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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진 May 15. 2017

그리고, 아테네 / Ep. 03

[ Geia sas, 야사쓰! ]




These blind two eyes
Too busy to see
This magic world
unfolding right in front of me

정신없는 이 두 눈이
내 앞에 펼쳐진 마법같은 세계를 몰라봤어.

Michelle Shaprow,
< Always belong to you>






인사

- Geia sas!



눈을 뜨자마자 JustGo를 정독한다. 여행 온 제가 언젠데 이제 이걸 읽고 있다니... 사실 어제 아크로폴리스를 다녀와서 조금 자신감을 찾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제와 어제까진 이 곳에 과연 익숙해질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었는데 막상 별일없이 다니니 몸이 좀 풀리나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아테네의 지하철은 무서워서 타보질 못하고 있다는 건 예외로 두려한다.


 



그래서 오늘 가볼 곳은 베나키 박물관으로 정한다. 안토니우스 베나키(Antonis Benaki)의 수집품들로 구성된 이 곳은 기원전 3세기부터 20세기에 이르기까지 약 2만여 점의 소장품을 자랑한다. 그리스에서 사설 박물관으로는 가장 오래된 곳이라는 점과 당시의 생활상까지도 반영한 광범위한 소장품의 범위가 베나키 박물관의 자랑이다. 베나키박물관에는 그리스관련 유물 외에도 중국, 이슬람의 유물까지 함께 전시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그리스에 어찌 중국유물이 있는지 의문이 생겼는데,  중국문명 관련 주요 전문가인 George Eumorphopoulos의 기부로 전시가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또, 베나키가 이집트에서 약 20세기 초 부터 모아왔다는 이슬람 유물도 흥미롭다.



베나키 박물관 입구



아, 그전에 오늘은 우선 찾아보자. 한국에서도 외국인이 "앙뇽하세요" 하면 인상이 달라보이듯, 이곳의 인사말을 해주면 여기 사람들도 좋아할 것이다. 로마에 오면 로마의 법을 빨리 따라야 하는 것이다. 이걸 이제서야 깨닫다니, 으이구...구글번역기가 알려준다. '안녕하세요'라고 할 때는 'Γεια σας (Geia sas, 야사스)'라고 한단다. 일단 음성으로 들어보고 몇 번 따라해본다. 야사스, 야사스... 그럼 한번 테스트를 해봐야지. 자, 나의 테스트베드인 호텔 비즈니스라운지로 가보자.


"야.사.쓰 -(안녕이라고 했다.)"

"야 쓰아-쓰!"


오케이. 인사를 받아준 사람의 사운드를 모방하며 오늘은 여기저기에 '야쓰아-쓰'를 날리고 다녀야지. 모든 준비는(?) 끝났다. 가자.


베나키 박물관을 가는 길에 국회 옆에 사람들과 취재진들이 북적였다. 잦은 파업과 집회는 그리스의 현실을 그대로 드러냈다. 아테네에서 머무는 동안 거의 매일 신타그마광장에서 행사가 있었다. 어떤 날은 집회를 했고 또 다른 날은 갑자기 지하철 역이 폐쇄되는 일도 있었다. 이런걸 보면 정치적으로도 불안정한 이 곳이 민주주의를 대표하는 곳이라는 것이 아이러니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알면 알수록 알고싶은

