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모험 제5화 - 마지막 모험

by 루파고

독수리 오형제의 여름방학이 거의 끝나갈 무렵, 동구는 근처 마을에 미치광이 남자가 오래된 폐가에서 살고 있다는 소문을 듣게 되었다. 그 남자는 밝은 낮에는 꼼짝도 하지 않다가 꼭 밤만 되면 어딘가로 나간다는 것이다. 게다가 동네 사람 누구도 그 남자가 어디로 가는지 그리고 언제 돌아오는지 모른다는 것이었다.

“얘들아. 우리~ 그 미치광이 남자를 미행해 보는 건 어때?”

동구가 여름방학의 마지막 모험을 제안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아빠가 밤늦게 모험하는 건 꼭 어른들과 같이 가야 된다고 하셨잖아. 그리고 언제 돌아올 수 있는 건지도 알 수 없고 말이야.”

“맞아. 그 미치광이가 우리한테 해코지를 하면 어떻게 해. 우리는 미치광이 남자가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고 있잖아.”

“음~ 나나나 나도 그렇게 생각해.”

“동구형! 나는 괜찮아.”

성진이를 제외하고는 모두들 불안해하는 것 같았다.

“맞아! 나도 그렇게 생각해. 우리는 우선 그 미치광이가 어떤 사람인지 파악을 먼저 해 보는 게 좋겠어. 만약에 위험한 사람이면 하지 말고 괜찮다 싶으면 해 보는 게 어때?”

아이들은 서로의 얼굴을 번갈아 보며 눈빛과 표정으로 의견을 타진했다. 이미 독수리 오남매 대원들은 그 정도의 눈치가 있었다. 작전은 그날 밤 당장 시작하게 되었다. 독수리들은 부모님께 이야기하지 않고 저녁을 먹고 모이기로 했다. 여름방학 중 마지막 모험이라고 생각한 독수리들은 다들 기대하는 마음이 역력했다.

6시 30분이 안 돼서 비밀기지에 모인 독수리 오남매는 모험을 떠날 채비를 마쳤다. 우물 탐사 이후로 대원들 모두 모험용 장비를 마련했다. 석천이 아빠의 도움 덕분이었다. 등산용 로프와 장갑, 랜턴 그리고 개인용 배낭과 잡동사니들이지만 대원들은 그것만으로도 든든했다. 석천이 아빠는 가끔 독수리 비밀기지에서 매듭법과 간단한 생존교육 등을 시켜주었다. 아는 만큼 아이들의 모험에도 용기가 더해갔다. 동구는 미리 미치광이 남자가 사는 집을 다녀온 것인지 한 번도 헤매지 않고 목적지까지 도착했다. 독수리 오남매는 미치광이 남자의 집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조심조심 사방을 살피며 목적지를 향했다. 맨 앞의 동구를 따라온 대원들은 주변의 이상한 낌새라도 포착하려는지 자세를 낮추고 살금살금 걸음을 옮겨갔다.

“저기 저 집이야! 이제부터 조용히 해야 돼. 미치광이 남자가 먼저 눈치채면 이 작전은 실패할 수도 있으니까!”

동구의 손이 가리킨 집은 동구에게서 들은 것 같은 폐가는 아니었다. 아이들은 지난 모험 때 보았던 귀신이 나오는 폐가를 상상했던 것인데 미치광이 남자의 집은 그런 폐가가 아니었다. 지극히 평범한 벽돌집이었는데 집안에는 누군가의 그림자가 실내등에 비쳐 보였다.

“동구야. 폐가라고 하지 않았어?”

의진이가 소곤소곤 물었다. 벌써부터 긴장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응. 나도 이야기 듣고 어제 혼자 와봤었는데 폐가가 안 보여서 한참을 찾아 헤맸었어. 잘못된 정보였어. 명철이 알지? 걔가 알려준 건데, 겁쟁이 녀석이 와본 적도 없으면서 폐가라고 했더라고.”

동구 역시도 소곤대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그그 그럼 그 미미미 미친 남자도 미미 미치광이가 아닐 수도 있지 않아?”

