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1일차, 10년 전 그 쿠알라룸푸르

변한 듯, 그대로인 곳

by 루파고

이번 말레이시아 방문은 세 번째다.

방문 목적은 각기 다르다.

10년 전 처음 찾은 그곳은 그야말로 생소함 자체였다.

글로 남긴 기록이 없는 게 아쉽다.

주로 피낭과 쿠알라룸푸르 부킷 빈탕에 머물렀다.


우리나라 서해안 수준의 바닷가였던 피낭.


남산타워보다 높을 뿐 매력이 느껴지지 않던 유명한 타워, 국내 기업이 지었다는 쌍둥이빌딩 정도가 전부였던 부킷 빈탕.

머릿속에 남은 건 샹그릴라 호텔의 조식 뷔페와 시내에 즐비한 대형 쇼핑몰 정도랄까?




두 번째는 5년 전 스카이다이빙 때문이었다.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까지 마중 나온 현지인 친구들 덕에 아무 생각 없이 편하게 지냈던 것 같다.


타이핑이라는 곳이었는데 난생처음 스콜이란 걸 경험했었다.


오후 4시만 되면 태풍 급으로 쏟아지는 굵은 빗방울은 온 동네를 부숴버릴 정도였다.

1시간 정도 퍼붓던 비는 언제 내렸냐는 듯 해가 쨍쨍 이었다.

교과서에서나 보았던 스콜이었던 것이다.

6시경 되니 방금 내린 비가 수증기로 변하면서 공기가 매우 습해졌다.

외지인인 나에게 스콜은 경이로운 광경이었지만 현지인에게는 그저 일상이었다.

원래 목적은 말레이시아 특수경찰 스카이다이빙 훈련이었다.

당시 말레이시아는 내란이 있었다고 한다.

그들은 내란 현장에 투입되는 특수경찰이다.

우리에게는 들려오지 않은 뉴스였지만 내란 현장에서 사망한 특수경찰들이 상당했다고 들었다.

더군다나 예정에는 없던 이슈가 있었다.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말레이시아에서 유명한 리포터의 스카이다이빙 교육체험 방송 촬영이 예정되어 있었다.

나는 그저 조수 역할만 했다.

사진들이 전부 어디로 사라졌는지 모르겠지만 하드디스크 어딘가 굴러다니고 있을 거다.




이번에는 오로지 업무적인 이유로 방문했다.

말레이시아 무역 업무 때문에 찾은 것이다.

물론 목적이 업무라도 짬을 내어 여행을 다니는 것도 큰 즐거움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여행의 핵심 중 하나인 먹거리가 입을 더욱 즐겁게 하니 기대하지 않을 수 없었다.


7월 16일 말레이시아 출장을 앞두고 전날인 15일 첫 비행기로 부산 출장이 떨어졌다.

새벽 4시에 일어나 말레이시아 출장 준비까지 마친 배낭을 메고 김포공항으로 향했다.

피서철은 시작되지 않았지만 부산 해운대는 이미 푹푹 찌고 있을 것이란 생각에 출장길이 부담스럽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부산공항이다. 한적하다.

다음날 새벽, 다시 이용해야 하는 곳이다.

대한항공 연계항공으로 부산-인천-쿠알라룸푸르 일정이다.

이번에 국제선의 국내 환승이 얼마나 불편한지 알게 됐다.

다음엔 죽었다 깨어나도 하지 않으리라.

시간도 오래 걸리고, 비용도 생각 이상으로 많이 들고, 불편은 상상 이상이었다.

특히, 인천국제공항에 제2터미널이 생긴 후로 걸어야 하는 동선도 장난 아니다.


부산 해운대에서 미팅, 식사, 술자리가 이어지고 호텔에서 하루 묵은 후 새벽 4시에 기상.

후다닥 샤워를 마치고 말레이시아 출장길에 올랐다.

출장 첫날부터 고난의 시작이다.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서 제1터미널로 가는 길의 초입 부분이다.

여길 보노라니 갈 길이 참 멀 것만 같았는데 역시 내 감이 맞아떨어진 것 같다.



