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모험 제6화 - 미치광이의 정체

by 루파고


계단엔 아이들의 비명소리가 울려 퍼져 더욱 무섭게 들려왔다. 대원들은 신경 써서 목소리를 낮춰 말했지만 안에 있던 미치광이 남자는 밖에서 아이들 목소리가 나는 것이 이상해서 문을 열어 본 것이었다. 의진이가 비명을 지르다가 올려다본 미치광이 남자는 시끄러운 비명 소리에 귀가 아픈지 두 손으로 귀를 막은 채 아이들을 내려다 보고 서 있었다. 잠시 후, 미치광이 남자는 한 손으로 동구의 어깨 위에 손을 올렸다. 그러자 동구는 그 자리에서 몸이 굳어진 상태로 비명조차 뚝 그친 채 그를 말똥말똥 쳐다보고만 있었다. 동구는 미치광이 남자가 자기를 어떻게 공격할지 걱정이 돼서 최대한 침착해지려고 노력하는 중이었다.

“너희들 누구니? 아직도 견학생이 있는지 몰랐네?”

미치광이 남자의 목소리는 하나도 괴이하거나 이상하지 않았다. 아니! 이상하다기보다는 선생님들 목소리처럼 자상한 것 같았다.

“저…… 저희는 도도도 독수리 오 남매예요.”

동구는 진택이처럼 말을 더듬으며 대답했다.

“뭐? 독수리 오남매? 하하하하!”

미치광이 남자는 한참을 웃었다. 그는 성진의 망토를 보고서야 아이들의 정체를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알겠어. 알겠어. 무슨 말인지. 하하하. 그런데 너희들 이 시간에 여기서 대체 뭐 하는 거니?”

“아~ 아저씨 혹시 미…… 미~ 미친 사람인가요?”

의진이 역시도 말을 더듬으며 물었다. 의진이의 다짜고짜 엉뚱한 질문에 미치광이 남자는 말을 잇지 못하고 멍하니 아이들을 쳐다보았다.

“너희들 혹시 저기 동네 사니?”

“거기는 아니지만 근처에 살아요.”

의진이가 먼저 대답했다.

“너희들은 아저씨가 미친 사람으로 보이는 거니?”

미치광이 남자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그그 그건 아닌데 미친 사람으로 보이지는 않는데, 치치~친구들이 아저씨를 미치광이라고 했어요.”

이번에는 동구가 대답했다.

“안 그래도 동네에서 그런 소리가 들리기는 하더니~ 그런데 너희들은 여기에 무슨 일이니?”

미치광이 남자의 질문에 동구는 의진이 눈치를 살폈다. 아마도 의진이의 눈빛은 사실대로 말하라는 것 같았다.

“저희는 사실 아저씨가 정말 미친 사람인지 알고 싶었어요. 이번 여름방학 마지막 모험이거든요.”

“그래? 아저씨는 미친 사람 아닌데 어쩌냐? 실망스러워서~”

미치광이 남자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실망스럽지는 않아요. 그런데 아저씨는 왜 밤늦게 여기에 오시는 거예요? 그것도 날마다 말이에요.”

의진은 눈을 얇게 뜬 표정으로 미치광이 남자를 살펴보았다.

“내가 매일 여기 오는 걸 어떻게 알고 있니?”

미치광이 남자는 동구, 의진, 성진을 번갈아 보았다.

“사실 벌써 며칠째 아저씨 자전거를 따라왔어요. 힘들었지만요.”

동구는 쭈뼛거리며 말했다.

“그래? 너희들은 내가 여기 왜 오는지 궁금하다고 했지? 그럼~ 아저씨가 오늘 너희들 모험의 마지막을 멋지게 선물해줘야겠구나. 너희들 말이야, 천체망원경으로 우주의 별들 구경 한번 해 보겠니? 밤에 봐야 더 잘 보이거든. 아저씨는 그래서 밤에만 나오는 거야. 그리고 오늘도 가을이 다가와서 그런지 평소보다 별이 더 잘 보이는구나. 어때? 한번 보여줄까?”

미치광이 남자의 말에 동구는 의진이와 성진이에게 고갯짓을 했다. 동구, 의진, 성진은 미치광이 남자의 설명에 완전히 정신을 팔린 채 귀를 쫑긋 세웠다.

