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2일차, 그 나라 음식은 여행의 절반이라더니

어느새 익숙해져 버린 말레이시아 음식들

by 루파고

전날 밤은 샤워 후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어놓고 잠들었다.

그래서 그랬을까?

코감기 기운이 살짝 왔다.


침대에서 기어 나와 창 밖 빌딩 숲을 보며 잠시 명상의 시간을 가졌다.

건너편 호텔 인피니티 풀에는 수영하는 사람이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말레이시아의 아침은 매우 느리게 시작되는 듯했다.




원래 아침식사를 거르는 편이라 딱히 배가 고프거나 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호텔 조식은 매력이 있으니 식당에 기어내려 갔다.

멍청하게도 머릿속엔 샹그릴라 조식 뷔페가 그려지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기대가 커서였을까?

화려한 조식 뷔페는 어딘가로 사라지고 동네 호텔에나 나올 수준의 간단한 뷔페가 준비되어 있었다.

5성급 호텔 맞나 싶었다.

아무튼 맛이나 보자 싶어서 플레이트에 음식을 주워 담았다.





꼼꼼히 챙긴다고 신경 써서 짐을 꾸렸음에도 없는 게 전날 미리 찾아 둔 마트에 다녀와야 했다.

호텔을 나섰는데 아침부터 푹 찌는 게 말 그대로 몸을 삶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아직은 약불로 삶는 수준이지만.


호텔 정문을 나와 왼쪽으로 100미터만 가면 바로 파빌리온 쇼핑몰이다.

주상복합 건물인데 주로 말레이시아의 부유층들이 산다고 한다.

이를테면 정권의 끄트머리 부근에 있는 사람들 정도?

일반 관광객들이라면 절대 알 수 없는 이야기지만 우리 비즈니스 파트너 덕분에 재미난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있었다.




11시 정도에 미팅하기로 약속이 잡힌 터라 시간이 넉넉했다.

파빌리온 쇼핑몰의 상점들은 이제 갓 개장했거나 개장 준비에 한창이었다.

위아래를 오가며 상권분석(?)에 나선 내 눈에 익숙하고 반가운 간판이 보였다.




<교촌치킨>이다.


나의 사랑 레드윙. ^^

술안주에 그 이상 가는 메뉴가 없다.

다른 브랜드로 잠시 비껴갔다가도 이내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는 강렬한 맛.

나는 어느새 레드윙의 노예가 되어있었다는 걸 알게 됐다.

아무튼 나의 사랑 <교촌치킨>이 쿠알라룸푸르 부킷 빈탕 메인 상권에서도 가장 핫한 곳인 파빌리온 메인 스트릿 에스컬레이터 옆에 딱 자리 잡은 것을 보니 감개가 무량했다고나 할까?


교촌치킨과 눈인사를 하고 쇼핑몰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다 드디어 마트를 발견했다.

그 나라 국민의 기호를 알려면 마트 만한 곳도 없다.

많지는 않지만 여러 국가를 다니며 체득한 거다.


5년 전에 왔을 땐 그토록 맥주를 찾아다녔었던 기억이 난다.

정확히 기억하진 못하지만 더워서 그랬던 것 같긴 하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당시 대형 마트에 가면 타이거맥주와 기네스 흑맥주 외엔 보이지 않았다.

당시 현지 친구들의 주문으로 2리터짜리 참이슬 3병을 가졌었다.

현지 친구들은 우리의 폭탄주 맛에 홀릭이 되어 소주+기네스+타이거로 조합된 묘한 배합의 술도 마다하지 않고 마셨다.

물론 집에 갈 땐 다들 기어서 갔지만.

말레이시아 올 땐 "참이슬 소주를 페트병으로 사 오라"던 그 친구들.

하여간 재밌는 친구들이었다.



아무튼 마트를 휘젓고 다니며 말레이시어 사람들의 기호를 다시금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와인 진열대를 가보니 우리나라의 어지간한 와인 부스보다 규모가 크다.

마트 규모에 비하면 어처구니없을 정도였다.

