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비는 끝내 멈추지 않았다.

유서[遺書] 결국 눈물의 강이 되어 나를 집어삼켰다.

by 노래하는쌤

하루하루가 깊은 물속에 한없이 잠겨가는 것 같아요. 끝이 보이지 않아요. 지금 이후에 내가 어떻게 될지 관심도 없고 아무런 의미가 없어요. 그냥 이대로 더 깊이 잠겨버렸으면 좋겠어요.


내가 많이 아파요. 너무 많이 망가져서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겠어요.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도 모르겠어요. 어쩌면 고치려는 의지조차 없는 건지도 몰라요.


고통스럽고 싶지는 않아요. 고통은 지금까지로 충분해요. 마지막이라도 편하게 가고 싶은 것마저 나의 욕심인가요? 그저 잠들었을 때 깨지 않길 바랄 뿐이에요. 나조차 알지 못하도록 거짓말처럼 없어져버리면 좋겠어요.


그 누구도 나를 기억하지 않았으면 해요. 조금의 흔적도 남지 않았으면 해요. 먼지처럼 사라지고 싶어요.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깨끗이 지워지면 좋겠어요.


그러면서 사람 마음이 참 우습기도 하죠? 다른 한편으로는 누군가 나를 위해 슬퍼해주길 바라요. 내가 없으면 세상이 끝나버린 것처럼 그렇게 슬퍼해주길 바라요.


내가 너무 소중해서 내가 없으면 살아갈 이유가 사라져 버린 거라고 말하길 바라요. 누구라도 좋으니깐 살아달라고 말해주면 좋겠어요. 내가 없으면 안 된다고 제발 살아달라고 애원이라도 해주면 좋겠어요.


신은 있는 건가요? 당신이 있다면 나를 이렇게 버려두면 안 되는 거잖아. 사람들은 마지막까지도 잔인하게 말했어요. 나 스스로 세상을 떠나버리면 결국 지옥에 가게 된다고 하더군요. 끝까지 잔인하죠? 난 지금의 지옥으로 충분해요.


나보다 더 힘든 사람도 살아가고 있다고 했죠? 다들 그렇게 산다고 말이에요. 내가 나약하다고 너만 힘든 게 아니라고 그만 좀 말해요. 나보고 유난 좀 떨지 말라고 제발 좀 그만 말하라고요.


어쩌면 나보다 힘든 사람들은 이미 세상에 없는 걸 수도 있겠죠. 내가 이렇게 나약해빠진 건 결국 모든 게 나 때문인걸 왜 이제야 알았을까요? 내가 나를 힘들게 만들었는데 바보처럼 원망만 했네요.


결국 나를 이렇게 아프게 만든 건 나였어요. 이제는 내가 너무 미워서 나로부터 도망치고 싶은데 도망갈 방법을 살아서는 도무지 찾을 수가 없어요. 내가 없어져야 비로소 내가 살 수 있어요.


그래서 나는 나를 떠나려고 해요. 이제 그만하고 싶어요. 미안해요. 끝까지 미워한 나에게 가장 미안해요. 나 그리고 모두 이제는 안녕.


2006/12/31/일 나의 마지막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