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단의 기준이 확립된 사람과 마주하면 대화가 어렵다.
쌀을 쌀이라 해도 밀로 보는 사람과 무슨 대화를 하겠는가?
분명 자기는 그게 밀이라 할 것인데 아무리 사실을 알려주려 해도 들으려 하지 않는다.
우린 그걸 '똥고집'이라고 말한다.
어원은 다르지만 대개 '소 같은 고집'을 들어 '우직하다'는 표현을 쓴다.
하지만 밑도 끝도 없이 고집스러운 사람은 '우매하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 같다.
이른바 미련하다는 표현인 거다.
상호 간에 대화를 하려면 마음을 열고 고정관념과 편견을 버려야 한다.
'너는 너, 나는 나' 하는 식의 자세라면 대화의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
대화란 건 나를 내려놓았을 때 가능한 게 아닌가 싶다.
토론과 토의의 차이가 뭔지 안다면 대화에 어떤 자세가 필요한지 알 거다.
내 논지가 옳다고 주장하려 한다면 상호 간의 평화로운 대화는 깨질 가능성이 높다.
그런 상황이 깊어지다 보면 누구든 미련을 접게 마련이다.
대화가 무의미하다는 걸 알고도 시도할 사람은 없다.
결국 말문을 닫게 될 것이고 눈길도 피할 게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를 고쳐 보겠다는 의지가 있는 사람이라면 모르겠지만 내 의견이 더 중요한 사람과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나 스스로 생각을 고쳐먹지 않는 한 대화의 본질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공기 중으로 흩어지고 말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