“그건 아닌 것 같아. 나도 보지는 못했지만 동네에서 미친 아저씨라고 손가락질한다고 했어. 우리 할머니도 소문을 들어보셨대. 동네 사람들이 이제 그 미치광이 남자랑은 마주치려고도 안 하고 애들도 못 만나게 한다고 했어. 미치광이 남자가 이 마을에 온 지도 벌써 꽤 오래됐대. 최근에는 그 미치광이 남자랑 만나거나 말을 나눠본 사람이 없대. 찾아오는 사람도 없고 말이야. 혼자서만 산대.”

독수리 오남매는 벽돌집 담장을 돌아 집 뒤에 있는 바위 뒤편으로 숨어 자세를 낮추었다. 아이들은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집안을 살펴보기로 했다. 아이들은 석천이가 가져온 천연 해충기피제를 온몸에 뿌렸다. 허브까지 가미한 천연 향이 코끝을 간지럽혔다.

7시 30분이 넘어가면서 벽돌집의 실내들이 꺼졌다. 잠시 후 남자 한 명이 문을 열고 나왔다. 석천이네 아빠보다 나이가 좀 더 많아 보였다. 옷 차림새로 봐서는 미친 사람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미치광이 남자는 듣기와는 다르게 너무 멀쩡해 보였다. 아이들은 오해일 것이라는 주장을 했다.

“내가 몇 번이나 확인했어. 일단 어디로 가는지 따라가 보자. 혹시 대박사건이라도 알게 될지 모르잖아.”

동구는 의심을 놓지 않았다. 독수리 오남매는 서로 마주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동구가 주먹을 쥐고 앞으로 내밀자 다른 아이들 모두 주먹을 모았다.

“펜타! 출동!”

대원들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독수리 오남매의 구호를 외쳤다. 미치광이 남자는 현관문을 잠그고 자전거를 타고 출발했다. 동구가 혼자 미치광이 남자를 따라간 후 나머지 대원들이 그 뒤를 따르기로 했다. 동구는 미치광이 남자를 뒤쫓기 위해 자전거를 향해 뛰었다. 미치광이 남자의 자전거는 속도가 굉장히 빨랐다. 동구가 자전거를 타고 페달을 최고 속도로 밟아 따라갔지만 마을을 벗어난 후부터는 미치광이 남자의 자전거는 점점 멀어져 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자전거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우와~ 정말 빠르다.”

동구는 헥헥거리며 숨을 몰아 쉬었다. 뒤쪽으로는 다른 대원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막내 성진이 때문에 속도가 나지 않아 따라오지 못했다. 할 수 없이 동구는 다시 미치광이 남자의 집 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2차선 도로를 만나는 마을 입구에는 다른 대원들이 자전거를 세워두고 서 있었다.

“정말 빨라. 못 따라가겠어.”

동구는 숨을 고르며 아이들에게 말했다.

“어디까지 갔어?”

“저 앞 삼거리까지. 거기서부터는 사라지고 없어. 안 보여. 우리 속도로는 절대로 따라갈 수 없을 것 같아. 다른 방법을 찾아보자. 일단, 오늘은 집으로 돌아가기로 하구. 내일 기지에서 작전을 다시 세우자구!”

대원들은 동구 대장의 결정에 따르기로 하고 헤어졌다.

다음날 점심 나절이 지나서 독수리 비밀기지에 대원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동구는 작전을 변경했다. 석천이와 진택이가 전화를 가지고 있으니 두 팀으로 나눠 움직이기로 한 것이다. 동구와 진택이가 한 팀, 나머지가 한 팀이 된 것이다. 석천이네 팀은 미치광이 남자의 집에서 기다리다가 미치광이 남자가 출발하면 동구네 팀에게 전화를 걸기로 한 것이다. 그러면 동구네 팀이 삼거리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거기서부터 추격하면 될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날 밤 동구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버렸다. 미치광이 남자는 밤 10시가 다 되도록 집에서 나오지 않았다.

다음날 저녁에는 드디어 미치광이 남자가 집을 나섰다. 삼거리에 숨어있던 동구와 진택이는 미치광이 남자의 뒤를 따라 열심히 자전거 페달을 밟았지만 불과 5분이 채 되지 않아 또 뒤를 놓치고 말았다. 아이들은 미치광이 남자는 미친 게 아니라 귀신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그것도 아니라면 자전거 선수일 거라고 생각했다. 다음날 독수리 오남매는 그를 놓친 지점에서 다시 추적을 시작했다. 독수리 오남매는 미치광이 남자가 예천천문과학관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확인했다. 동구와 진택이는 입구에서 다른 대원들을 기다리며 과학관 건물을 살피기 시작했다. 잠시 후 과학관의 여러 건물 중 하나에 실내등이 커졌다. 모두 퇴근하고 없는 천문대에 미치광이 남자가 무단으로 침입한 것 같았다.

