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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Aug 01. 2022

63.갈치낚시 취미로 시작된 갈치전문점

제주도 로컬인 서프로님 추천 맛집 중 하나

맛없는 걸 비싼 돈 내고 먹을 때의 짜증이란...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슷한 생각을 할 거다.

제주도에 와서 먹고 가지 않으면 섭섭한 음식들이 몇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제주도 은갈치 요리 아닐까?

한창 갈치 요리가 유행을 할 당시 제주도 모 은행 지점장에게 갈치 요리를 대접받은 적이 있었는데 맛은 인정하지만 가격이 어마 무시해서 나 같은 서민에겐 어려운 메뉴라는 걸 실감하고 돌아온 적이 있다.

과연 내 돈 주고 편안하게 먹을 수 있는 요리일까 싶지만 갈치 자체가 워낙 몸값이 비싼 녀석이라 어쩔 수 없다. 제주도 집에 가면 냉동실 안에 항상 갈치가 있기 때문에 밖에 나가 사 먹을 일도 없는 편이긴 하다. 두 가지 조건 때문에 5년 이상 제주도에서 갈치 요리를 사 먹은 적이 없다. 물론 횟집에서 부요리로 나오는 경우를 제외하곤 말이다.


이번에 김도희의 갈치창고에서 재밌는 이야기를 여러 가지 전해 들었다. 제주도 내려오기 전까지만 해도 탈모 문제가 심각했었는데 이젠 자존심을 되찾았다고 말이다. 갈치 덕분이라고 한다. 서울 서초동의 나의 단골 장어구이집 사장님도 같은 이야기를 했었는데 뭔가 공통점이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고단백의 생선이 탈모 예방에 탁월한 효능이 있다는 걸... 머리카락은 순 단백질 덩어리 아니던가? 그렇다면 탈모인이여 갈치를 먹어라. 여기 사장님의 검증된 탈모 탈출기가 그것이니까.


오랜 단골인 서프로님 덕에 이 식당 사장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한참 이야기를 나누던 중 책 한 권도 가져와 보여주기도 하셨고, 허접하지만 몇 권의 소설을 쓴 작가라는 것도 오픈하고 말았다. 어디 가서 그런 이야기를 잘하지 않는 편인데 허심탄회하게 열고 말았다.

그러다 보니 서로의 과거 이야기가 오갔고 사장님이 원래는 인천의 모 학교에서 국어 선생님을 하셨고, 조기 명퇴를 한 뒤 제주도에 내려와 취미인 갈치낚시에 열중했고, 급기야 애월에서 아내분의 성함을 따서 <김도희의 갈치창고>라는 식당을 열었다고 한다. 코로나 상황임에도 성업이 되어 현재 위치인 제주시에 자리를 잡았다고 한다. 두 분 다 전라도가 고향이라 음식 솜씨는 기본은 하는 편이었고 역시 좋은 평을 받은 듯하다. 요리가 취미인 나와 요리 성향이 비슷한 것도 감동이었다. 내 주방엔 미원, 다시다, 설탕이 존재하지 않는다. 소금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그렇게 해도 여느 식당 이상의 맛을 내기 때문에 내 주방을 루파고 식당이라고들 한다. 각설하고 김도희의 갈치창고는 단골층이 두터운 곳이다. 광고 같은 건 일절 하지 않았다고 한다. 운이 좋아 모 인플루언서가 우연히 방문해 말도 안 하고 글을 써주는 덕에 초반부터 자리를 잡았다고 하는데 기본적으로 맛이 있었기에 가능하고, 신선도와 저렴한 가격 때문에 가성비와 가심비를 모두 잡은 것이 아니었을까?

오죽하면 서프로님도 한 달에 몇 번이나 간다고 하니 말이다.

사장님은 식당을 시작한 후로 갈치 낚시를 자주 다니지 못하여 친구들이 잡아서 공급해 준다고 한다. 하루에 백 마리 정도만 판다고 하니 늦게 가면 갈치가 떨어져 못 먹을 수도 있다.