“얘들아. 여기엔 지름 508mm 천체망원경이 있어. 너희들이 사진으로만 보던 성운, 성단, 은하 등 머나먼 우주의 모습을 관측할 수 있지. 물론 너희들이 원한다면 지금 당장에라도 구경시켜줄 수 있고, 한눈에 뭔가를 보길 원한다면 플라네타리움에서 돔 스크린을 통해서 계절별 별자리와 천체 우주 관련 영상을 보여줄 수 있단다. 낮에 오면 태양 흑점도 구경할 수 있어. 멋지지 않니? 그리고 이 망원경이 대단한 성능은 아니지만 인간의 눈으로 보는 능력의 약 5천 배 이상의 빛을 모을 수 있는 녀석이란다. 컴퓨터에서 세팅을 해 두면 어떤 천체라도 자동으로 추적이 가능하지. 너희들! 달나라 이야기 많이 들어봤지?”

독수리들은 미치광이 남자의 질문에 대답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그가 말하는 것이 모두 신기하기만 했다. 특히 성진이는 이미 푹 빠져 버린 상태였다.

“그래! 어릴 때부터 많이 들어봤을 거야. 너희들은 잘 모르겠지만 우리는 달의 뒷면을 처음 본 게 불과 54년 밖에 안됐어. 그러니까 음. 1959년에서야 러시아가 옛날 소련이라는 공산국가일 때 무인탐사선 루나 3호가 촬영해 온 사진 덕분에 처음 보게 된 거지. 우리나라는 2020년이나 되어야 달 탐사선을 쏘아 올릴 수 있을 것 같아. 이미 우리나라 기술은 한참 뒤처져 있어. 아마 너희 같은 녀석들이 우리나라 과학을 이끌고 나갈 수 있을 거라 믿는다. 그리고 너희들은 한 국가적인 마인드보다는 전 세계적인 글로벌 마인드, 아니 더 나아가서 전 우주적인 마인드를 가져야 한단다. 너희들~ 달나라에 관한 동화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있을 거야. 우리는 호랑이에게 잡아 먹힐 뻔했던 오누이가 하늘에서 내려준 동아줄을 타고 올라가서 오빠는 해가 되고 여동생은 달이 됐다고 하는 옛날이야기 들어봤을 거야.”

“네. 맞아요. 호랑이는 썩은 동아줄을 잡고 오누이를 잡아먹으려고 하다가 떨어져 죽었어요.”

성진이가 신이 나서 급히 대답했다. 아는 이야기가 나와서 아는 척을 한 것이다.

“그래. 네가 잘 맞췄구나. 너희들 중국하고 일본에서는 달나라에 대해 어떤 전래동화가 있는지 들어본 적 있나 모르겠구나.”

미치광이 남자의 말에 독수리들은 서로의 표정을 확인했다. 다들 들어본 적도 없었지만 단 한 번도 생각조차 해 본 적이 없었다. 미치광이 남자는 독수리들을 둘러본 후 다시 말을 이었다.

“일본에서는 대나무 숲에서 달나라 공주 가구야가 발견된 이야기가 있고, 중국에는 전설적인 궁수가 태양을 쏴서 떨어뜨리고 죽지 않는 약을 두 개 받았는데 싱아라는 궁수의 아내가 혼자 다 먹고 달나라로 도망가 버렸다는 이야기가 있어. 아~ 그런데 싱아는 예쁘게 생겼었는데 못생긴 두꺼비로 변했다고 하더라~”

미치광이 남자는 우주에 대한, 특히 달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고는 독수리들의 호기심 어린 표정을 보고 즐거워했다. 그리고는 다시 말을 이어갔다.

“그런데 너희들은 독수리 오남매라고 하더니 왜 세 명밖에 없는 거냐? 그리고 오늘은 너무 늦지 않았어? 부모님께서 걱정하시겠다.”

“부모님은 괜찮아요. 항상 저희 다섯이 모여서 다니니까 크게 걱정은 안 하세요. 저희가 위험한 모험을 하게 되면 석천이 아빠가 같이 가 주시거든요.”

