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가비 지음
이태원에 있는 '소사이어티 키친'. 근처 호텔에서 배달시켜 먹은 기억이 있는데, 어지간한 식당에서 먹은 것보다 맛있는 파스타에 행복했던 기억이 선명하다. 그 식당을 운영하는 사장님의 글이라는 사실을 표지에서 확인하자마자 주저 없이 구매했다.
유쾌했던 음식의 맛이 글에도 느껴지리라 살짝 기대했지만, 기대와는 달리 현실적이고 조금은 우울한 이야기들이 많았다. 그렇게 핫한 음식점조차 버틸 수 없었던 코로나 시기를 바라보며, 자영업자가 감내해야 하는 그 무게가 꽤나 크게 느껴졌다.
픽션인지, 팩트인지 읽으면서 아리송했던 어린 시절의 이야기들에서는 다른 독립서적과 비슷한 섬세함 혹은 예민함이 느껴졌다. 그 날카로움이 본인과 소중한 이들을 베어버리지 않도록 날 끝을 잘 다듬는 것. 그것이 예민한 사람들에게 글쓰기가 주는 역할이라는 생각이 든다.
바쁘고 고된 식당 운영 속에서도 그녀가 헬카페에서 연필과 공책을 들고 써 내려갔을 모습을 생각하니 퍽 멋있어 보인다. 글을 쓰는 사람에게도 읽는 사람에게도 쓸쓸함 속에서 조그마한 위안을 안겨주었다는 사실을 책을 덮으며 다시금 느낀다.
설은 살아보지 않은 삶에 대해 장담하듯이 내뱉는 인간들의 말을 이제 믿지 않는다. 그곳에는 천국행 티켓이 없다는 걸 안 이후 설은 오직 자신만을 믿을 뿐이다.
<나는 물건을 사고 팝니다>. p.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