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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삐죽삐죽한 글쓰기를 하고 싶다면<무정한 글쓰기>

책을 선택하는 세 가지 기준으로 본 <무정한 글쓰기>

by 김노하 Norway


“아. 책이 많아도 너무 많아!!”


유튜브나 블로그에서 추천하는 책이라며 선택을 도와주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래도 선택지가 너무 많다. 읽고 싶다고 다 읽을 수는 없다. 그래서 나에게는 책을 선택하는 방법과 좋은 책인지 아닌지를 구분하는 기준이 있다.


먼저 내가 책을 선택하는 기준은 '작가, 목차,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이 세(네) 부분이다. 이 기준에 따라 책을선택한다. 이 글에서는 <무정한 글쓰기>라는 책을 선택한 이유와 읽은 후 나의 생각을 적어보려고 한다.




이번 여름휴가 기간에 집중해서 읽은 책은 ‘무정한 글쓰기’다.


<무정한 글쓰기>의 저자는 신나리다. 작가는 자신이 누구인지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 계속 글을 쓰는 사람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실제로 저자는 원하는 분야에 대한 깊이 있는 독서를 좋아하며, 현실과 타협하지 않고 치열하게 글을 쓰는 편이다. 요즘은 조성진 피아니스트의 공연을 찾아다닌다.

사실 나는 저자의 블로그와 이웃을 맺고 있다. 다른 이들의 삶에 크게 관심이 없는 나지만 그녀의 블로그에는 매번 눈길이 갔다. 광고성 글이 넘쳐나는 블로그에 글을 쓰는 폼이 남달랐다고나 할까. 글만 봐도 자신만의 주관이 '매우' 뚜렷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무엇보다 내가 하지 못하거나, 하고 싶었던 일을 하며 살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 매력적이었다. 그중에서 가장 부러운 것이 40대, 여자, 엄마로서 일을 함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글을 쓴다는 것이다. 나는 그런 작가가 궁금하고 가까워지고 싶어서 글쓰기 수업도 신청한 전력이 있다. 시차 때문에 새벽 1시부터 5시까지 뜬 눈으로 지새우면서 글을 쓰고 나누었다. 글쓰기 책이 곧 나온다는 것도 수업을 통해 알게 되었다. 내 글을 정성스럽게 읽어준 글선생이 쓴 글쓰기 책인데 어찌 읽지 않을 수 있을까.


이제 책을 펼치고 <무정한 글쓰기>의 목차를 볼 차례다. 목차만 무려 4쪽이다. 한 권에 많은 글을 담는 작가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벽돌책인가 싶을 만큼 목차가 길다. 보통 목차가 4쪽 정도가 되면 출판사에서 분량을 줄이자고 말했을 법도 한데 이 목차가 통과가 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독자가 읽을 만한 이야기가 많았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보통 나는 목차에서 읽고 싶은 챕터가 적어도 삼분의 일은 있어야 나에게 필요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무정한 글쓰기>의 목차는 1부와 2부로 나뉘어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1부의 소제목들이 더 매력적이었다. 글쓰기 실습과 관련된 글들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01. '쓰고 싶다'에서 '쓴다''라는 제목은 책 표지에도 써져 있던 문장이다. 이 책의 핵심 메시지다. 보통 글을 쓰는 사람들은 글을 쓰는 행위가 시작되면 정신없이 키보드를 두드리지만 그 행위를 시작하게 되기까지가 힘들다. 나 또한 이 문제에서 늘 자유롭지 않기에 이에 대한 해결책을 줄 수 있는 챕터가 아닐까 싶었다.


'03. 자전적 글쓰기'에서는 '엄마에게 요구되는 도덕성', '나 대신 나를 써줄 서술자'가 눈에 띄었다. 이 책의 저자와 마찬가지로 엄마이자 내 일을 나답게 하면서 동시에 ‘글을 쓴다’는 것은 여러 가지 면에서 제약이 많다. 환경적 제약도 있지만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글을 풀어내야 할지 늘 고민이다. 저자는 이런 고민들을 파헤치고 긁어 줄 수 있다고 목차에서 선언하고 있다.


'05. 생생한 글엔 이유가 있다.'에서는 ‘자료조사는 감각을 깨운다’와 ‘하소연과 낭만 없이 작별하는 법’이라는 제목이 좋았고 '06. 서사 아닌 에피소드로 보여주기' 챕터 또한 나에게 부족한 글쓰기 전략에 대한 도움을 받을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들었다.


