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3일차, 말레이시아의 서울대-말라야 대학
말레이시아 말라야 대학 전 총장 미팅
호기심은 끝도 없다.
평소 보던 것이 아니니 궁금한 건 당연한 거니까.
호텔 엘리베이터 버튼을 유심히 살펴보니 이상한 기호가 있었다.
2A
대체 뭔가 싶다. ㅎㅎ
딱히 갈 일이 없어 누르지는 않았지만 적응할 수 없는 층인 건 사실.
호텔 조식은 여전히 비슷하다.
오늘 미팅도 급한 스케줄이 없어 느긋하게 밥을 챙겨 먹고 객실에서 잠시 시간을 보내다 잠깐 잠이 들었던가 보다.
비즈니스 파트너가 호텔까지 와서 픽업해 주는 게 우리에겐 편한 일이지만 상대에겐 미안한 일이라 이번엔 미팅 장소까지 우리가 알아서 가기로 했다.
호텔 앞에서 택시를 잡아 타고 말라야 대학 R&D센터로 향했다.
그런데 택시기사는 대학의 많은 게이트를 기억하지 못했다.
어쩔 수 없이 말라야 대학 캠퍼스를 관통하고 말았다.
약속 시간까지는 약간의 시간이 남았다 하여 건물 앞 포장마차 형태의 식당으로 들어갔다.
비즈니스 파트너의 단골집이란다.
메뉴판을 보니 우리나라 김밥천국 이상으로 다양한 메뉴가 보였다.
딱히 배도 고픈 것도 아니라 코코넛 음료와 말레이시아 식 샌드위치를 주문하고 기다렸는데 손님이 밀려 거의 10분이 지나서야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당장이라도 튀어 가야 하는 상황인지라 코코넛 음료의 맛을 볼 틈도 없이 벌컥벌컥 마셔버리고 말았다.
샌드위치는 맛이라도 볼 요량으로 한 조각 집었는데 설탕을 뿌려 단 맛이 강한 불량식품 같았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딱히 대단한 맛도 없는 코코넛 음료에 엄청난 기대심이 작용하는 이유가 뭔지 궁금했다.
그 와중에 나는 진열된 말레이시아 노점 음식을 촬영했다.
나중에 그곳을 방문해 식사를 하며 알게 된 사실인데 우리나라 사무실 밀집지역에 즐비한 한식뷔페 비슷하게 운영되는 식당이었다.
우리가 찾은 곳은 말라야 대학 전 총장의 사무실이다.
말라야 대학은 우리나라 서울대 같은 곳이다.
현지에서는 UM이라 부른다.
Universiti of Malaya
현지 간판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스펠링이 잘못됐다고?
그렇지 않다.
말레이시아 식 영어다.
물론 공식적인 표기로는 University of Malaya로 기재되어 있다.
처음엔 적응하기 어려웠는데 이유를 들어보니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말레이시아에도 상형문자 같은 문자가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문자를 버리고 알파벳을 도입하게 됐다고 한다.
번외의 설명을 깔자면......
말레이시아는 포르투갈, 네덜란드, 영국, 일본의 침략으로 오랜 기간 외세의 식민지로 있었다.
싱가포르는 말레이시아에서 독립한 것이고 보루네오섬에 애매하게 자리 잡은 브루나이 역시 나중에 독립한 케이스다.
브루나이 왕국의 부족 국가였던 당시 사바와 시라와크가 말레이시아의 원시국가였다고 보면 될 듯하다.
이렇듯 유럽 열강과 일본의 침략으로 일찌감치 서구화된 문명은 그들의 상형문자를 폐기하게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렇게 해서 그들의 언어인 말레이어와 영어가 절묘하게 조합된 단어들이 많이 생겼을 것이다.
말레이시아에 가면 무조건 영어가 잘 통할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하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다.
일단, 영어가 유창한 사람이 아니라면 발음도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영국 식 영어인 듯하면서도 말레이 식 영어라 귀를 쫑긋 세워야 한다.
게다가 화교들은 영어를 거의 구사하지 못한다.
화교 식당에 가서 영어를 하면 도망가는 직원들도 있다.
