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거기 있다면...
“승민아! 아야, 퍼뜩 소금 갖고 오니라이.”
마당 한편에서 흙을 발끝으로 괜히 밀어내던, 만례씨의 아들은 아무 말 없이 창고로 뛰어간다.
“오매, 그라지 말고 딱 한 번만 가보장깨요.”
“한 번만 더 그 소리 해 싸믄 콱 디져블랑깨.”
만례씨가 던진 부지깽이가 바닥에 떨어지며 둔탁한 소리를 낸다.
“아따, 난중에라도 유복이 애비 볼라치믄 믿어야 쓴당깨라."
“호랭이가 물어가도 시언찮을 영감탱이 뽈싸 디져븟는디 보믄 멋 헌당가...”
말은 거칠었지만, 끝이 점점 흐려진다.
“하고 자픈 말도 모다 못 했담서요.”
“욕이나 캥이나 쳐 헐라고 했재. 그때개라 욕 쳐 묵어서 머덜라고.”
만례씨의 눈이 붉어진다. 고개를 돌린 채, 더는 마주 보지 않는다. 쌀집 아주머니는 조심스럽게 말을 잇는다.
“그랴도 욕이라도 할라치믄 믿고 천당에 가야 쓴당 깨라.”
“예수쟁이 그짓말 듣고 잪도 안 해블고, 일 날썽 싶은께. 좋은 말 할 때게 가소.”
만례씨가 다시 손에 쥐었던 연탄집게가 미세하게 떨린다. 그 사이 어린 아들은 바가지에 담아 온 소금을 아무 이유도 모른 채, 만례씨의 말에 따라 마당에 뿌리고 있다.
“호강시켜 준다고 요사 떨든만 그래 몬야 디져블고, 나가 예수쟁이들 말 들어블믄 손꾸락에 장을 지져블재...”
그 후로도 쌀집아주머니는 만례씨에게 이따금씩 교회에 같이 가자고 찾아왔다.
“거 예수쟁이들 자불자불 말만 잘 허재. 순 사기꾼들만 모다났당깨.”
“......”
“승민이 애비를 보소. 천국이고 지랄이고, 여 사는 것이 지옥이랑깨.”
“따아-악, 한 번만 가 보장께요.”
“걍 디져 갖고 지옥 가 블랑깨. 인자 그 소리할라믄 오도마소.”
그날 이후, 교회 이야기는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10년이 지났다.
“승민아, 쌀집에 가 갖고 쌀 잠 폴아 갖고 오니라이.”
아들은 말없이 쌀집에 다녀온다. 아들은 쌀집에서 부흥회를 한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는다.
“어무니, 한 번만 같이 가장깨요.”
“오매 요사스런 양반이네. 너까정 못 가게 허든 안 헐랑깨. 믿등가 말등가 니 맴대로 해브러라.”
대답은 여전히 거칠었지만, 예전처럼 막아서지는 않았다. 하루 한 끼니 먹기도 힘든 삶이었다. 없이 사는 형편에 교회에 간다는 것은, 만례씨에게는 허울 좋은 사치일 뿐이었다.
“어무니, 같이 가믄 내가 핵교 안 댕기고 돈 벌러 공장 들어간당깨요.”
그 말에 만례씨의 손이 멈춘다. 양동이가 바닥에 떨어지고 물이 흘러내린다.
“니가 멀 안다고...”
만례씨는 더 이상 말을 더하지 않는다. 잔다며 들어갔지만 불은 꺼지지 않았다.
첫째 날.
둘째 날.
그리고 셋째 날.
아들의 발걸음은 마지막 날도 혼자였다.
그날 교회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앉을 자리가 부족해 다닥다닥 붙어 앉아 있었다. 숨이 막힐 듯한 열기 속에서, 설교가 마지막을 향해 가고 있었다.
“오늘 처음 나오신 분, 손 한번 들어보세요.”
몇 사람이 조심스럽게 손을 든다.
“그럼… 오늘 예수 믿고 싶으신 분, 자리에서 일어나 보세요.”
잠시 정적이 흐르고 맨 뒤에서, 누군가가 천천히 일어선다. 작고 마른 몸에 그마저도 굽어서 더 작은 만례씨였다. 고개를 들지 못한 채 어깨가 작게 떨린다.
“…나가… 믿을라고 헌 것이 아니고…”
말이 자꾸만 뚝. 뚝. 끊긴다.
“…기냥… 기냥… 믿어져부렀당깨…”
눈물이 바닥으로 뚝.. 뚝.. 떨어진다.
“…그 냥반 승민이 애비… 한 번만이라도… 따시… 보고 자파서…”
누군가는 말한다. 그건 거짓말이라고...
죽은 사람을 다시 만난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그래도 그 거짓말 끝에 단 한 번이라도 당신을 다시 만날 수 있다면 나는 그 거짓말, 믿어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