“진택아. 네 생각엔 어때? 도둑일까? 미치광이 남자가 도둑은 아닐 것 같은데, 왜 아무도 없는 천문대에 들어가는 걸까? 그것도 밤마다.”

“그그그 그게. 나도 모~ 모르겠어.”

천문대 천체망원경의 지붕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동구는 아빠와 함께 천체망원경을 본 적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동구는 갑자기 아빠 생각이 나서 눈물이 핑 도는 것 같았다. 한참이 지나서야 석천, 의진, 성진이 예천천문대에 도착했다. 모두들 미치광이 남자가 천문대에 들어간 이유가 궁금해졌다. 물론, 독수리 오남매 누구도 그 이유에 대해 예측할 수는 없었다.

“그런데 얘들아. 저 아저씨 아무래도 생각해도 미친 건 아닌 것 같지 않아? 우린 당연히 미치광이 남자라고만 들어서 정말 미친 줄 알았고, 폐가에서 산다고 했지만 폐가도 아니었잖아. 너희들 생각은 어때?”

의진이의 말에 모두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인지 의진이 말에 동의했다. 하지만 미치광이 남자가 항상 밤늦은 시간에 천문대를 찾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어? 저기 봐!”

의진은 천문대 왼쪽의 숲 쪽으로 손짓했다. 노인 한 명이 숲 근처로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노인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숲 아래 조그만 창고 안으로 들어갔고 아주 짧은 순간 동안 창고의 아주 미세한 틈 사이로 새파란 빛이 새어 나왔다. 형광 파랑이라고 해야 할 것 같았다. 아주 미세한 빛이었지만 예쁘다는 느낌이 들었을 정도의 빛이었다. 독수리들은 한 번도 보거나 들어본 적이 없는 종류의 빛이었다.

“이야~ 봤어? 얘들아! 봤어?”

의진이가 제일 먼저 아이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응~ 정말 신기한 빛이었어. 석천이 너도 그런 거 본 적 없지?”

동구는 서울에서 살다 온 석천이라면 그런 예쁜 불빛을 보았을 것 같았다. 하지만 석천이 역시 본 적이 없는 빛이었다. 독수리들은 할아버지가 다시 나오면 물어보기로 하고 할아버지가 다시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아이들은 잠시 미치광이 남자에 대한 호기심은 잊은 채 시선을 창고에 집중했다. 그러나 한참이 지나도 할아버지는 창고에서 나오지 않았다. 창문도 하나 없는 조그만 건물은 그냥 창고였다. 누가 봐도 할아버지의 숙소는 절대 아니었다.

“내가 가서 보고 올까?”

동구가 아이들에게 말했다.

“그럴래? 너무 궁금하다.”

