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찾아온 여유에 멘붕.
쉬면 병이 나는 체질이다. 나는.
쉬면 불안하다. 나는.
오늘 딱히 바쁜 일이 없다.
그래서 불안하다.
여유가 두려운 것도 아닌데 안절부절인 이유가 뭔가?
난 그래도 바쁜 게 좋다.
몸이 너덜너덜해져도 기분은 후련하니까.
정신없이 지내다 보면 삶의 만족도가 높아진다.
그런 성격 때문인지 난 뭐든 몸으로 부대끼는 걸 좋아한다.
스포츠 경기 관람 같은 건 내게 잘 맞지 않다.
꽂히는 순간 시간 가는 걸 모른다.
그렇게 해서도 뭔가 해야 할 게 없다면 어떻게든 꽂힐 거리를 찾아내고 만다.
두려움을 이겨내는 방법인 거다.
아마도 그런 문제가 지금의 글쓰기란 행위를 만들어낸 것인지도 모르겠다.
지하철을 타도, 화장실에 앉아 있어도, 지금처럼 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릴 때도
난 그냥 넋 놓고 있거나 게임 같은 걸 하면 시간을 허비하는 걸 할 수 없다.
시간보다 아까운 게 없다는 걸 이미 너무 어린 시절 깨우친 탓이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뭔가에 특출 나거나 한 건 없다.
다만, 아까운 시간을 어떻게든 잘 활용하려 노력한 것 때문인지
깊이는 얕아도 잡다하게 익힌 것이 많고 또 그 덕에 소설이란 걸 쓰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오늘도 원치 않게 일찍 도착한 김포공항에서
제주행 비행기 탑승을 기다리며 영혼 빠진 글질을 한다.
짧은 글이지만 역시 발행을 누른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