그건 우리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지만. ㅎㅎ
교육 수준이 높은 사람들은 어릴 때부터 제대로 된 영어를 구사한다.
실제 많은 차이가 있다고들 한다.
아무튼 언어에 관련한 부분은 여기까지.
말라야 대학 R&D 센터 맨 꼭대기층 버튼을 눌렀다.
이번에도 역시 이해할 수 없는 기호의 버튼들.
대체 뭘까?
그리고 웬걸.
말라야 대학 전 총장 전용 공간이 있었다.
현 총장도 아닌데 전 총장에게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혜택이란 말인가?
너무 심한 특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호기심은 쉴 새 없이 질문거리를 만들어 냈다.
비즈니스 파트너는 속 시원히 내 궁금증을 풀어 주었다.
충분히 그럴 만한 이유가 될 것도 같았다.
전 총장은 말라야 대학뿐만 아니라 말레이시아에서 명망 있는 분으로 어떻게든 모시고자 하는 분이라는 것이다.
역시 직접 만나 뵈니 동네 아저씨 같은 푸근하고 정겨운 사람이었다.
한창때 지니어스로 인정받았다는 그는 친근하게 농담도 던질 줄 아는 편안한 사람이었다.
아시아 정세와 국제 금융에 대한 부분을 아주 가볍게 다뤘는데 아무래도 우리가 보는 시각과는 다른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에게 북한은 뜨거운 감자라 외국인과는 입장이 다르니까.
게다가 중국은 동남아시아 각국에 상당히 위협적인 국가라고 할 수 있으니 말이다.
이를테면 말레이시아는 중국과의 팜유, 두리안 교역에 있어 큰 낭패를 겪고 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한국의 전투기인 FA-50를 수입하려던 계획을 철회하고 중국 전투기를 구입하는 방향으로 돌아섰다고 한다.
이유는 갑자기 전면 수입을 금지해 말레이시아 팜유 수출 시장을 어렵게 했었는데 재수입 조건을 걸었다는 것이다.
모르긴 해도 미리 수를 쓴 게 아닌가 하는 의심도 하게 된다.
미팅을 끝내고 다시 숙소로 돌아오며 쿠알라룸푸르 최초의 쇼핑몰을 지나쳤다.
상권은 변하기 마련인데 현재 중심지가 된 지역은 어제 어떤 식으로 변할지 모를 일이다.
호텔 지하 주차장에 주차를 하러 내려왔는데 오토바이가 줄지어 서 있었다.
출퇴근 시간에 그 많던 오토바이가 죄다 어디 갔나 했더니 오토바이를 위한 전용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을 줄은 몰랐다.
지하주차장 전용 엘리베이터 버튼도 역시 이상하다.
이걸 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걸까?
다시 파빌리온 쇼핑몰에 들러 스타벅스를 찾아들었는데 가격표를 보니 국내 스타벅스와 큰 차이가 없다.
일반 서민들은 겨우 150만 원 정도의 소득이라는데 어떻게 이런 가격에 이용할 수 있는 것일까?
우리는 차라리 좀 더 쾌적한 곳으로 자리를 옮기기로 했다.
마침 비즈니스 파트너의 단골 카페가 있다 하여 한 층 아래로 내려갔다.
케이크와 커피를 전문적으로 하는 곳인데 요즘 국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스타일의 카페였다.
다음 미팅 역시 호텔 비즈니스룸에서 했는데 완벽에 가까운 전문가들을 만났다.
한 방 먹은 느낌이랄까?
어설프게 접근했다가는 후진 소리 듣기 십상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어렵사리 자리를 파하고 이번 미팅을 마지막으로 먼저 귀국할 다른 일행들을 위해 말레이시아 유명 맛집을 찾아가기로 했다.
1시간이 넘게 걸리는 먼 거리지만 그 정도 가치는 있다고 했다.
문제는 말라야 대학에서 갈 때와는 달리 시내 한복판을 관통해서 가야 하기에 예상했던 것보다 더 오래 걸렸다는 점이다.
가는 길에 차량 번호판들 중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규칙에 준하지 않은 번호판.
숫자나 알파벳 개수가 제각각이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돈만 주면 원하는 번호판을 제작할 수 있다고 한다.