사진 보면 왜 선도가 뛰어나다고 하는지 알 수 있다.



비가 많이 와서 건물 사진은 찍지 않았다. 교통이 편한 곳이 아니라 단골이 아니라면 찾아오기 불편한 장소인데 그래도 손님을 꾸준히 이어지고 있었다. 주차는 기가 막히게 편하다.

식당에 들어서니 먼저 도착한 서프로님이 미리 주문을 하고 상을 차린 후였다.


메뉴판을 보면 알 수 있다. 제주도 어디 가도 이런 가격은 본 적이 없다. 여기서 선도와 맛만 받쳐 주면 되는 건데 내가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다는 건 이미 만족했다는 뜻이니...



먼저 갈치조림이 나왔다. 볼이 깊어서 갈치가 보이지 않는다. 여긴 갈치 한 마리가 통째로 들어갔다. 먹어보면 알겠지만 갈치조림에 들어간 갈치도 기가 막히다. 



요즘 바빠서 낚시를 못 다니는데 갑자기 갈치 낚시가 당기기 시작했다. 난 주로 벵에돔 낚시를 다니는 편인데 여기 사장님은 마니아 수준의 갈치 낚시꾼인지라 갈치에 대한 조예가 깊었다. 그리고 이 게시판은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가 없었다. 그리고 용가리 1호보다 더 큰 갈치도 많이 잡아 보셨다고 한다. 2kg이 훨씬 넘는 녀석들 말이다. 두께가 엄청나다고... 나도 그런 거 먹어보고 싶다.



갈치구이도 나왔다. 역시 통으로 나온다. 절대 갈치의 고소한 참맛을 잃지 않게 짜지 않게 구웠다.



요렇게 직접 뼈를 발라 준다. 이건 정말 편한 시스템이다. 밥 한 숟가락 떠서 숟가락을 내밀어 보라 하셔서 시킨 대로 하니 이렇게~



이제 먹을 준비 끝!



이제 흡입 시작이다.



갈치로 건배도 좀 해 주시고~



먼저 갈치구이를 먼저 흡입한 후 갈치조림을 떴다. 간이 덜 밴 것부터 먹는 게 순서니까 말이다.



사실 이 사진이 위에 나와야 하는데... ㅋㅋ 사실 안주보다 술이 먼저라.



살이 도톰하다. 그리고 꼬리까지 한 마리가 다 들어간 걸 알 수 있었다. 이 녀석은 바로 소주를 부르는 안주. 당연히 한라산 21년산이 준비됐다.



갈치갈비. 고등어갈비로 술안주를 하던 학생 시절이 기억났다. 역시 갈치가 크니 갈비도 먹을 게 많다. 집에선 이렇게까지 안 먹었는데...



고래회충 이야기를 이 사진을 빌어 써 보련다. 갈치는 잡자마자 내장을 따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고래회충이 내장을 뚫고 나와 두껍고 질긴 내장 벽을 뚫고 살을 파고든다. 고래회충은 숙주의 생명이 꺼져가는 것을 알고 살을 파고든다고 알려져 있다.

내장 벽을 보면 알 수 있다. 이렇게 깨끗하다는 건 생물일 때 내장 정리가 된 걸 의미한다.

오 년 정도 된 것 같은데 부산 금정산에서 막걸릿집에 들러 낮술을 하는데 아주머니가 서비스라며 갈치회를 준 적이 있었다. 한 점을 먹은 후 보니 뭔가 꿈틀거리는 게 있었다. 바로 고래회충이었다. 서비스로 받았지만 어찌 그걸 먹을 수가 있을까? 비위가 강한 나도 쉽지 않아 일행을 끌고 나오고 말았던 기억이 있다.





제주도에 많고 많은 게 갈치요리 전문점이다. 유명하지만 관광객이 타서 바글바글한 식당보단 김도희의 갈치창고가 낫다. 언젠간 여기도 관광객이 미여 터질 상황이 올 수도 있겠지만 돈 버는 것보단 식당 운영이 재밌다는 전직 국어교사 사장님의 철학을 믿어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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