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4일차, 대중교통 이용하기

알면 쉽고 모르면 어려운 것들

by 루파고


그랜드 밀레니엄 호텔의 마지막 밤을 보내고 마지막 조식을 먹었다.

역시 변하지 않는 맛!


기대하지 않으면 실망할 게 없다.



오늘은 숙소를 옮길 타이밍이다.

이제 남은 미팅은 주로 말라야 대학에서 이뤄질 것이라 근처로 이동해야 한다.

함께 왔던 일행은 업무가 끝나서 더 이상 볼 일이 없다.

들은 정을 마쳤으니 한국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앞으로는 나 혼자 다녀야 한다.

게다가 향후 일정에 있어 예약된 숙소는 없다.

굳이 교통도 어지러운 쿠알라룸푸르 한복판에 머물 이유가 없었다.

현지 음식에 대한 매력도 잃은 지도 오래다.

숙소를 선택하는 게 외로 까다롭게 느껴져 업무를 끝낸 후 고민하기로 했다.

그것보다 생각지 못했던 이슈가 잠복하고 있었다.

주말이 닥친 것이다.

토요일부터 일요일까지는 어떻게든 혼자 시간을 보내야 하는 상황이다.

애초에 여행을 계획하고 온 것이 아니라 갑자기 이틀 동안 할 거리를 찾아야 했다.

고민은 접어 두고 일단은 업무에 전념하기로 했다.




체크 아웃 절차를 밟고 호텔 앞에서 일행을 떠나보낸 나는 곧장 말라야 대학으로 향했다.

이번엔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로 작정했다.

택시 대신 전철을 타고 가는 것이다.

숙소에서 미리 노선을 찾아 숙지해 두었고 마침 근처에 부킷 빈탕 역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이른 시간이 아니어서 그런지 거리는 대체로 한산했다.

쇼핑몰은 이제 갓 개장했을 시간이다.

쿠알라룸푸르의 중심가인데 사람이 많지 않으니 그것 또한 묘한 느낌이 들었다.

몸매가 드러나는 트레이닝복을 입고 포니테일로 묶은 금발머리를 찰랑거리며 조깅하는 여자가 보였다.

말레이시아에서 보기 힘든 모습이 아닐까?


역사 안으로 진입한 나는 갑자기 밀려드는 걱정에 멍청해지고 말았다.

분명히 구글로 노선을 확인하고 왔건만 뭘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오질 않는 거다.

우선 전철 티켓을 구입하는 것부터가 문제였다.

결제수단을 찾을 수가 없는 것이다.


카드결제는 불가능하고 오로지 현찰만 가능한데 내가 가진 화폐는 100링깃과 50링깃 단위밖에 없었다.

필요한 화폐는 10링깃, 5링깃, 1링깃짜리다.

ATM도 보이지 않았다.


대략 난감하다는 게 바로 이런 상황을 두고 하는 말이 분명했다.

마침 지나가는 사람이 있어 물어보려 했더니 그 역시 나와 같은 상황인 것 같았다.

백팩을 멘 여행자의 모습, 백인이었다.

서로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각자 방법을 찾아 나섰다.

주변을 잘 더듬어 보면 화폐 교환기 같은 게 있지 않을까 싶었지만 그것 역시 희망에 그쳤다.

나는 50링깃 지폐를 꺼내 역무원 앞에 섰다.

그와 나는 아무런 대화도 필요 없었다.

난 그저 지폐를 내밀었고 그 역시 지폐 뭉치를 내게 건넸다.

쓸데없는 고민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백팩을 메었던 친구는 역사 밖으로 가던데 결국 어디로 간 걸까?

그의 안위가 걱정됐다. ㅎㅎ


문제는 이제부터였다.

처음 보는 키오스크를 조작하는 게 그리 쉽지 않다는 것이다.

노선도 잘 모르고 노선명 자체가 머릿속에 없으니 뭐가 뭔지 알 수가 없었다.



맨 왼쪽 발매기는 우리나라의 T머니와 비슷한 것 같았다.

말레이시아에서는 터치앤고(Touch 'N Go) 라고 네이밍 된 서비스를 운영하는 듯했다.

가운데 발매기를 보면 쿠알라룸푸르 노선이 5개밖에 안 되는 걸까 싶었다.


1999년 처음 일본에 갔을 때 거미줄 같은 지하철 노선에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남아 있는데 현재 우리나라 지하철은 도쿄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을 것 같다.

