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명탕을 먹는데 왜 살이 쪄요?

삽식장애 이야기 23

by 노래하는쌤

광주에 이사 오고 한 계절이 지나고 여름이 시작되었다. 만례씨는 변함없이 매주 광주와 나주를 오갔다. 월요일 아침이면 올라왔고 토요일 아침이면 다시 내려갔다.


만례씨에게 힘들다는 말을 들을까 봐서 그 길이 힘들지 않냐고 물은 적은 없었다.


하루는 만례씨가 혼잣말처럼 말했다.


“앞짝에 교회 한번 가 보고 자픈디…”


금황에 있을 때 만례씨는 새벽마다 새벽예배를 나갔는데 광주에 와서는 그러지 못했다. 대신 새벽예배 시간이 되면 어김없이 일어나서, 방 한쪽 구석에서

아주 작은 소리로 기도를 했다.


이따금씩 교회에 가고 싶다던 만례씨는 용기가 나지 않는지 정작 가지는 못하고 망설이기만 했다.


“아따매, 기냥 가 보장께. 그래쌌네이.”


내가 손을 내밀자 만례씨는 잠시 망설이다가 못 이기는 척 손을 잡았다.


“그래블자.”


어쩐지 그 손이 예전보다 많이 야위고 마른 듯이 느껴졌다.


집 앞 교회는 예배당이 지하에 있었다. 처음 가는 곳인데 이상하게 낯설지 않았다. 만례씨는 자리에 앉자마자 한참을 움직이지 않고 기도를 드렸다. 나는 그 옆에서 기도 몇 가지를 금세 하고, 고개를 들어 교회를 둘러봤다.


창문에 있는 예수님과 양 떼 모자이크로 빛이 조금 새어 들어왔다. 시선이 오래 머물고 있는데 만례씨가 내 손을 이끌었다.


“쌤아, 인자 가자잉.”


문을 나서며 한 번 더 모자이크를 돌아봤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는데 그냥 그러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교회를 막 나오는데 어떤 할머니 한분이 만례씨에게 말을 걸어왔다.


“안녕하세요? 여그서 처음 보는 얼굴인디 어쩌고 오셨당가요?”


“요 앞짝이 우리 손지딸 집인디, 나가 밥 챙겨 맥일라고 밤낮온담말이요.”


만례씨의 말에 그 할머니의 얼굴이 환해졌다.


“오매, 그래라. 나도 요 앞짝에 손주땀시 온담말이요.”


그날 이후 만례씨는 앞동 승철이 할머니 집을 오가며 새벽예배를 같이 다녔다.


“쌤아, 승철이가 그라고 머슬 잘 몬 묵었는디, 약방서 한약 묵고 입맛이 돌아븟다데.”


만례씨의 말에는 걱정이 섞여 있었고 기대도 섞여 있었다. 며칠 뒤 만례씨를 따라 마음한의원에 갔다. 문을 열자마자 한약 냄새가 코를 찔렀다. 앉을자리도 없을 만큼 사람이 많았다.


“왐마, 사람이 허벌천나브네이.”


잔뜩 긴장한 나 때문인지 만례씨는 놓치면 안 될 것처럼 내 손을 계속 쥐고 있었다. 1시간을 넘게 기다린 후 내 진료차례가 되었다.


“맥이 너무 약하네요. 소화기능도 많이 떨어졌고, 순환도 잘 되지 않아서 손발이 얼음장이에요.”


“그랑께요. 겁나게 용하다든만 참말이네요이.”


만례씨는 내 대신 안도했다.


“총명탕 두 재 지어드릴게요.”


“총명탕은 뇌가 총총해져브러서 공부 잘 허는 약 아니여요?”


“그렇게 알려졌지만 면역력도 좋아지고 순환도 잘 돼서 몸도 따뜻해지고 건강이 좋아져요.”


만례씨는 내 얼굴을 한 번 더 천천히 살폈다.


그날부터 우리 집에선 아침마다 한약 냄새가 났다. 만례씨는 학교 가기 전 한약을 꼭 데워서 내밀었다.


“모다 토해블믄 암짝에도 쓸모 읍응께 찬찬히 묵어라이.”


만례씨의 그 말이 약보다 더 따뜻하게 느껴졌다.

점점 토하는 날이 줄어들고 몸에 살이 붙어갔다.


그럴수록 만례씨의 얼굴은 밝아졌지만 왠지 모르게 점점 말수가 줄어갔다.


그때의 나는 몰랐다.

나의 건강이 좋아질수록 만례씨 마음속에서는 조용히 짐을 싸고 있었다는 것을…


점점 본인의 필요가 사라져 가고 있다고, 금황으로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는 것을 나는 꿈에도 몰랐다.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