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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기영 Jan 23. 2018

프롤로그

내가 영어오답노트를 쓰는 이유

음...나는 현재 미국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 여기서 오랫동안 공부한 것은 아니고 이제 첫 학기가 지났다.


학교와 지역은 공개적으로 밝히기 그렇지만 동부 어디쯤이다. 덕분에 무척 다양한 영어 환경에 노출되어 있다. 중국, 인도, 한국 등 아시아인들 뿐 아니라 독일, 미국, 영국 등 세계 곳곳에서 온 학생 및 교수님들과 영어로 대화를 하고, 프리젠테이션을 하고, 에세이를 써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내 짧은 영어 실력이다. 완벽한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서 말수가 적어지고 내가 전달하고 싶은 내용을 온전히 전달하지 못할 때가 많다. 너무 많다. 내가 여기에 영어를 공부하려고 온 것은 아니지만, 영어는 너무나 필수적이다. 전쟁터의 총과 같다. 한국에서 20년 가까이 영어를 공부하고 어떻게 하다보니 이 곳에 와 있지만 부족한 게 한두가지가 아니다. 그래서 뭔가 해결책을 강구하게 되었다. 


요즘은 영어 자료가 넘쳐난다. 따로 책을 사지 않더라도 유튜브, 구글, 고해커스, YBM, CNN, 미드, 영드 등 마음만 먹으면 영어 학습에 필요한 자료는 클릭 몇 번으로 너무가 쉽게 구할 수 있다. 그런데 왜 나는 영어를 못하는 것일까. 왜 영어 실력이 늘지 않는 것일까. 외국인과 대화할 때마다 왜 버벅거릴까. 강의실에서 아까 이렇게 말했어야 했는데 왜 이상한 말을 한 것일까하며 이불킥을 했던 순간이 한두번이 아니다.  


맥도날드에서 커피를 한잔 시켜놓고 차분히 생각을 해봤다. 뭐가 잘못된거지? 앞으로 어떻게 해야하지? 


고등학교 때 수학 오답노트를 적었던 기억이 났다. 나는 사실 문과라 고등학교 1학년때까지만 하더라도 수학 점수가 상당히 안 좋았다. 이렇게 하다가는 수학 때문에 내가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될 정도였다. 그런데 EBS 교육방송에서 어느 수학 선생님이 오답노트를 적어보면 내가 왜 이 문제를 틀렸는지 알 수 있게 되서 다음 시험에는 실수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이후 나는 믿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수학 오답 노트를 작성했고, 정말 신기하고, 신비롭고, 신묘한 체험을 했다. 수학 성적이 눈에 띄게 오른 것이다. 처음에는 귀찮게 왜 이런 걸 적고 있어야 하지라는 생각도 들었는데, 틀린 내용을 되짚어 보니 주요 공식이나 문제 푸는 법이 클리어하게 이해되기 시작했고, 성적도 오르면서 오답노트의 파워를 몸소 느끼게 되었다. 마치 바둑에서의 복기랄까...


나는 다시 그 때의 신비로운 경험을 하고 싶었다. 사람은 자신이 체험한 것은 강하게 믿게 된다고 하는데 오답노트가 내게 그런 것이다. 이번에는 수학오답노트가 아니라 영어오답노트를 써야겠다는 느낌이 팍 왔다. 그 분이 온 것 같았다. ^^  


지극히 개인적인 오답노트를 브런치에 올리는 이유는 혹시 단 한명이라도 내 오답노트를 읽고 공감해서 영어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그래야 나도 힘을 받아 더 적극적으로 오답노트를 쓸 수 있기도 하고. 


매일매일 틀림과 창피와 후회의 삶이다. 그러나, 아니 그래서, 내가 어떤 실수를 했고, 어떤 잘못을 저질렀는지 능동적으로 기록해놓으면 다시는 틀리지 않겠지, 라는 생각이다. 창피하지만 영어오답노트를 시작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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