가도 가도 끝이 없다. ㅎㅎ

징글맞게 멀더라.


환승 티켓을 다시 끊고 시간이 빠듯해 부랴부랴 탑승구로 향했다.

그런데 아뿔싸.


티켓이 사라졌다.


다행히 비행기를 자주 타다 보니 별 일 다 겪은지라 티켓을 잃어버린 문제는 대수롭지 않다는 걸 학습으로 알고 있었다.

물론 간접경험이다.

현장에서 재발권하고 비행기에 탑승.

새벽 4시에 일어나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서 환승하기까지 무려 6시간 30분이 걸렸다.

차라리 김해공항에서 김포공항으로 가서 공항철도 타고 인천국제공항으로 가서 정식 발권하는 게 편한 일이었다는 것을 고생 끝에 알게 됐다.


배가 엄청 고팠다.

원래 아침을 먹지 않지만 새벽부터 움직여서 그런 걸까?



기내식 나오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하마터면 굶어 죽을 뻔했다.

굶어 죽기 전에 마음의 양식을 쌓기로 했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았다.

긴 여행일수록 두꺼운 책이 필요하다는 걸 안다.

그런데 이번엔 일정이 너무 빠듯하여 <호모데우스>는 인천-쿠알라룸푸르 비행기 안에서 읽은 게 전부였다.




이 동네는 참 변한 게 없다.

교통체증은 강남 저리 가라 할 정도.

버자야 쇼핑몰을 지나가는 것만 10분 이상은 걸린 듯하다.



그랜드 밀레니엄 호텔 로비에 예쁜 꽃이 장식되어 있다.

5성급 호텔인데 오래된 곳이라 곳곳이 낡아있었다.

관리상태가 5성급 맞나 싶을 정도였다.

호텔 손님들은 대개 외국인이었고 특히 히잡을 쓴 여인들이 눈에 띄었다.



객실 밖으로 내다보이는 두 개의 수영장.

반대편 호텔에는 인피니티 풀이 마련되어 있었다.

난 어차피 수영에 취미가 없어 관심도 없다.



혼자 쓰기에는 너무 넓은 객실.

이 호텔에서는 3박 4일 일정이다.

그 후엔 숙소를 옮겨야 한다.

누군가 같이 묵었으면 좋았을 것을.

아쉽다. ^^




그랜드 밀레니엄 호텔(Grand Millennium Hotel)대형 쇼핑몰인 파빌리온(Pavilion) 스트리트를 지나 유명한 대형 식당인 하카(Hakka)에 도착.

말레이시아의 첫 끼니가 시작됐다.

예전엔 현지 친구들이 가자는 곳만 따라다니며 아무 생각 없이 주는 대로 먹고 다녀서 그랬던가.

현지 비즈니스 파트너께서 가자는 곳으로만 졸졸 따라다니는 게 너무 익숙하게 느껴졌다.



완전 바글바글...

가지각색이라는 표현이 맞을까?

각국의 다양한 목적으로 방문한 사람들이 한 끼를 채우려 모여들었다.

물론 내국인도 많았으리라.



4명인데. 많이 먹은 걸까?

272.70 링깃이니 우리 돈으로 약 8만 원 정도.

말레이시아 현지의 일반 서민들에게는 적은 금액은 아니란다.

해외여행 경험이 많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익숙지 않는 부분도 있다.

물도 사서 마시고, 타월도 돈 주고 쓴다니? ㅎㅎ

맥주 값은 워가 그리 비싼가? 하고 말이다.

식당에서 사 먹은 칼스버그 맥주 가격은 우리 돈으로 약 8천 원 꼴이다.

참고로 말레이시아는 이슬람, 불교, 힌두교도들이 있다.

국교는 이슬람이며 술은 금기다.

주세 비중이 엄청나다고 들었다.

물론 마시는 사람은 마신다.

내 친구들은 죄다 술에 절어 사니까.

소주에 맥주 말아 주면 정말 좋아라 한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커피빈에 들렀다.

커피 맛이야 다 거기가 거기인 듯. ㅎㅎ

시간은 벌써 11시가 넘었다.


말레이시아 출장 첫날의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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