당시 일본은 급행열차 등 다양한 민간 철도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우리는 아직 거기까지는 가지 못한 상황이다.


아무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는 총 11개의 노선이 운영된다.

우여곡절 끝에 약속 장소 근처까지 가는 티켓을 발권했다.

오잉?

그런데 웬 플라스틱 코인 하나가 튀어나왔다.

예전에 토큰이란 걸 사용했던 기억이 났다.


정말 오랜 추억인데 말레이시아에서 그 기억을 꺼내 볼 수 있게 되다니......



재미난 건 역사 기둥에 달린 선풍기들이다.

지하철은 매우 한산해 보였다.

다양한 인종이 모여 사는 말레이시아라는 걸 다시 실감했다.


철도 자체가 지상에서 높이 띄워져 있어서 창 밖을 보면 눈이 즐겁다.

쿠알라룸푸르 곳곳에 건설현장이 흔히 보였다.


중간에 갈아타야 하는 걸 모르고 그냥 지나쳤다.

어쩔 수 없이 중간에 내려 비즈니스 파트너에게 SOS를 쳤다. ㅎㅎ

하지만 동선에 차이가 많고 약속 시간 때문에 택시를 잡아 타고 말았다.

나이가 꽤 지긋한 택시기사님과 농담 따먹기를 하다 보니 목적지까지 어떻게 왔는지도 모르겠다.

허접한 수준의 내 영어에도 친절하게 대응해준 그가 너무 고마웠다.


약속 장소에서 차를 타고 이동한 곳은 쿠알라룸푸르 외곽에 위치한 골프장.

Kelab Golf

물론 공 치러 간 건 아니다.

골프장 레스토랑에서 미팅을 잡은 거다.



역시 일도 밥은 먹고 해야. ㅋ

밥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인데.


옛 선현의 말씀에 따르면 <밥 먹기를 게을리 한 자는 잠도 자지 말라> 했다.



밤에 제대로 자려면 잘 먹어야만 한다.

호텔 조식도 별로였는데 골프장 레스토랑 음식은 어떨까 궁금했다.

하지만 기대는 처참하게 무너졌다.

가격은 관심도 없었지만 기대 이하의 음식에 기대했던 마음이 와르르 무너졌다.

대체 뭘까?

뭔가 다른 걸 상상했던 내가 이상한 놈이었을까?

아무튼 나의 문제라 떠넘기고 만다.



딱 하나, 나의 혀를 자극한 것이 있다.

내용물을 알 수 없는 이상한 열대과일 음료다.

왜 물어보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보기에도 예쁜 색이다.




다음 미팅 장소까지는 이동거리가 꽤 된다고 한다.

나야 옆자리에 타고 다니니 그다지 힘들지 않지만 며칠째 나를 끌고 다니는 비즈니스 파트너에게는 미안한 마음이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한참을 달려 쿠알라룸푸르의 북부 지역의 처음 가는 동네에 도착했다.

미팅 내용은 비밀이고.

그의 사무실에서 흥미로운 액자를 발견했다.



양해를 구하고 사진을 찍었는데 이게 뭔지 아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모르겠다.

이게 바로 코란 경전이다.

기독교도들이 집에 걸어 두는 십계명 같은 거다.

읽을 수는 없지만 아무튼 좋은 내용일 거다.




모든 업무를 마치고 저녁식사를 위해 이동했다.

지나는 길에 눈여겨봤던 두리안 전문 판매점 옆을 지나쳤다.

우리의 목적지는 그 근처였는데 이 판매점&식당은 길을 오가며 눈길을 끌었었다.


두리안 전문 판매점이자 음식점이다.

건물도 독특하고 규모의 미학을 적절하게 드러낸 곳이다.

주변은 온통 열대과일 매장이다.

물론 수산시장처럼 현장에서 골라 구입하고 시식하는 식당들이 즐비하다.



건물 뒷골목을 우연히 보게 됐다.

에어컨 실외기는 어느 나라나 풍광을 해치는 설비다.

어쩔 수 없고 피할 방법이 없다.

우리는 지금 이것과 관련된 아이템을 두고 엄청난 고민을 하는 중이다.

중소기업은 정말 힘들다.

말로만 하지 말고 제대로 된 지원을 했으면 한다.

물론 나는 백수다. ㅎㅎ

나는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없다.

국민 총생산에 있어 마이너스 존재니까.



열대과일들.

청과물시장 같은 곳이다.