“그렇다면 아저씨는 위험한 사람이 아니로구나? 이놈들~ 이제 아저씨는 다시 미쳐야겠다!”

미치광이 농담을 하더니 남자는 한참을 웃어댔다.

“아저씨. 혹시 저희는 아저씨를 어떻게~ 뭐라고 불러야 하는 건가요? 저희는 지금까지 아저씨를 미치광이 남자라고 불렀거든요.”

의진이가 물었다.

“아저씨는 천체물리학자야. 아저씨는 이래 봬도 박사야. 박사. 그러니까 음~ 우박사님이라고 부르면 되겠다. 다들 그렇게 부르고 있으니까. 너희들 친구 두 명은 어디 있니? 밖에 있으면 얼른 올라와서 같이 보자고 해라. 그리고 이제는 집에 가야지.”

미치광이 남자였던 우박사가 말했다. 동구는 건물 밖으로 나와 석천이와 진택이를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아마 창고로 들어간 것 같았다. 역시 창고 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동구는 랜턴을 켜서 창고 안을 비춰 보았다. 이번에는 다시 계단이 있었다. 동구는 자신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 기분이 좋아졌다. 그런데 다른 아이들이 보이지 않았다. ‘계단으로 내려간 걸까?’ 동구는 걱정이 되어 의진이에게 알리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진택이 전화는 의진이가 가지고 있었고, 박사님에게도 말하는 것이 낫겠다는 판단이었다.

“박사님. 친구들이 보이지 않아요. 창고로 들어간 거 같아요.”

헐레벌떡 건물 안으로 뛰어 들어온 동구가 거친 호흡을 하며 말했다.

“무슨 창고? 혹시?”

동구의 다급한 말에 미치광이 남자 우박사가 무언가 알고 있는 듯한 목소리로 물었다.

“저기 밑에 조그만 창고요. 할아버지가 거기 들어갔다가 나오는 걸 봤거든요. 거기에 다시 계단이 나타났어요.”

동구의 말에 우박사는 매우 놀라는 눈치였다.

“혹시. 너희들 그 계단으로 내려간 적이 있는 거니?”

“아니요.”

아이들은 동시에 대답했다.

“그럼. 너희들 말고 또 누가 이 사실을 아는 거니?”

우박사의 얼굴은 매우 하얗게 질려갔다.

“저희들밖에 몰라요.”

“그렇다면 빨리 네 친구들을 찾아보자.’

“왜 그러세요? 거기 들어가면 위험한가요?”

의진이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음~ 위험한 건 아니지만 일단 너희들은 모르는 게 낫다. 친구들 중 혹시 전화 가진 친구 있으면 빨리 전화해봐라. 그 안에 들어가지 않았다면 좋겠다만……”

우박사는 말끝을 흐렸다. 의진이는 진택이가 맡겨 둔 스마트폰을 꺼내 석천이에게 바로 전화를 걸었다.

“슈팡~ 슈팡 슈팡 슈팡~ 우렁찬 엔진 소리~”

석천의 전화는 독수리 오형제의 주제곡을 울리고 있다. 노래 한 곡이 다 재생되었지만 석천이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모두들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의진이는 문자도 보내고 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이제는 다른 소리가 흘러나왔다. 고객이 전화를 받지 않아~

“우박사님. 친구들이 계단으로 내려간 것 같은데요. 지하라서 전화가 안 터지는 게 아닌가 싶어요. 전희도 내려가 봐야겠어요. 걱정돼요. 119에 전화라도 해야 할까 봐요.”

“아니야! 아냐! 일단, 조금 더 전화를 해 보고 결정하도록 하자.”

우박사는 119라는 소리를 듣자 황급히 아이들을 말리며 말했다. 의진이는 세 차례 더 전화를 시도했지만 전화기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같은 말뿐이었다.

“우박사님. 안 되겠어요. 제가 내려가 볼게요. 일단 여기 두 친구들 좀 맡아 주세요.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긴다면 119에 바로 전화하게요.”

사실, 동구는 우박사가 뭔가를 감추고 있다는 것을 느낌으로 알 수 있었다. 동구는 일부러 다시 119를 언급하면서 우박사의 반응을 보고자 했던 것이었다.