사실 소제목만 봐서는 아리송한 부분들도 많았다. 그래서 궁금증 때문에 읽기 시작한 챕터들도 여럿 있었다. 마지막 '08 장인처럼 쓰기'에서 ‘쓰는 사람이란 정체성 말고, 그냥 쓰기’라는 제목이 그랬다. 내가 느끼기에 저자는 아리송한 문제들을 파고들면서 고민하는 과정을 나열하고 그리고 마지막에는 독자가 스스로 생각하도록 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떠먹여 주는 것이 아니라 나는 이렇게 떠서 먹는다고 이야기를 한다. 때로는 그런 글들이 읽기에 애가 쓰이기도 하고 나의 핑계들을 건드려서 껄끄럽고 까칠했다. 그래서 읽는 내내 몸을 비틀거나 머리카락을 쥐어 뜯기도 했다. 그것이 이 책의 매력이다.


마지막으로 <무정한 글쓰기>의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살펴볼 차례다. 책을 위한 가이드에서 작가는 글을 쓰지 않겠다는 결심이 무색하게 더 열심히 글을 쓰고 있는 자신을 모습을 탐구한 책이라고 소개했다. 왜 작가는 2년간 자신을 쥐어짜면서 글을 쓰고자 했을까, 아니 쓸 수밖에 없었을까. 작가가 쓴 문장에 나의 의견을 보태면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세상에는 '글을 써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글을 쓰면 피하고 싶은 것들과 대면할 용기가 생긴다. 현실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하더라도 그 문제가 무엇인지 알고 싶은 마음, 호기심의 실체를 물고 늘어질 수 있다. 글을 써야 하는 사람들은 그런 글을 쓰고 나서야 숨을 쉬면서 살 수 있다. 작가에게 글쓰기는 아마도 산소호흡기가 아니었을까. 그리고 이 책은 저자가 다시 글을 쓰기 위해서 산소통을 갈아 끼우는 숨 막히는 과정을 남긴 것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무정한 글쓰기>의 작가와 목차,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는 나에게 매력적이었다. 책을 읽기 전부터 “이건 너에게 필요한 이야기지?”라고 말을 걸어왔다.


1부는 글을 쓰라면 쓰겠는데 어떻게 해야 내의 글이 더 나아질 수 있는지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 좀 더 나다운 글을 쓰고 싶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평소 내가 글을 쓸 때 부족했던 부분이 어디였는지를 생각하면서 그 부분의 문제 해결에 집중해서 읽고자 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2부는 여유 있을 때 조금씩 읽기를 권한다. 사실 나는 이 책을 휴가 중에 몰아 읽었기에 책의 내용과 상황적 분위기가 다소 어울리지 않았다. 푸른 아드리아 해를 두고 들려오는 발칸 반도의 전통 음악을 들으며 작가와의 논쟁이라니. 작가의 의견에 완전히 동의할 때는 별과 하트를 마구 그렸고, 일부 동의하거나 반론을 제기해야 할 때는 펜으로 내 의견을 막 적었다. 책은 다 읽었지만 저자와 나와의 논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덧붙여서 2부에서는 저자가 자신의 글쓰기를 위해서 읽었던 책들 중에 직접 읽고 싶은 책들도 많았다. 그 책들을 읽고 나서 <무정한 글쓰기> 2부를 다시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야 저자와 대화를 제대로 할 수 있을 것 같다.


나에게는 좋은 책인지 아닌지를 구분하는 기준이 있다고 첫 문장에 적은 바가 있다. 나에게 좋은 책은 나의 사고(思考)를 건드리고 마는 책이 아니라 행동을 바꾸는 책이다. <무정한 글쓰기>를 읽기 전과 읽은 후 나의 글쓰기는 바뀔 것이다. 지금보다 더 깊이 생각하고, 자료를 조사하고, 풀어내는데 시간을 더 들이면서 글을 쓸 것이다. 저자가 이야기한 대로 삐죽삐죽 쓰기. 글쓴이의 계급, 성격, 성향, 취향이 드러나게 쓰기. 훌륭하고 행복해 보이는 답을 정하고 쓰거나, 비평가적 시선을 쓰는 글이 아니라 껄끄러운 글을 쓸 것이다. 그 이물감이, 나와 나의 글을 읽는 독자를 주저진 세상의 경계 밖으로 한 발 더 옮기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책. 88쪽을 참고함)


이 책을 읽었으니 이제 ‘쓰고 싶다’가 아니라’ 써야 한다.’ 그리고 일단은 쓴다.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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