- 베나키박물관



베나키 박물관의 설립자 안토니우스 베나키



그들을 지나 베나키 박물관에 들어간다. 박물관 건물도 베나키 가문의 저택을 개조하여 사용 중이다. 건물 전체적으로는 아담하고 아기자기한 면이 있지만 내부는 상당히 넓은 편이었다. 티켓부스에서 매주 목요일은 무료로 자정까지 오픈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이따가 아낀 돈으로 맛있는 걸 사먹어야지(이요후!)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선사시대와 고대 그리스의 유물들이 전시된 곳으로 먼저 들어가본다. 전시관 입구에 있는 안토니우스 베나키의 두상 조각이 먼저 관람객을 반긴다. 그를 뒤로하고 전시관에 들어가면 키클라데스 문명 시대의 유물 한 점이 보인다. 빌렌도르프의 비너스보다 슬림하고 뽀얀 이 여성조각상은 기원전 2600년경 키클라데스에서 제작되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키클라데스 지역은 에게해 가운데에 있는 그리스군도를 의미한다. 키클라데스(Cyclades)라는 의미에서도 알 수 있지만 이 지역은 섬으로만 이루어진 원형이 특징이다. 포카리스웨트의 광고지로 유명한 산토리니도 이 키클라데스 문명지역 안에 속한다. 이 지역의 파로스 섬과 낙소스 섬에선 예로부터 대리석이 아주 유명한데 그 영향을 받아 조각상들이 하얀 색을 띄게 되었다고 한다.  키클라데스 조각상의 또 다른 특징으로는 표정없는 얼굴에 길다란 코와 배를 움켜쥐고 있는듯한 모습이 특징이다. 배를 움켜쥐고 있는 것은 임산부를 의미한다고 하니 흥미롭다. 다산과 건강, 풍요를 기원하는 조각상은 풍성한 양감이 특징인데 키클라데스의 조각상은 굉장히 날씬한 형태라는 점, 배를 소중하게 감싸안은 모습에서 당시의 생명보호 의지가 보인다는 점이 그렇다. 여담으로 살짝 들어올린 발꿈치도 재미있는데 이건 조각상을 세우기 위해 제작된 것이 아니라 기둥 등에 장식으로 붙이는 용도로 사용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키클라데스의 조각상
앗! 이대근 선생님?



박물관을 돌아다니다 보니 항아리들이 눈에 들어온다. 처음엔 단순한 구조로 시작하여 점차 고도화된 장식들이 눈길을 끈다. '암포라(Amphora)'라 불리는 이 항아리들은 양쪽에 손잡이가 있는 게 특징이다. 사실 손잡이가 두 개 달렸고 화병 내지는 술이나 곡식 등을 저장할 용도로 사용했다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그보다 더 큰 의미는 암포라로 당시의 종교관이나 생활상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이런 것들을 보면 참 신기하다. 문명이 발생한 곳이 서로 다른데도 방식의 차이는 있지만 큰 맥락에선 비슷한 생활양식을 따랐다는 점이 말이다.  


그 외에도 기하학적 장신구들이 눈길을 끌었다. BC 9~6세기에 제작된 장신구들인데 이 때부터 미에 대한 인간의 욕구가 있었다는게 놀랍다. 용수철처럼 꼬아서 만든 반지들은 지금 하기에도 손색이 없다. 무엇에서 기인된 작품인지는 알 수 없지만 장신구든 도자기든 형태를 변형하여 더 예쁘게 만드는 것이 그들의 관심사였다는 것을 생각하니 어쩌면 미의 본질은 인간의 선택에 있다기 보다 본능에 가까운 영역이 아닌가 싶다.

  




헬레니즘, 로마의 유물을 전시해 둔 곳으로 이동한다. 안타깝게도 이 곳에는 완전한 형태의 전시물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지만 주목할 부분은 세부표현이므로 크게 상관하지 않는다. 헬레니즘시대에 접어들면서 그리스의 문화가 알렉산드로스의 정복전쟁에 의해 동방으로 퍼져나가 정복지의 문화와 융합의 성격을 띄게되는데 인도의 미술과 결합한 '간다라'양식이 그 대표적인 예다.


그리스의 문화와 오리엔트의 문화가 합쳐지면서 학문적 성과들은 괄목할만큼 성장했고 그만큼 예술적 기교도 향상하게 되었지만, 기교에 치중한 나머지 전체적인 작품의 균형과 생명력을 잃었다는 것이 잘 와닿지 않는다. 왜냐하면 헬레니즘을 대표하는 <라오콘군상>이나 <밀로의 비너스>를 보면 역동적이고 관능적인 포즈에 금방이라도 조각상이 움직일 듯한 느낌을 받는데 이게 생명력이 아니면 뭐란 말인가. 아직 내 식견이 충분하지 않은 탓이라고 해두자.


