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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한 마음도 타이밍

by 루파고

실수로 A의 발을 밟았다.

나지막한 신음이 들렸고 나는 "쏴리~"라고 말했다.

그런데 A의 반응이 심상치 않다.

마치 장난하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과하게 화를 냈다.

"발을 밟았으면 미안하다고 해야 하는 것 아냐?"

내 말에서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며 화를 내는 것이었나 싶었다.

나는 재차 미안하다는 말을 연발했다.

미안한 건 사실이니까.

잠시 후 A는 발톱이 내성이라서 그렇다고 설명했다.

A도 과한 반응이었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이 상황을 두고 나름 여러 각도로 생각해 보았다.

나는 분명히 A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했지만 그는 듣지 못했다.

극한 고통이 느껴지는 상황이라면 다른 감각기관이 잠시 무뎌질 수 있을 것 같았다.

발톱의 고통 때문에 청각이 마비되는 상황이었을 것이다.

오해가 발생할 여지가 충분하다.

A는 나를 발을 밟고도 미안해하지 않는 파렴치한 인간으로 느꼈을 수 있다.

오해는 잘못된 이해를 말하는 걸까?

나는 이러한 전후 상황을 설명해 주었어야 했나 싶었지만 딱히 그러기도 싫었다.

나 스스로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고 판단하고 미뤄버린 것이다.

하지만 이런 사소한 것들이 켜켜이 쌓이면 큰 오해의 벽이 될지도 모른다.

나중엔 소통이 어렵고 껄끄러워져 인간관계 자체가 소원해질 수도 있다.

결국 난 A에게 있어 그런 놈이고 A 역시 그런 인간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미안한 마음도 타이밍이 중요하다.

진심으로 서로의 마음을 주고받았다면 소통해서 상황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때론 악어의 눈물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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