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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트초코숲 Apr 17. 2023

<귤 국의 택배 대리점> 리뷰

정윤주 지음


가끔 꿈을 '이룬다'라기보다 '저질렀다'라고 말하는 것이 적합할 때가 있다. 여행에서 제주도에 반해, 네댓 살 아이와 함께 제주살이를 시작한 한 가족에게도 어울리는 표현이다.


현실과의 적절한 타협점인 동내 택배 대리점 아르바이트. 생활밀착형 직종에서 오는 경험 덕분에 이곳 제주가 사실 택배도 늦게 받아야 하고, 마트 찾아가기도 어려운 시골이라는 점을 떠올릴 수 있었다. 


글로 바라보면 재미있는 에피소드지만, 당사자에게는 결코 그렇지 못했을 이야기들을 보고 있으니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직장생활의 격언이 다시금 떠올랐다. 꿈을 저지르는, 저지를 수 있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자세라 생각한다. 그리고 정말로 일단 저지르면 어떻게든 되는 경우도 많다. 지나친 망설임이 독이 되어 퍼지고 있다면, 아무튼 내려가서 뭐라도 시작한 이야기. 그 속에서 새로운 삶을 꾸려가는 데 성공한 이야기를 기억해 내리라.


나는 어떤 말을 듣고 싶었던 걸까. 마녀의 마법 수프처럼 특별한 것, 빠르고 확실한 방법이라도 있을 줄 알았나. '매일', '앓아누워도'라는 말에 어쩐지 실망스러웠던 것은 그게 얼마나 어려운지 알기 때문이다. 은근히 외면하고 싶고 멀어지고 싶고 모르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무지개같이 짜란하고 떠오르는 행운이나 남모를 비법이 있으면 좋겠다는 안일한 생각이 내 마음속에 존재한다는 것을 매일 밭에 나가는 농부에게서 확인하고 만 것이다.
(p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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