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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놀우 Feb 09. 2022

#7 방사선 치료

등산

 서울대병원의 신경외과 의사는 방사선 치료를 선호하지 않았다. 왜 선호하지 않는지는 말을 해주지 않아 알 수가 없었다. 자신 없어하는 그를 믿을 수 없어 병원까지 옮겼지만, 세브란스병원에서는 흉추에까지 암세포가 발견되었으니 방사선 치료를 당연히 해야 된다고 했다. 의사마다 말이 다르니 이번에도 내가 직접 찾아볼 수밖에 없었다. 자료를 찾아보니 방사선 치료를 하면 주변 부위가 유착이 되어서 나중에 수술을 할 때 문제가 생길 수가 있다고 했다. 무슨 문제가 생기는 건지 정확히는 알 수는 없었지만, 그런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해서 방사선 치료를 거부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식단 조절과 생활 습관 개선 때문에 몸 컨디션 자체는 좋았다. 하지만 흉추 암세포 발견으로 인해 방사선 치료 말고도 뭔가를 더 조치해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체 의학 선생님에게 물었다.

"제가 뭘 더 할 수 있을까요?"

"운동해야죠"

"무슨 운동이요?"

"허리에는 등산이 최곱니다"

 

 암 치료 관련한 책을 찾아보면 대부분 어김없이 산에 대한 내용이 등장한다. 병원에서도 포기한 환자가 항암치료를 거부하고 산에 들어가서 나물 캐고 살았더니 암세포가 깨끗하게 사라졌다더라. 이런 류의 이야기. 꽤나 그럴듯한 이야기이다. 암세포는 혐기성 세포라 산소를 싫어한다. 그래서 산소가 많은 산에서 사는 건 암환자에게 손해 볼 리 없는 장사다. 그렇다고 산에만 간다고 모든 암환자가 완치되는 것은 아니다. 


 집이 왕십리 근처라 가장 가까운 산은 아차산이었다. 그래서 그곳으로 갔다. 서울에서 20년 넘게 살았음에도 한 번도 가지 않았던 산. 도봉산, 북한산, 수락산은 여러 번 가보았어도 아차산은 낮은 산이라 가볼 생각을 못 했다. 막상 가보니 생각보다 괜찮았다. 낮아서 그리 힘들지 않았고, 용마산, 망우산과 연결되어있어서 가볍게 등산하기에는 최적의 산이었다. 확실히 등산이 몸에 좋다는 것이 느껴졌다. 다리에 근육도 붙는 느낌이고, 무엇보다 공기가 좋았다. 서울 한복판에 있는 산이라 외곽에 있는 산보다는 덜하겠지만 그래도 산에 있으면 공기가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만큼 서울 시내의 공기질이 안 좋다는 뜻 이리라.


 용마산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서울 시내는 좋았다. 다닥다닥 붙어있는 아파트와 빌라. 굉장히 밀도가 높다. 저 중에 내 집은 없었지만, 언젠가는 저기에 있는 집을 내가 소유할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려면 오래 살아야 했다. 제발. 나에게도 늙을 수 있는 기회가 오기를. 산에 오를 때마다 빌었다.


 방사선 치료는 총 10회였다. 배와 옆구리에 매직으로 십자 표시를 했다. 십자 표시가 방사선 치료할 때 기준이 된다. 그 십자 표시는 방사선 치료가 끝날 때까지 지워지면 안 됐다. 가을 초입이었지만 아직은 더울 때였다. 운동을 하고 난 뒤 비누칠 없이 씻어야 하는 게 고역이었다. 방사선 치료 자체는 아무 느낌이 없었다. 그냥 MRI나 CT 찍듯이 그냥 누워있으면 되었다. 방사선을 내 요추와 흉추에 있는 암세포에 쏜다고는 하는데 정작 나는 아무 느낌이 없으니 치료가 잘 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암에 걸리고 MRI와 CT, 수술, 방사성 요오드 치료, 방사선 치료까지 몸을 너무 혹사시켰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CT는 몸에 굉장히 안 좋다고 했다. CT 찍을 때마다 투여하는 조영제도 몸에 좋을 리 없었다. 그래서 방사선 치료가 끝나면 공기 좋은 데에서 요양하기로 결심했다. 이번에 전이를 막지 못하면 정말 끝이라는 간절함이 컸다. 하지만 비용이 문제였다. 식사가 제공되는 요양원은 몇 백만 원 수준이었다. 그래서 식사를 포기했다. 그냥 숙소만 알아보니 괜찮은 곳이 제법 있었다. 고향 광주와 가까운 곳에서 숙소를 찾았다. 장성 축령산 편백나무 숲에 있는 곳이었다. 암환자들이 월 단위로 많이들 묵는다고 했다. 밥과 반찬은 어머니가 광주에서 며칠에 한 번씩 공수해주시기로 했다. 비용은 60만 원. 이 정도면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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