의진의 말에 동구는 고양이 걸음으로 살금살금 창고를 향해갔다. 창고 앞에까지 도착한 동구는 아이들 쪽을 돌아다보았다. 아이들의 눈에는 뒤를 돌아본 동구를 보고 동구라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은 동구의 이빨 밖에 없었다. 어두운 밤이라 동구의 새카만 얼굴을 인식할 수 없었지만 동구의 이빨만큼은 확실하게 보였기 때문이다. 동구는 어둠 속에서 창고 주변을 살펴보았다. 역시 숙소는 절대 아님을 알 수 있었다. 무너질 정도로 허름하지는 않았지만 합판으로 덕지덕지 세워놓은 창고는 바람이 불면 앞뒤로 바람이 숑숑 통할 것 같았고 비가 내리면 빗물이 샐 것 같이 엉성했다. 아마도 쓸데없는 것들이나 청소도구나 연장을 넣어두는 창고로 쓰는 것이 분명했다. 출입구 문에 달린 손잡이만이 최근에 새로 바꾼 것인지 번쩍번쩍했다. 동구는 혹시 할아버지가 창고 안에서 쓰러진 것은 아닐까 하는 불길한 생각이 엄습해왔다. ‘그런 건 아닐 거야.’ 동구는 스스로를 억지로 안심시키려 했지만 불길한 마음은 쉽게 떠나지 않았다. 동구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출입구 손잡이 레버를 조심스럽게 누르고는 문을 앞으로 살며시 당겼다. 끼이이익~ 문에서 나는 소리가 기분 나쁘게 들려왔다. ‘이러다 들키겠다.’ 동구는 속으로 한마디 뱉어내고는 문을 반쯤 열어 창고 안을 둘러보았다. 창고 안은 바깥보다 더 어두웠다. 동구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동구는 주머니에서 랜턴을 꺼내 창고 안을 살며시 비춰 보려 했다. ‘설마 할아버지가……’ 동구는 할아버지가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들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기척이 없자 아까의 불길한 기분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창고는 두 사람이 누우면 꽉 찰 것 같은 규모인데, 할아버지가 문소리를 듣지 못할 리는 없었다. 동구의 랜턴이 켜지고 창고의 실내를 밝히자 창고 바닥에는 지하로 내려가는 기다란 계단이 설치된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다지 가파르지 않은 계단이 10미터는 넘게 이어져 있는 것 같았다. 동구의 랜턴은 계단 끝까지 비치지 않아 자세하게 들여다볼 수가 없었다. ‘정말 이상한데? 여기에 왜 이런 비밀스러운 계단이 있는 거지?’ 동구는 독수리 오남매가 함께 풀어야 할 문제라고 생각했다. 동구는 조심조심 창고를 빠져나와 아이들에게로 돌아왔다.

“얘들아! 여기 좀 이상한 것 같아. 할아버지는 창고 안에 없어. 그리고……”

동구가 아이들에게 창고에서 본 것을 알려주려 하는데 갑자기 석천이가 동구의 입을 손으로 막았다. 다른 손으로는 자신의 입술에 손가락을 세워 대고는 말을 급하게 끊어버렸다. 그리고는 다시 창고 쪽으로 손가락질했다. 열린 문 사이로 아까 보였던 신비한 불빛이 강렬하게 새어 나왔다. 빛이 사라지고 잠시 후 창고에서는 아까 본 할아버지의 모습이 드러났다. 어둠 속이었지만 할아버지가 두리번거리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마도 문이 열려있어서 뭔가 의심하고 있는 것 같았다. 독수리 오남매는 숨을 죽이고 할아버지를 주시했다. 창고 주위를 살피던 할아버지는 한참 후에야 창고에서 벗어나 어디론가 사라졌다. 독수리들은 할아버지가 더 멀리 사라질 때까지 조금 더 기다렸다.

“내가 갔을 땐 할아버지가 없었어. 그리고 지하로 내려가는 긴 계단이 있었는데 얼마나 깊은지 랜턴 빛도 안 비치더라고~”

동구의 말에 대원들 모두 이상하다며 이번에는 대원 모두가 창고로 향해 갔다. 도둑고양이 오남매라고 하는 것이 더 어울려 보였다. 독수리들은 나름 조용히 가겠다며 살금살금 걷고 있었지만 어둠 속에서의 모습은 우스꽝스러웠다. 특히 막내 성진이의 망토는 더욱 그래 보였다. 동구는 창고 문을 조심스럽게 열고 창고 안에 랜턴을 비추었다.

“어? 이상하네?”

동구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창고 안에는 지하로 가는 계단이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계단으로 향하는 계단이 있던 자리에는 계단으로 내려가기 위한 어떤 흔적도 없었다. 뚜껑도 다른 문도 존재하지 않았다.

“동구야. 여기 정말 계단이 있었던 거 맞아? 계단이 있었을 리가 없잖아.”

“정말 봤어. 내가 왜 거짓말을 하겠어. 그 할아버지가 삼십 분 넘게 빛도 없이 여기에 있었던 것도 이상하잖아. 게다가 아까 너희들도 그 신기한 불빛 봤잖아. 랜턴 같은 불빛은 아니었잖아.”

동구는 자기 눈을 의심하면서도 자기가 보았던 것이 사실이라는 것을 의심하기는 싫었다.

“정말 네 말이 맞긴 해. 우리 내일 다시 와서 감시해보자. 오늘은 너무 늦은 것 같아. 미치광이 남자라는 사람도 전혀 이상해 보이지 않잖아.”

