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낭독 모임 후기
요가 매트가 어디 있지?
모르겠다. 그냥 하자.
무릎을 바닥에 대자 마자 화들짝 놀랐다.
아기들은 어떻게 기어 다니는 거지?
걷기 전에 무릎에 살이 통통하게 차오르는 이유가 있었어.
새벽 6시. 책 읽기가 시작되었다. 책을 읽어주시는 분들의 목소리에 따라 손가락으로 글자를 짚는다. 레일 위에 기차가 달리듯이 글자 위로 손가락이 달린다.
아직 너무도 어린 당신의 아티스트 아이는 기는 것부터 해야 한다. 그런 다음에는 붙잡고 일어서서 한 발짝 뗄 테지만 넘어짐도 많을 것이다. ... 멋지게 보여야 한다는 요구를 멈춰야 한다. 잘 걷지도 못하는데 뛰라고 하면 되겠는가! (70-71쪽, 아티스트 웨이-30주년 기념 특별판, 줄리아 캐머런)
검지 손가락이 종이 위의 글자를 지나가면 글자들은 문장이 되고 의미가 되어 머릿속과 마음으로 흘러든다.
- 그래, 맞아.
- 나도 그랬던 거 같아.
작가는 나도 아티스트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춤을 출 수 있다고 말한다. 그 문장을 읽고 내가 느낄 법한 투덜거림과 핑계들을 미리 알고,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다음 문장에 그러지 말라고 써 놓았다. 환경을 탓하지 말고, 타인과 비교하지 말라고 한다. 작가는 내 마음을 이미 훑고 지나간듯한다. 몇 년째 <아티스트 웨이>를 반복해서 읽고 있지만 읽을 때마다 속옷 차림으로 거리를 걷는 기분이다. 그래서 다시 읽고 또 읽게 된다.
내 안의 아티스트는 여섯 살 어린아이다. 아이들은 어떤 일을 잘해서가 아니라 좋아서 한다. 좋아서 달리기를 하고, 좋아서 그림을 그린다. 아이들은 좋아서 하면 그것으로 족하다. 따질 것이 없다. 그러나 어른에게는 나이만큼의 훼방꾼이 존재한다. 줄리아 캐머런은 이들을 검열관이라 불렀다. 그래서 모닝 페이지와 아티스트 데이트가 필요한가 보다.
검열관이 대열로 줄지어 서서 막아도 좋아서 하고 싶은 일이 있는가. 혹은 죽을 때까지 하고 싶거나 즐기고 것이 있는가.
나의 경우에는 '글 쓰는 것'이다. 글을 잘 써서가 아니라 쓰는 것이 좋아서이다. '아, 나는 왜 하필이면 글쓰기일까. 그림이면 더 좋을텐데.'라고 백만번 생각했다. 아마 어릴 때의 긍정적인 경험이 나를 이 방향으로 이끌었을 것이다. 학교 복도에 시화가 걸리고, 학교 신문에 내 글이 한 페이지를 차지하면 꽤 한참 동안 기분이 좋았다. 학교 가는 것이 즐거웠다. ‘글을 쓰기만 하면 나보다 잘 쓸 텐데 열심히 쓰지 않는 아이들이 많았던 것이 아닐까’라는 의구심이 들긴 했지만 어쨌든 나는 행운아였다. 조금만 애를 쓰면 글쓰기로 칭찬을 받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마음을 먹고 쓰면 늘 보상이 따랐기에 나는 언제나 마음을 먹고 글을 썼다. 그래서 글쓰는 것이 좋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도 글을 쓰며 살아볼까'라고 상상해 본 적은 없다. 어릴 때부터 글로는 먹고살기 힘들다는 것을 알았다. 초등학교 시절, 하굣길에 서점에 들러 시집을 한참씩 보곤 했는데 시집을 쓴 시인들은 공통적으로 이런 하소연을 했다. '시를 쓰는 것은 힘들다.나 때문에 가족들까지 힘들다. 쌀독에 쌀이 줄어드는 것이 무섭다. 생활이 너무 빠듯하다.'
시인들은 삶에 솔직하다. 그래서 내 주변 어떤 어른 보다도 시인들을 믿었고, 의지했다.
지금도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글에 손을 대지고 싶지는 않다. 기사도 써보고, 교정교열 작업도 해보고, 기획과 디자인 편집도 해보았지만, 돈만 보고 이 일을 계속할 수 있냐는 질문에는 물음표가 뜬다. 하늘 저편에 뜬 큰 무지개 크기만큼 색색깔 물음표가 가득 채워진다. 색깔별로 다른 이유들이 있다. 어떻게든 가정 경제에 도움이 되어야 할텐데. 아직은 배가 부른 건지도 모른다. 금전적 보상보다는 보람이 더 큰 일을 하고 싶다. 남편에게는 미안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겨 먹었다.
<아티스트 웨이>를 읽으며 글을 쓰기 위해 똘똘 뭉친 글벗들이 있다. 그분들이 글을 쓸 수 있도록 돕는 것은 보람이 있다. 은근슬쩍 등 떠밀어 글을 쓰게 만들어 드리는 일을 하고 있는데 글벗들이 찾아주신 내 재능 중 하나다. 보람되고 즐거운 일이다. <아티스트 웨이>라는 책을 함께 읽을 수 있고, 자기의 글을 쓸 수 있고, 글을 쓰지 않아도 아티 여정을 함께하는 이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한동안 내 글 쓰기가 뜸했다. 다시 돌고 돌아 제자리로왔다. 다시 글을 쓰기로 마음을 먹었다. 글을 쓰다보면 힘겹고, 답답하고, 부끄러운 덩어리들이 내 발에 계속 치일 것이다. 그러나 글을 쓸 때보다 글을 쓰지 않을 때 더 많은 귀찮음이 나를 괴롭힐 것이라는 것을 안다.
"자신에게 요구해야 할 것은 완벽함이 아니라 꾸준한 전진이다. ...멋지게 보여야 한다는 요구를 멈춰야 한다. ... 어설픈 아티스트로 시작할 각오를 해야 한다. 누구나 처음엔 초보자다. ... 그러니 이제 시작하자" (70쪽과 71쪽, 아티스트 웨이-30주년 특별판, 줄리아 캐머런)
다시 시작이다.
나는 기꺼이
내 창조적 재능을
발휘할 것이다.
-창조적 긍정 선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