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이 있는 비유

삶에서 통찰을 찾은 사람들 <사진:양구펀치볼마을 블로그 펌>

by 루파고

그 좋아하는 독서가 귀찮을 때가 있다. 만사 귀찮은 거다. 어릴 때 어머니께서 하신 말씀이 있다. 만사 귀찮아지면 죽을 때가 된 거라고 말이다. 그만큼 정신 바짝 차리고 매사에 열심히 살라는 의미인데 마침 죽을 때가 됐는지 손가락 까딱 하는 것도 귀찮은 거다. 나도 모르게 피식 웃어버리고 만다. 귀찮음을 이겨낼 수 있었던 건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하니 있는 걸 견디지 못하는 성격 때문이다. 이 년 전만 해도 멍 때리기가 대유행을 했을 정도로 마음의 쉼, 뇌의 쉼을 중요시했을 정도였는데 내겐 나 자신이 절대 허락하지 않는 강박증인 것이다. 가만히 있으면 살아있는 것 같지 않아서다.

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TV를 보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다큐멘터리 같은 프로그램을 찾아 채널을 돌리기 시작했다. 어차피 잘 보지도 않는 TV 속 연예 프로그램들 중 아는 것도 거의 없어서 채널은 순식간에 한 바퀴를 돌고 말았다. 볼 만한 프로그램이 없었던 거다. 그러다 우연히 잡힌 KBS의 <공감>이라는 프로그램의 스페셜 영상이 채널 회전을 멈추게 만들었다. 시래기 수확 현장을 담은 영상이었다. 코로나가 발병하기 전인 2018년 가을부터 촬영한 것이다. 고단한 노동임에도 그 자체가 즐겁고 뿌듯하여 희열을 느낀다는 아주머니들의 인터뷰가 언제 얼었는지도 몰랐던 내 가슴을 녹여 알 수 없는 액체를 똑똑 흘려냈다.


하루는 길고 일 년은 짧다

- 노동은 힘들지만 세월은 짧게 느껴지는 것


KBS 공감 스페셜 양구 펀치볼 마을의 시래기 수확을 다룬 휴먼 다큐멘터리에서 나온 멘트였다.


이 멘트를 적어놓고 보니 엊그제 어떻게 해서든 챙겨 보는 프로그램인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메모해둔 글이 생각났다.


채반에 물을 붓고 그걸 막으라 한다

- 정부의 빈 틈 많은 정책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단칸방의 유령들 편에서 사회복지사가 우리나라 복지정책의 문제점을 들어 표현한 멘트였다.


삶의 철학은 한 분야에 오래 머문 사람들의 생각에서 나오기 마련이다. 통찰력은 그런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것이다. 득도라는 것도 그렇다고 들었다. 불교에서 말하길, 평생 농사만 짓다가도 도를 깨우칠 수 있는 것이라 했다. '도를 아십니까?'를 묻고 다니는 사람들은 절대 모를 일상에서 깨우친 삶의 철학은 한 분야에서 다려진 지고지순한 한 방울의 액체 같은 것이다.

나는 과연 득도할 수 있을까? 통찰을 말하는 것이다. 영어로 말하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말하는 insight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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