물론 미국도 그렇다고 하더라만.
추가로 재밌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말레이시아에서 판매되는 차량의 가격은 우리나라보다 150~200% 수준이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량 구입을 주저하지 않는 이유가 몇 가지 있다.
일단 할부 문제다.
저리의 장기할부 프로그램이 구매력을 높인다.
또 하나는 산유국이라 기름값이 저렴하다는 점이다.
흔히 알다시피 기름값의 절반 수준이 세금이다.
말레이시아 주유소에서는 휘발유 1리터에 600원 대 수준.
넘 아름답다. ㅠㅠ
산유국이 어찌나 부러운지......
가는 길에 말라야 대학을 다시 관통해서 갔다.
지름길이라고 한다.
천천히 캠퍼스를 구경했는데 땅이 넓으니 건물도 여유롭게 보였다.
거의 100km는 이동한 듯.
서울에서 일산 정도 되는 거리다.
상가들이 줄지어 선 건물들이 이어졌다.
주차할 곳이 없어 한 바퀴는 더 돌아야 할 판이었다.
대체로 정리되지 않은 분위긴데 유독 한 식당 주위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얼마나 유명하길래 줄을 서서 먹는 걸까?
없던 기대감이 부풀어 올랐다.
FATTY CRAB
게 요리라는데 매운맛이 압권이라고 했다.
더운 날씨에 에어컨도 켜지 않는 오픈형 매장인데 번호표를 받고 줄을 서서 기다려야만 했다.
한국에서는 아무리 맛난 곳이라 해도 줄 서는 집엔 얼씬도 않는 난데 그 먼 곳까지 가서 줄을 서는 나 자신을 보니 웃기지도 않았다.
줄 서서 먹는 집의 만족도는 어떻냐고 묻는다면 100점 만점에 50점 정도 줄 수 있을 것 같다.
일단, 더워서 힘들었고
이단, 양이 애매한데 가격은 터무니없고
삼단, 손으로 뜯어먹어야 하는데 끈적한 양념이 손에 너무 많이 묻어서 짜증이 났다.
다시 가라면 절대 안 갈 거다. ^^
식당을 나서는데 이동식 버스킹의 등장.
노래 불러 여행경비를 마련하려는 듯했다.
하지만 관심을 주는 사람은 거의 없는 듯했다.
이 식당에서 또 우연히 발견한 게 있다.
샵 인 샵 이랄까나.
닭튀김 요리를 하는 매대가 매장 안에 있는데 계산이 별도라길래 물어봤더니 사업주가 다르다는 것이다.
위생과는 거리가 상당히 멀다.
많이 멀다.
돌아오는 길, 아쉬움이 남았는지 방사르라는 동네로 향했다.
한국으로 치자면 강남의 청담동 급 정도 되는 곳이라고 한다.
건물도 신식이고 식당 인테리어도 수준급이다.
주로 외국인들이 많이 보였는데 현지인들은 말레이시아에서 내로라할 정도로 돈 좀 만지는 사람들이나 노는 동네란다.
메뉴판을 보니 우리나라와 큰 차이는 없어 보였다.
그렇다면 현지인들에게는 매우 비싼 곳임에 분명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모히또 가격이 매우 저렴하는 것.
모히또 스푼은 사탕수수로 대체되어 있었다.
매우 독특했다.
우리 돈으로 6천 원 정도인데 그거 한 잔 시켜 놓고 한두 시간 흥청망청 시간 죽이는 사람들도 많이 보였다.
그런데 난 이상하게도 빨리 숙소로 돌아가고픈 마음이 간절했다.
만사가 귀찮아진 것이다.
일행들은 무슨 할 말이 많은지 수다가 이어지고 자리는 길어져만 갔다.
돌아오는 길에 부킷 빈탕 인근의 관광객 놀이터라 할 수 있는 곳을 들렀는데 그다지 와 닿지 않는 분위기여서 관심조차 가지 않았다.
난 외국 여행을 다니면 항상 일반인들 사는 모습을 보러 시골을 찾아가거나 도심 구석구석 민가들을 찾아다니는 편이다.
아무튼 여행 벗은 자고로 코드가 맞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