“음~ 그럼 이렇게 하자. 내가 계단으로 내려가서 친구들을 찾아볼 테니 만약 내게 문제가 생기면 119에 전화를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우박사의 제안에 동구는 의진이를 보았다. 의진이는 역시 동구가 생각했던 대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럼 저희는 창고 앞에서 기다리도록 할게요. 우박사님! 저희 친구들을 부탁드릴게요.”

우박사는 수긍 했다. 그의 약속대로 동구, 의진, 성진은 창고 입구에서 우박사가 계단을 내려서는 것을 지켜보고 섰다. 한 계단, 한 계단. 우박사는 계단을 조심스럽게 내려갔다. 우박사의 손에 들린 동구의 랜턴은 지난번처럼 계단 끝까지 비추지 못했다. 동구는 계단의 끝을 가늠하기 힘들었다. 얼마 후 랜턴의 불빛과 함께 우박사의 모습이 사라져 버렸다.

“우~”

우박사를 소리쳐 부르려는 동구 입을 의진이가 급히 막아버렸다.

“누가 있는지, 아이들이 어떤 상황인지 모르니까 일단 우박사님을 기다려보자.”

의진이가 아주 조용하게 말했다.

“의진아. 우박사님이 좀 이상하지 않아? 이 계단도 이상하긴 한데 우박사님은 뭔가 알고 계시는 것 같아. 내 눈을 의심한다는 것이 이상하지만 이 계단은 거짓말 같잖아. 여기 봐봐. 그 날 우리가 여기 이 입구를 찾으려고 별 짓을 다 해봤었지만 흔적도 없던 것이 이렇게 다시 열려 있잖아. 혹시, 여기 영화에서 나오는 것처럼 특수부대 그런 시설 아닐까? 애들은 괜찮겠지?”

동구는 다시 계단의 입구 여기저기를 만져보며 말했다. 하지만 아무리 보고 만져봐도 이상할 것이 하나도 없는 것이 더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진이는 스마트폰의 시계를 들여다보았다. 우박사가 계단으로 내려가 사라진 지 5분이나 지났다.

“대체 저 안에 뭐가 있는 걸까? 동구야! 우리도 내려가 볼까?”

의진은 동구를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 의진의 눈동자는 호기심으로 가득 차서 반짝거리고 있었다.

“그래! 가 보자! 까짓 거 무슨 일 있겠어? 그치?”

동구는 불확실한 마음을 의진에게 재차 확인하려는 것 같았다. 동구는 먼저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다음을 막내 성진, 맨 뒤에 의진이가 랜턴으로 계단을 비췄다.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은 서늘한 느낌을 주는 온도였지만 아이들 모두 긴장감에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특히 막내 성진이는 이빨을 부딪히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이미 입을 닫은 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는 성진이는 용기를 짜내며 두려움을 이겨내고 있었다. 얼마를 걸어 내려왔을까? 의진이는 등 뒤를 돌아보았지만 칠흑 같은 어둠은 얼마나 걸어 내려온 지 전혀 가늠할 수 없었다. 의진이는 등 뒤를 돌아보았지만 칠흑 같은 어둠은 얼마나 걸어 내려온 지 가늠할 수 없었다.

“의진아. 너무 많이 내려온 것 같은데 아직도 끝이 보이지 않아. 좀 무서운 것 같아~”

동구는 무섭다는 표현을 한 것이다. 의진이와 성진이 역시 무섭긴 마찬가지였지만 동구 하나만 믿고 있었는데 막상 동구가 겁을 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자 공포심이 증폭되기 시작했다. 두려운 마음을 걷잡을 수 없을 것만 같았다. 그 순간 아이들의 앞쪽에서 불빛이 보였다. 잠시 후 석천이와 진택이가 잇따라 보였고 그 뒤로는 우박사의 모습도 나타났다. 그들은 동구네 쪽으로 랜턴을 비췄다. 동구는 마주 비추는 랜턴 때문에 눈이 부셔 팔로 눈을 가렸다.

“동구야~”

석천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응~ 너희들 괜찮아?”

동구네 팀은 이제야 안도의 한숨이 쉬어졌다. 두려운 마음도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행방을 알 수 없어 불안했던 마음도 편안해졌다.

이전 05화기억 모험 제5화 - 마지막 모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