 바란다. S의 이웃의 이야기도 흥미로왔지만, 글의 전체 흐름을 헤치는 듯해서 생략했다. 사실은 TJi가 부족해서 글에 녹여내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