작품이 생명력을 잃었다는 것보다 더 안타까운 것은 이 많은 조각상들 중 온전한 게 몇 점 없다는 사실이었다. 전쟁통에 균형있는 조각상들도 간간히 코가 없어졌거나 팔이 없어진 것들이 대부분이라 관람 중에는 약간의 상상력을 발휘해야 했다. 이런 것을 보면 복원가들도 대단하다. 유물이 출토된 곳 주변에 코 떨어져있으면 가져오고 팔 떨어져있으면 들고와서 그것을 조합해보고 아니면 가장 유사한 석재를 가져다 이어 붙여 복원을 할테니 말이다.





이어 전시되어 있는 것은 비잔틴 시대의 성화들이었다. 이런 형식의 그림을 '템페라(Tempera)'라고 한단다. 계란이나 벌꿀등의 광택이 도는 재료에 안료를 섞어 채색하는 방식이라는데 박물관의 어두운 조명아래서 보니 그로테스크한 느낌도 든다. 그도 그럴것이 비잔틴 시대의 성화들은 아름다움을 추구하기 이전에 정보전달에 중점을 두었기 때문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작품들을 보고 있으면 성모마리아가 남잔지 여잔지 헷갈릴 정도로 얼굴을 각지게 그려뒀다는 느낌을 받기도 하고, 십자가에 못박힌 예수그리스도의 모습도 어딘지 모르게 복근이 탄탄하게 보여 작품의 정황상 어색하다는 느낌도 받는다. 헬레니즘과 로마를 이어 비잔틴시대로 넘어오면서 이전의 아름담고 기교있던 작품들은 어디로 가고 이런 것들만 남은건지 이해를 할 수가 없다. 이런걸 보면 인류가 항상 더 나은 방향으로 진일보하는 것은 아닌가보다.


비잔틴 시대의 작품들의 윗층으로 올라가보면 포스트-비잔틴(Post-Byzantine)과 네오-헬레닉(NEO-Hellenic)의 작품들이 전시되어있다. 하지만 일단 넘어가자.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계속 당시와 관련한 자료조사를 하고 있는데 머리가 너무 아프다. 세계사 시간에 난 대체 뭘 한건지 아는게 없다. 아는게 없다는 것은 글감이 다 됐다는 소리랑 같다. 내 한계는 비잔틴까지인가보다. 런던 여행기와는 다르게 그리스 여행기는 내 뜻대로 잘 써지지 않는다. 나중에 좀 더 공부를 하고나서 못다한 이야기를 좀 더 써보든가 해야겠다.








올림픽경기장으로

- 걷는 길이 싱그러워라





베나키 박물관 사거리에서 나와 아랫길로 계속 내려오면 올림픽 경기장이 모습을 드러낸다. 경기장으로 가는 길목에 오렌지 나무가 탐스럽다. 가로수로 심어둔 거라 맛은 없다지만 싱그러움이 길거리 곳곳에 머문다. 가면서 길거리 구경을 한다. 한적하다 못해 적막이 감도는 이 곳엔 그리스의 대통령과 주요 인사들이 거주하는 모양이었다. 관공서일수도 있고... 내가 그렇게 추측했던 이유는 건물 곳곳에 군인이 배치되어 집 앞을 지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건물 맨 꼭대기에는 그리스국기가 펄럭이고 있기도 했으니 내 추측에 점점 더 확신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골목길을 구경하며 내려오니 내 앞으로 탁트인 경기장이 모습을 드러낸다. 아, 크다. 이 곳에서 최초의 올림픽 경기가 진행 된 줄 알았는데 착각이었다. '고대올림픽경기장'은 그리스의 엘리스(펠로폰네소스반도)라는 지역에 있고, 이 경기장은 제 1회 올림픽이 열린 장소였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아... 대단하다. 고대의 사람들은 어떻게 벤치를 깎고 만들어서 거대한 건축물을 제작할 수 있었을까.' 라고 생각했으니 모르는만큼 생각은 부족하기 마련이다.


