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식장애 이야기 24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걸어오는 길, 금황에서 살던 때의 동네 이모를 만났다.
“오메, 쌤이 아니여? 나 성자 아짐이여야. 나 알아보겄냐잉?”
“네, 안녕하세요?”
“아따, 낯부닥이 느그 아부지랑 어쩌 그라고 똑같다냐잉.”
아버지를 닮았다는 말에 괜스레 쑥스러워 귀까지 빨갛게 열이 오른다.
“나 여 금방서 통닭집해야. 그란디, 양념통닭 묵어봤냐잉?”
“아니요. 안 묵어봤어요.”
“워매, 그라믄 안 되제. 내 월요일은 병원 가는 날이어 갖고 문을 안 연께, 내일 꼭 오니라잉.”
이모는 내 대답을 듣기도 전에 꼭 오라는 약속만 남기고 바삐 걸어가면서 소리쳤다.
“거그서 오른짝으로 한바쿠 돌문 가게 있어야잉.”
성자이모가 알려준 가게 간판에는 ‘처갓집양념통닭’이라고 적혀 있었다. 가게 앞에 붙은 시트지에 인쇄된 양념통닭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가게 이름이 신기하네이. 근디 묵어도 속이 어찔랑가, 묵어도 될랑가 모르겄네이.’
어쩐지 가게 이름이 참 정겹다.
그날 밤에 양념통닭 생각이 자꾸만 스쳤다.
다음 날 학교가 끝나자 발걸음이 성자이모 가게로 향했다. 문 앞에서 바로 들어가지 못하고 한참을 망설였다.
들어가도 될까?
혼자 와도 괜찮을까?
그때 치킨냄새가 콧속으로 슬며시 들어왔다. 나도 모르게 침이 꼴깍 삼켜졌다. 속이 뒤집어지더라도 먹어보고 싶다. 조심스럽게 가게 문을 열었다.
“오메, 왔냐잉.”
왜 혼자 왔냐고 묻지도 않고, 자리를 안내해 주었다. 그게 고마웠다.
양배추 샐러드가 먼저 나왔다. 케첩과 마요네즈가 뿌려진, 그 샐러드가 그날은 유난히 먹음직스럽게 보였다. 양배추를 섞고 있는데 치킨무를 가져다주신다.
“요것은 내가 직접 담근 것이어야잉.”
치킨무를 한입 베어 물었다. 달고, 아삭하니, 괜히 마음이 놓였다.
주방에서는 ‘따라닥 따라닥’ 기름 튀는 소리가 났다. 그 소리 속에서 다정하게 말을 건네온다.
“쌤아, 인자는 잘 묵냐?”
“네.”
“할무니 갖다 드리라고, 이모가 새로 해서 싸줄랑께. 이따가 갖고 가라잉.”
그 말이 참 고마웠다. 나는 그저 감사합니다라는 말만 반복했다.
양념통닭이 내 앞에 놓였다. 조심히 한입 베어 물었다. 짭조름하고 달콤한 양념이 혀끝에서 천천히 퍼졌다. 쫀득한 껍질 속 촉촉한 살이 입안에서 퍼져간다. 이런 맛은 처음이었다. 두 개째를 들었다가 다시 내려놓았다.
배가 부른 건지, 속이 더부륵 한 건지, 슬며시 이모 쪽으로 고개를 돌리려는데, 성자이모가 콜라를 따라주며 말한다.
“윽지로 묵들 말고 콜라 한잔 시원하게 마셔라잉.”
성자이모가 내 속까지 들여다본 것처럼 말했다.
성자이모는 내가 먹던 치킨과 양념통닭 한 마리, 후라이드 한 마리 총 세 마리를 싸주셨다.
“쌤아, 묵고 자플 때 기냥 와라잉!”
집으로 돌아가는 길, 양손에 치킨 봉지가 묵직했다. 그 무게가 괜히 마음까지 든든하게 만들었다. 집에 와서 만례씨가 승철이네 할머니집에서 돌아오기를 한참을 기다렸다.
“할머이, 양념통닭 묵어 봤능가?”
“안 묵어봤시야. 묵고 자프냐?”
“아니여.”
나는 봉지를 내밀고, 낮에 있었던 일을 천천히 이야기했다. 만례씨가 내가 먹던 통닭만 꺼내 두고, 새로 싸준 두 마리는 승철이네 집에 가져다주라고 내민다. 만례씨는 내가 승철이네 집에 통닭을 전해 주고 올 때까지 한입도 먹지 않았다.
“아따, 얼렁 묵어보소.”
만례씨가 그제야 한입 베어 문다.
“워매… 맛나다이.”
만례씨는 그날 정말 맛있게 양념통닭을 먹었다. 그 모습에 괜히 내가 다 배가 불렀다.
“할머이, 내가 돈 벌믄 마이 사 주께이.“
만례씨가 늘 나를 바라보던 그 눈으로…
오늘은 내가 만례씨를 바라본다.
따뜻하게, 천천히… 흐뭇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