5년 전 기억과는 달리 매대에는 상당히 많은 종류의 맥주가 진열되어 있었다.


식당에서 은연중 느낀 게 있었는데 칼스버그가 동남아시아 시장을 석권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지난번 라오스 방문 때 칼스버그 브랜드가 천지에 깔린 것을 확인했었는데 말레이시아 역시 칼스버그의 적극적인 마케팅에 점유되는 것처럼 보였다.


지금도 마찬가지겠지만 말레이시아 국교인 이슬람 율법에 따라 음주를 금하고 있다.

굳이 식당에서 술을 마시고 싶다면 화교 식당으로 가야 한다.

5년 전 알코올에 홀릭된 스카이다이버 현지 친구가 알려준 정보다.

당시 정말 궁금했던 것이 있었다.

그 친구들은 중국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술을 좋아라 했다.

호기심을 참지 못한 나는 물었다.


너희는 이슬람인데 왜 술을 마시냐는 질문에,
요새는 예전처럼 율법에 엄하지 않고 술도 기호 식이 되었다는 것이다.



아무튼 그 친구들 따라 화교 식당 가서 낮술도 마시곤 했으니까.



마트에서 그동안 보지 못했던 코너를 발견했다.

NON HALAL

할랄이 적용되지 않은 식품군이다.




마트에서 치약 하나 빗 하나를 사 왔다.

가격을 보니 한국과 크게 차이가 없다.

방으로 돌아와 환전해 갔던 말레이시아 지폐를 펼쳐보았다.

외환을 많이 만져본 사람이라면 호주 지폐와 비슷한 부분이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말레이시아 지폐에도 투명 필름이 있다.


2019년 8월 현재 말레이시아 환율은 1링깃 당 290원 정도.

1링깃이면 290원 수준인데 계산 편하게 300원 곱하는 걸로 인지하고 다니는 게 편했던 것 같다.





오전에 일행과 합류해 첫 미팅 지점으로 이동하던 중 그나마 제대로 지은 듯한 아파트 단지가 눈에 들어왔다.

달리는 차량 안에서 한 컷 촬영해 두었다.



말레이시아 건축물은 국내 건물과 구조가 많이 다른 편이다.

발코니 개념도 많이 다르고 건물의 배치도 다르다.

건축 양식도 상당히 다르다.

자세한 사항은 다음 편에 다루기로 하고 넘어간다.



SAPURA라는 기업이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상당히 큰 규모의 기업이다.

이번 업무는 일반적인 게 아니라서 어떤 비즈니스인지는 오픈할 수 없다. ^^

아무튼 SAPURA는 건설, 원유, 가스, 통신 등 분야 주력업체.

직원 14,000의 중대형 기업이다.

최고운영책임자(COO:chief operating officer)와 한 시간 가량 미팅이 있었다.





미팅을 마치고 오후 미팅 장소로 이동하던 중 한창 건설 중인 현장 하나를 촬영했다.

현재 말레이시아는 부동산 투자의 최적기라고 한다.

흔히 알다시피 말레이시아는 초장기 불황으로 경제성장이 멈춘 것이나 다름없고 집값도 폭락한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설 경기는 좋은 듯하다.


다시 파빌리온 쇼핑몰로 돌아와 점심식사를 하기로 했다.

비즈니스 파트너가 맛있는 곳을 소개하겠다며 끌었다.


그야말로 바글바글했다.




초장기 불황이란 것을 두고 여러 가지로 고민하기 시작하게 된 계기다.

고급 식당은 아니더라도 나름 꽤나 성업하는 식당인데 시트가 이런 지경이어도 수선하지 않은 것을 이상하게 보지 않을 사람은 없으리라.



메뉴판도 지저분하고 너덜너덜했다.



엄청나게 먹어대기 시작했다.

이번엔 제대로 된 식사였다.

총금액이 얼마나 나왔을지 모르겠지만 비싸 봐야 얼마나 할까 싶기도 했다.