흔히 보던 과일 외에 처음 보는 것도 있다.

하지만 우리 목표는 두리안.


두리안에 대해 잘 모르던 이야기를 듣게 됐다.


우리나라에서 보양식이라고 하는 것들이 뭐가 있을까?


그럼 말레이시아에는?

두리안이 그것이다.

명절에는 두리안 죽을 먹는다.

가격은 어떨까?

두리안은 서민들이 즐겨 먹기 어려울 정도로 비싸다.

예전엔 아무 생각 없이 먹었던 두리안인데 알고 먹으니 좀 색다르다.

두리안을 먹으면 몸에 열이 난다고 한다.

우리로 따지면 인삼 같은 존재다.

그 큰 두리안을 밀림에서나 쓸 법한 커다란 칼로 쪼개면 노란 씨앗이 나온다.

그 씨앗을 다 먹는 것도 아니고 씨앗을 싸고 있는 노란 과육만 먹는 거다.

그게 엄청난 열량을 가진 고단백 보양식이라는 것이다.

왜 전에는 아무 생각 없이 먹었던 걸까?


위 사진들을 보고 저 숫자들은 뭔가 하고 호기심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상을 줘도 된다.

물론 말레이시아에서 주면 주겠지만. ^^

쉽게 비유하자면 제주의 귤을 생각하면 된다.

우리가 생각하는 귤은 그냥 한 가지가 아니다.

한라봉, 천혜향, 레드향 머시기 머식 등등

한 가지 팁을 드리자면 조생귤은 '일찍 열리는 귤'이라는 뜻이다.

다른 종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상식 설명 끄읏!!!


내가 물었다.

두리안 냄새가 예전 같지 않아요.

답은 이랬다.

농약 등이 좋아져서 예전처럼 고약한 냄새가 줄었어요.


아하~~


여기서 한 가지 재미난 이슈가 하나 있다.

중국인들은 몸에 좋다면 일단 먹고 본다고 하는 웃지 못할 농담을 들어본 사람들이 많을 거다.

당연히 두리안도 그 범주 안에 들었다.


말레이시아 두리안의 70% 이상을 중국인이 싹쓸이했다고 한다.


당연히 가격이 뛰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중국의 두리안 수입이 끊겼다.

이유는 뭘까?

예상할 수 있는 이유다.

장난질이겠지. ^^

뭔가 다른 협상의 여지를 위해서.




비즈니스 파트너와 나는 두리안을 배가 터지게 먹고 우리 돈으로 약 10만 원 정도를 지불했다.

과일 좀 먹었다고 10만 원이면 과한 금액이다.

그만큼 두리안은 정말 비싼 가격인데 그나마 중국 수출이 줄어 저렴해진 거라고 한다.

참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두리안으로 부족해 저녁을 먹었다고 하면 돼지가 되나 싶지만 뭔가 허전함이 있었다.

주변을 뒤져 국물이 있는 메뉴를 찾아 들어갔는데 이 식당에서 의미 있는 팸플렛을 보았다.

플라스틱 스트로우(빨대)를 쓰지 말자는 슬로건의 게시물이 있었다.

그러고 보니 후기를 쓰며 정말 중요한 걸 빼먹었다.

어처구니없지만 말레이시아의 많은 식당들은 이미 종이 빨대를 제공한다.

누구나 알다시피 단가는 더 비싸지만 환경에 대한 의식은 우리 이상이지 싶다.

물론 거리를 다니다 보면 절대 그렇게 보이지는 않지만 뭔가 선도하려는 의지만큼은 높게 사주고 싶었다.




식사를 마치고 발 마사지를 받았는데 가격은 얼마?

1인당 가격은 약 15,000원 수준이었다.

착하디 착한 가격.

발은 무참히 혹사당했다.

아프다고 말할 걸. ㅠㅠ

묵묵히 참았는데 그 고통이 며칠을 갔다는 것.


마사지를 받고 숙소를 찾아 헤매기 시작했다.

아이구나.

주변의 호텔은 만실.

방이 없어서 이리저리 헤매다 찾은 곳은 주변의 후미진 이상한 모텔.

어릴 땐 아무 데서도 잘 잤었는데 정말 힘든 밤이었다.

지저분하고 지저분하고 지저분하고......

난 원래 이런 놈이 아니었는데 어쩌다 이리 까다로운 놈이 된 걸까?

똥물 위에서도 잘 수 있었던 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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