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 인간 다면체 이론 / 슬픔 / 행복
1.
몇 주전 비가 오는 구간과 오지 않는 구간 사이에 있는 신비한 경험을 했다. 주위에 말을 했는데 대부분 믿지 않거나 또는 관심이 없었다. 믿어준 사람들은 내 말이라면 모두 믿는 사람과 경험해봤던 사람이었다. 신기한 이야기일 순 있지만, 믿지 못할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안 믿어주니 좀 속상했다. 내가 저런 거짓말을 해서 얻는 것도 없는데 말이다.
흔하지 않은 일이나 자신이 겪어 보지 않은 일은 거짓으로 치부되기 쉬운 것 같다. 그게 진실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거짓말쟁이가 되느니, 또 공감받지 못하느니 더 이상 말을 하지 않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
이야기를 왜 했을까?
그냥 혼자 느낀 신기한 감정을 함께하고 싶었던 거였을까?
2.
나는 별로 좋은 사람도 별로 나쁜 사람도 없다고 생각한다. 아주 믿을만한 사람도 별로 믿지 못할 사람도 없다. 사람에 대해 회의적이라기보다는 사람은 '다면체'라는 생각이다. 이것을 나는 '인간 다면체 이론'이라고 칭하려고 한다. ㅋ 면이론을 처음 생각나게 한 건 예컨대 이런 문장이다.
"너는 좋은 면을 많이 가졌어."
그럼 나는 좋은 사람일까? 나를 좋다고 판단한 사람은 단지 나의 좋은면이 그 사람 쪽으로 향했기에 보인 것이다. 나를 나쁘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내 나쁜 면이 그 사람에게 닿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두 다면체이고 다양한 면면들을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보이며 맞닿아 살아간다. 누군가 자신을 괴롭히고 힘들게 한다면 그 사람이나 내가 나쁜 게 아니다. 그저 서로 나쁜 면들이 닿아있을 뿐이다.
물론 이렇게 생각한다고 관계가 회복되는 건 아니다. ㅋㅋ
이상하게도 한번 자리 잡은 (나쁜) 관계는 계속 그 면만 닿아서 서로 아프고 힘들게 하는 거 같다.
3.
내가 계속 슬퍼하는 건 누군가에게 위로받고 싶은 걸까. 나에게만 큰 짐이 있고, 누구에게도 이해받을 수 없는 슬픔이 있다고 생각했다.
4.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이 나에게 말했다. 우리가 갖고 있는 목적의식에 스스로를 옭아매면 과정 과정마다 찾을 수 있는 삶의 행복들을 놓치게 될 거라고. 행복은 순간마다 누릴 수 있는 감정의 비눗방울이지, 그 것 차제가 목표가 되는 건 어불 성설이라고.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조차 몰랐다.
입으로는 행복을 좇지 않는다고 하면서,
기대하지 않는다면서,
행복을 좇았고, 기대를 했고, 현재 내가 가진 기회와 마디마디의 행복들을 외면했다.
4월의 생각일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