옆자리의 말레이시아인 노부부가 우리를 보며 입을 쩍 벌렸다.

한참을 보던 그들은 우리에게 일본인이냐고 물었다.

한국사람이라고 하니 노스코리아냐고 농담을 던졌다.

무뚝뚝한 우리나라 사람들과는 달리 처음 본 사람에게도 항상 미소를 던지고 농담도 곧잘 하는 그들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



이것이 두리안 아이스크림과 바나나 튀김이다.

두리안 아이스크림은 처음 먹어봤는데 맛이 기똥차다.


바나나 튀김.


여기! 신선한 느낌?

한국에서 팔아도 잘 팔릴 것 같다.





일행들을 먼저 보내고 나는 쇼핑몰 식품점을 잠시 둘러보았다.

그중 가장 눈에 띈 곳은 말린 열대과일 식품 판매점이었다.

평소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다양한 열대과일들이 건조식품으로 판매되고 있었다.



샘플도 시식할 수 있게 준비되어 있었는데 가격도 착한 편인 것 같다.

물론 과일 가격을 모르니 그게 싼 지 비싼 지 알 수 없다.



파빌리온 쇼핑몰을 나오는 JW Marriott 호텔이 우뚝 서 있다.

오다가다 볼 만도 했을 텐데 이틀 째 되던 날 봤으니 어지간히 관찰력이 없지 싶다.


2차 미팅은 우리가 머무르는 호텔 비즈니스룸에서 하기로 했다.


커피 한 잔을 받아 놓고 창 밖을 보는데 쌍둥이 빌딩과 한창 건설 중인 건물이 보였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오전에 미팅했던 SAPURA와 국내 기업인 SAMSUNG 로고가 보였다.

로비로 나가 자세히 보니 내가 본 게 확실했다.



역시 SAPURA는 말레이시아에서도 상당한 규모의 기업이 맞는 게다.





미팅이 끝나고 일행들은 피곤하다며 숙소로 돌아갔고 나는 비즈니스 파트너와 함께 야시장으로 향했다.

5분 정도 걷는 길에 버스킹족들이 즐비했다.

민족도 다양했다.

민족이 다르다 보니 언어도 다르고 행색도 다르다.

다국적 버스킹은 눈과 귀를 즐겁게 했다.




10년 전 기억을 더듬다 보니 분명 야시장에 갔던 기억이 있었다.

그런데 그때의 그곳은 지금과 달랐다.




엄청난 규모로 확장되어 있었다.

관광객이 늘어났다는 증거다.

어딜 가든 야시장이 뿜는 매력이 상당한데 이상하게도 인파로 붐비는 부킷 빈탕의 야시장의 매력은 사라지고 없었다.

온갖 음식 냄새가 섞여 마구잡이로 후각을 자극하는 매캐한 연기가 좋은 추억을 반감시키고 있었다.

어떤 메뉴를 원하냐기에 이번엔 태국 음식으로 결정했다.

어제는 중국 요리, 오늘 점심은 말레이시아 퓨전 요리를 먹었으니 새로운 걸 먹는 게 낫겠다 싶었다.



문제는 너무 짜다는 거다.

더운 나라라서 그럴까?

말레이시아 음식은 전반적으로 짜고 시다.

태국 음식 역시 마찬가지다.

이 식당은 쿠알라룸푸르에서도 맛집으로 소문난 곳이라고 한다.

하지만 내 입맛엔 그닥 와 닿지 않더라는......



혼자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모노레일을 발견했다.

갈 땐 인지하지 못했던 것이다.

나중에 더 깊게 설명하겠지만 말레이시아에는 지하철이 없다.

SUBWAY라는 것이 없다는 말이다.



돌아오는 길에 또 다른 버스킹 발견.

색다른 사운드가 많은 사람들의 발길을 끌어당기고 있었다.

나 역시 그중 한 명이었고.


말레이시아의 두 번째 밤은 그렇게 어두워지고 있었다.

나 역시 매우 피곤했던지 씻고 눕자 바로 골아떨어졌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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