올림피아의 주신(主神)인 제우스에게 올리는 제전경기로 출발한 올림픽은 전성기에 13개의 종목이 있었다. 이후 소년경기가 추가되어 경주, 레슬링, 복싱, 5종경기, 판크라티온(이건 뭐지...)등을 겨뤘다고한다. 레슬링과 복싱이 기원전 708년에도 있었다는 것이 그저 놀랍다. 개인적으로 누구 때리는건 내가됐든 남이됐든 좋아하지 않는 관계로 저런걸 누가 왜 시작했는지 알 수는 없다만, 한편으로는 전차경기처럼 기구를 이용하는 것 보다 몸자체로 싸우는게 더 쉽게 종목으로 채택 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여담이지만 작년 리우 올림픽 때 트램펄린경기를 봤던 기억이 떠올랐다. 방방, 퐁퐁 등의 이름이 더 익숙한 트램펄린은 선수가 높이 뛰어서 공중기술을 선보이면 점수를 획득한다. 선수들 중 유독 내 눈길을 끄는 선수의 이름이 있었으니 중국선수 '둥둥'이었다. 리우올림픽 트램펄린 은메달을 획득한 선수인데 올림픽 이야기만 나오면 나는 그 선수의 이름이 먼저 생각난다. 그만큼 종목과 선수의 네이밍이 맞아떨어지는 경우가 있을까.





막상 경기장 안을 들어가보면 웅장함 이외의 감동은 느끼기가 어렵다. 아마 스포츠 덕후인 남편이 봤다면 달랐을까, 나는 아무래도 틀린 것 같았다. 사실 고대의 올림픽에선 오직 육체적인 경기만 겨뤘던 게 아니었다. 예술가와 철학자가 모여 예술과 시가, 연극 등을 겨루기도 했다하니 어쩌면 이 경기장이 올림픽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고 보긴 어려울 수도 있다. 아마 그런 것들을 볼 수 있었다면 나도 올림픽에 좀 더 관심을 가졌을 지 모른다.  






얼른가자

- 배고프니까



출출해졌다. 경기장을 나와 올림픽 본부로 사용되었던 자피온과 제우스 신전을 뒤로하고 아크로폴리스 쪽으로 이동한다. 사실 제우스 신전을 들어가려 했으나 문이 잠겨있었다. 철문 너머로 개 한마리가 신나게 뛰어놀고 있던 제우스 신전은 아크로폴리스의 파르테논 신전보다 규모면에서 훨씬 컸을 것으로 상상되었지만 그게 다였다. 평지에 있던 제우스신전은 아크로폴리스에 있는 파르테논신전보다 전쟁에 노출되기 쉬웠을 것이다. 그래서 별로 남은게 없다. 고로 밖에서 보고 만족하기로 타협한다. 배고팠다.

 


자피온(Zappeion)
제우스신전



제우스 신전을 지나니 아크로폴리스로 들어가는 골목길이 보인다. 오늘은 아크로폴리스에 볼 일이 있는게 아니니 일단 식당이 많은 우측 골목으로 빠진다. 계속 내려가다보면 여기저기서 호객행위가 이루어진다. 늦은 점심 이른 저녁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북적인다. 이럴 때 주의해야할 것은 무엇?! 나의 가방이다. 가방을 앞으로 하고 적당히 호객행위에 응해주며 메뉴를 살펴본다.


