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펜하겐 빛의 축제, 라이트 페스티벌
연례없이 쏟아진 눈이 도심을 하얗게 덮었다.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채
빙빙 제자리를 도는 차들,
뒤뚱거리며 조심스레 걸음을 옮기는 이들,
썰매를 끌고 집으로 돌아가는 아이들,
불편함과 들뜸이
같은 자리에 겹쳐 있다
숨을 내쉴 때마다
희게 번지는 공기
아직 아무도 밟지 않은 눈 위로
조심스럽게 한 걸음을 내딛는다
정강이까지 푹 잠기는 눈은
폭신하고 도톰해 넘어져도 괜찮을만큼 가득 쌓여있다
소금을 거의 뿌리지 않은 길엔
사람 한 줄 지날 자리만 남겨두고 눈을 가장자리로 밀어두었다
가로등 위로 모자처럼 얹혀있던 눈이
툭 떨어져
누군가의 어께를 적신다.
어둠이 내려앉을 무렵
도시는 슬그머니 빛을 켠다
눈과 빛의 조우 앞에서
사람들의 발걸음이 느려진다
올해도 이어진 빛의 축제는
도심 곳곳에 조용히 놓여
오가는 이들의 길을 비춘다
빛은 드러나지 않던 것들을 불러내고
어둠의 윤곽을 한 겹 더 선명하게 만든다
겨울의 가장 어두운 시기,
도시는 어둠 위에 빛을 얹는다
스스로 켜둔 작은 등불
그 빛아래 사람들을 걷고
잠시 멈추고
서로의 얼굴을 오래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