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린 노하작가 - 아티 에세이 01
나는 천천히 가랑비 젖듯 결국 해내는 것을 좋아한다. 너무 빠르면 숨이 차다. 힘들다. 매일 적당한 만큼의 잠을 자고, 적당히 운동하고, 적당히 먹는다. 밤샘 공부는 해본 적이 없다. 계획적으로 목표를 향해 매일 과제 1/N을 하고 데드라인을 기다린다. 그래서 자격증 공부라던가, 시험공부는 비교적 쉽다. 범위가 있고 끝이 있다. 그래서 그런 것들은 견딜만한다. 결과를 떠나 최선을 다했다면 만족한다.
문제는 가족 안에서 나의 역할이라던가, 새로운 언어를 배운다는 것. 이런 끝이 없는 부담스러운 일들 앞에서 나는 자주 진땀을 흘린다. 아내나 엄마의 역할에는 답이 없다. 지름길도 없고, 목표 지점도 없다. 무한 반복, 순환 소수다. 무리수다.
새로운 언어는? 노르웨이어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노르웨이에 10년째 살면서 언어에 대한 고민이 점점
더 많아진다. 나는 결정적 시기 가설을 핑계 대고 싶다. 뇌 가소성에 따라 2세에서 13세 사이에 언어를 경험하지 못하면 언어를 구사하는 능력 자체가 불완전할 수밖에 없다는 그 가설. 그러면 나도 노르웨이어를 못하는 것이 당연해지는 것이다. 그러나 언어 습득에 대한 결정적 시기 가설은 말 그대로 가설이다.
언어 습득은 동기, 즉 재미와 환경이라고 한다. 환경? 일단 OK. 여긴 노르웨이니까. 그럼 노르웨이어에 대한 재미를 찾자. 그러나 나에게 노르웨이어가 재미있을 리 없다. 그럼 방법은 하나다.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이다. 싫지 않게 만드는 것이다. 잘 해내려는 욕심을 버리는 것이다. 그냥 할 수 있는 만큼 꾸준히 하는 것이다.
확성기를 들고 내 앞에 검열관이 소리친다.
"더 열심히 해야 하는 거 아니야?!"
"이 정도는 말할 수 있어야지!!"
"언어에 더 집중하고 딴짓은 하면 안~돼!"
뭐?? 뭐라고??
나는 검열관의 말을 무시할 것이다. 내 스타일대로 천천히 나아가려고 한다. 어느 누구도 나를 밀어붙이는 사람이 없다. 그런데 왜 나는 나를 못살게 구는 걸까? 나에게 여유를 주자. 내가 살고 있는 이곳, 노르웨이. 왜 내가 이곳에 살고 있는지.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천천히 생각하자. 이것이 현실 도피는 아닐 것이다.
나도 삶을 즐기며 살아야 할 것이 아니냔 말이다. 좋아하는 글도 이렇게 쓰면서 살아야 할 것 아니냔 말이다.
"천천히 삶을 즐기라. 너무 빨리 달리면 경치만 놓치는 것이 아니다. 어디로 가는지, 왜 가는지 하는 의식까지 놓치게 된다."
- 에디 캔터
<아티스트웨이>, 줄리아 카메론 p.102
작가 소개가 계속됩니다.
미니린 (노하Kim)
뉴아티북클럽 출간작가 | 북유럽 노르웨이 거주 10년 차. 노르웨이와 한국 그 어디쯤에서 방황 중입니다. 어떤 일을 새롭게 기획하고, 함께 도전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엄마, 작가, 샘으로 살았고 작가 크리에이터로 살고자 합니다. <노르웨이 엄마의 힘>, <전자책 글쓰기 셀프코칭> 등을 쓰고, 뭔가를 계속 쓰고 있습니다.
@minirin.noha
@nohakim.writer
뉴아티 글쓰기 북클럽 작가팀 : https://naver.me/xuiQO8GZ
블로그 : https://blog.naver.com/norwayfriend
책 : 노르웨이 엄마의 힘(황소북스, 2017)
초보자도 전자책 작가로 만드는 글쓰기 셀프코칭(전자책, 2023) 등
https://brunch.co.kr/@norwayhou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