메뉴도 메뉴지만 식당주인의 인상도 살폈다. 삐삐사건의 택시기사와 닮진 않았는지(사건 내용은 전편 참고, 그는 가가멜을 닮았다.), 한 개라도 더 팔아먹으려 애쓰지는 않는지, 눈코입의 물리적 조합이 훈훈한 인상을 주는지 등등은 메뉴와 별개로 식당을 고르는 데 있어 아주 중요한 요소였다. 어차피 그리스 음식에 대한 사전지식도 없고 들어가서 익숙한 식재료로 만든 음식을 주문하여 맛이 있든 없든 먹게될 것이었다. 그럴때 중요한 건 함께 있는 사람이었다. 좋은사람들 틈에서 식사를 하면 맛이 없어도 어느정도 기분 좋게 먹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한 레스토랑에 들어가기로했다. 메뉴판을 보자 나이가 지긋한 할아버지가 천천히 살펴보란 이야기를 했다. 보통 여행객이 메뉴판을 살펴보면 이런 메뉴 저런 메뉴를 추천하기 마련인데 그의 말에서는 여유가 느껴졌다. 야외에 넓은 테라스가 있었고 볕도 좋았지만 나는 실내로 들어왔다. 실내에서 식사를 해야 마음이 더 편안했다. 그리고 아늑한 실내에서 오후의 볕이 나지막히 내리쬐는 테라스를 보는 건 더 편안했다. 








뚱보고양이

- 셔틀버스를 기다리며



거하게 음식을 먹고나서 숙소 셔틀버스가 있는 신타그마광장으로 소화도 시킬 겸 걸어간다. 수블라키가 생각보다 양이 많았다. 한국에서의 수블라키를 생각하고 샐러드까지 시켰으니 배부른 것은 물론이요, 등이 열릴 것만 같았다. 가는 길에 하드리안의 문을 바라본다. 로마황제였던 하드리아누스가 방문한 것을 기념하여 이 문이 생겼다. 당시 그리스인과 로마인의 지역을 구분하는 문이었는데 지금 보면 1900년동안 서 있다는게 신기할 정도다. 탄탄한 기둥이 구조물을 잡고 있는 것도 아니고 장정 여럿이 툭 밀면 넘어갈 것 같이 생겼으니 말이다. 



하드리안의 문 (Hadrian's Arch)
국립정원의 입구



셔틀버스 정류장에 조금 일찍 도착했더니 정류장 인근에 뚱보고양이 한마리가 딱 기다리고 있다. 국립정원의 입구앞이었던지라 버스를 기다릴 겸 잠시 정원에 들어가봤다. 길쭉한 야자수가 반겨주는 정원입구에서 사진한장 찍고있으니 뚱보고양이가 따라들어온다. 그리고 내 앞에 앉았다. 사진기에 찍히고 싶은 모양인지, 포즈도 아주 안정적이다. 어제도 느꼈지만 이곳의 개와 고양이들은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그래서 사진찍기에 최적화되어있다. 그래, 너도 한장 찍어서 데려가야겠다. 


뚱보고양이를 찍어주고 잠시 정원을 둘러본 뒤 다시 셔틀버스 정류장에 왔더니 아까봤던 뚱보고양이가 길거리 좌판 앞에서 음료수를 탐내고 있다. 이쯤되면 운명의 데스티니(?)인가 싶어 재차 확인해봤더니 역시 녀석이 맞았다. 음료수를 한참 보고 있다가 본인의 아지트인 냉장고 뒷쪽으로 훌쩍 넘어 들어갔다. 그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해서 재빨리 사진기를 찾아 찍었다. 아테네에서 인상적인 것들이 많았지만 이 장면은 참을 수 없는 귀여움으로 기억되었다. 



포즈 취해줄 때 찍어라
나도 음료가 마시고 싶다옹



셔틀을 타고 이 날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어스름히 어둠이 내려올 때 즈음 숙소에 귀가해서 침대에 널부러졌다. 아까 수블라키와 함께 마신 모스키토와인이 이제서야 목을 타고 머리를 휘감았다. 이 기분이 좋다. 푹 잘 수 있을 것만 같으니 말이다. 남편이 오기 전까지 잠시 눈만 감고 있어볼까... 그는 언제 올까, 할 이야기가 많은 밤이었다.






[여담] 

이번 편 연재가 정말 많이 늘어졌다. 여행을 다니면서 여행지에 있는 영어해설을 어느정도 참고 한다지만 한계가 있어 다시 책과 인터넷으로 검색하는 과정을 반복하다보니 이렇다. 여행작가들은 정말 대단하다. 어떻게 그렇게 박식할 수 있는지 알고싶다. 다들 나와 같은 과정을 거치고 있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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