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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작가로 산다는 건

작가 자질이 있긴 할까?

by 루파고

친구에게 받은 선물이다.

조립해서 사진을 찍어 동호회 커뮤니티에 올렸는데 나의 모습 같다는 의견이 있었다.

그런 말을 듣고 보니 웬일인지 도널드덕이 애처롭게 보였다.


나의 모습을 파기 시작했다.

나를 두고 사람들은 자유로운 영혼이라는 수식어를 붙인다.

갑자기 나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일 안 하고 글만 쓰면서 살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했던 적이 있다.

현실과 타협을 할 수 없다는 핑계로 그런 생각을 접어 버렸었는데 아주 가끔은 한량 같은 희망을 떠올리곤 한다.

타협이라고 표현했지만 사실은 실력 때문이다.

글에 깊이가 부족하다는 것을 깨우친 후 글쓰기는 취미 정도로 정리됐다.

누가 봐도 별 대수롭지 않은 일상을 끄적거린 에세이, 갑자기 떠오른 소재 하나 달랑 가지고 써 내린 소설, 억눌린 감정이 터져 문자로 바뀐 시랍시고 쓴 시.

지금의 취미일 뿐이다.


글쓰기를 취미라는 기준으로 두고 보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 글은 몇 인칭일까?

누군가에게 보여주려 쓰는 걸까?

순수하게 나를 위한 기록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작가 근성이랍시고 의미도 없는 글을 끄적거리는 걸까?

사실 취미로 글을 쓰지만 욕심은 난다.

천재가 아닌 이상 목숨 걸고 매달려도 어려운 글쓰기를 취미로 한다면서 무명작가가 아니길 원하는 건 욕심이다.


사부님이 필요한데 어디 계시나 모르겠다.

글을 잘 쓰고 싶다면서도 그에 필요한 노력은 1도 하지 않을 거라면 무명작가로 사는 게 맘 편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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