의진이가 말했다. 독수리 오남매는 일단 현장에서 철수했다. 동구는 미치광이 남자에 대해 좀 더 알아보기로 했고 진택이와 석천이는 인터넷으로 예천천문대에 대해서 조사를 해 두기로 했다.

다음날 오후, 독수리 비밀기지에서는 미치광이 남자와 이상한 할아버지 그리고 창고에 대해서 아이들의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독수리들은 저녁에 천문대에 몰래 침투하기로 했다. 할아버지와 지하계단에 대해서는 대원들 모두 동구가 잘못 본 것이 아니겠냐는 결정을 내렸다. 자신의 눈을 의심하는 아이들에게 동구는 화를 내기도 했다. 독수리들은 이상한 불빛에 대해서는 다시 창고를 감시하다가 동영상 촬영을 해서 확인하기로 결정했다. 그날 밤 독수리 오남매는 다시 두 팀으로 나눴다. 동구와 의진이, 성진이가 한 팀, 석천이와 진택이가 한 팀이 되었다. 동구네 팀은 미치광이 남자가 천문대 안에서 무엇을 하는지 감시하고 다른 팀은 창고를 감시해서 할아버지가 들어간 후 계단이 다시 나타나는지 알아보기로 했다. 대원들은 저녁식사를 마치고 예천천문대 근처에서 다시 뭉쳤다. 독수리들은 날이 밝을 때 천문대 근처를 조사해 두기도 했다. 천문대는 대로변에 위치하고 있었지만 오후 늦은 시간이 되면 사람들도 거의 없고 도로에 차도 별로 없었다. 날이 어둑어둑해지고 금세 세상은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대원들은 창고와 천문대 입구가 잘 보이는 곳에 몸을 숨겼다. 가을에 더 극성인 모기 때문에 독수리 오남매는 온몸에 계피 끓인 물을 뿌리며 미치광이 남자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렸다. 미치광이 남자는 어제와 같은 시간에 천문대에 나타났다. 미치광이 남자는 어떤 이상한 행동을 보이지 않았다. 동구와 의진이는 미치광이 남자에 대한 소문이 잘못된 것이라고 마음을 굳혀가는 중이다. 미치광이 남자가 천문대 문을 열고 올라간 후 천문대에는 조명이 들어왔다. 잠시 후 천문대 천정의 돔이 열리기 시작했다. 동구네 팀은 도둑고양이 자세로 천문대로 들어가는 문을 열었다. 다행히도 문은 잠겨있지 않았다. 계단을 통해 한 걸음, 한 걸음 조심해서 걸음을 옮겼다. 동구의 겨드랑이엔 식은땀이 흥건했다. 식초 냄새가 풍겼다. 천체망원경이 있는 꼭대기 충에 올라서자 철로 된 문 아래로 불빛이 새어 나오는 것이 보였다. 동구는 문에 귀를 바짝 대고 안에서 나는 소리에 귀 기울였다. 하지만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우리, 그냥 문 열고 들어가 보는 건 어때?”

어디서 나온 용기인지 의진이가 조용하게 말했다. 동구는 잠시 망설였다. 막내 성진이는 단호하게 결심을 했는지 동구의 대답이 나오기만을 기다리겠다는 표정이었다. 성진이는 독수리 오남매의 모험이 시작된 이후 동구의 말이라면 무조건 따를 정도로 믿고 있었다.

“별 일 안 생기겠지?”

동구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내가 보기엔 저 아저씨~ 이상한 사람 같지는 않아. 위험한 사람은 아닌 것 같아.”

“동구형. 나도 마찬가지야. 나도 누나처럼 생각하고 있어.”

성진이 역시 마찬가지였다. 동구는 자신이 너무 긴장해서 눈 앞의 진실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정말 미친 사람이면 어쩌지?”

동구는 다시 한번 대원들의 의견을 물어보았다.

“그럼~ 도망가야지!”

“봤잖아. 미치광이 남자의 자전거는 우리보다 훨씬 빨라. 도망가는 건 불가능해.”

의진은 쉽게 대답했지만 현실적으로 도망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란 생각을 했다. 끼이익~ 문이 열리는 소리였다.

“우악!”

“꺄~”대원들은 도망도 가지 못하고 제 자리에 선 채 비명만 질러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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