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민규 단장의 부임으로 시작된 롯데의 2020 새 도전에 대한 첫 글
저는 자동차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기획부터 마지막 생산하고 고객에게 판매하기까지 프로젝트를 하다 보면 사실 계획대로 진행되는 적은 거의 없습니다. 이번 주에도 유럽에 수출하는 버전이 1차 생산 일정이 다음주부터 시작되는데 공급해 주기로 한 한 부품의 입고가 늦어질 거 같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파트가 하나 늦어질 뿐인데 차량 전체 조립에는 얼마나 영향이 있는지 그 차량을 가지고 하기로 예정되어 있던 검증 시험은 얼마나 늦어지고 그러면 최종적으로 판매 승인을 위한 인증 시험에는 문제가 없는지 다 살펴봐야 했습니다.
이렇듯 모든 일은 연결되어 있습니다. 마치 바둑의 한 수 한 수처럼 말이죠. 한 사람이 맡은 일은 다음 단계의 시작이 되고 그런 사슬들이 이어져 하나의 성공이 됩니다. 결국 큰 성공을 이루기 위해서는 1)각 단계의 연결 고리를 명확히 하고 2)진행 상황을 정확히 모니터링하고 3) 실패를 거울 삼아 새로운 계획을 세워 다시 나아가야 가야 합니다.
그 중에서도 제일 중요한 건 실패를 어떻게 받아 들이냐입니다. 보통은 실패하면 그냥 실패하나 보다 하고 내 탓이 아니라고 변명하기 급급합니다. 그럼 계속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그 자리에 머무르기 마련이죠. 하지만 진정한 리더는 왜 실패 했는지 파악하고 다음에는 같은 실수와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어떤 점을 고쳐야 하는지에 더 집중합니다. 일일신우일신. 당장은 효과가 미미하더라도 이런 근본적인 것에서부터 제대로 출발하는 것이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더 건강하고 더 롱 런하는 조직을 만들 수 있습니다.
작년에 롯데 자이언츠는 리그에서 꼴찌를 했습니다. 리그에서 평균 연봉이 제일 높은 팀이 제일 낮은 순위를 차지하게 됐다면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뜻이겠죠. 그리고 그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새로운 소방수로 "성민규 단장"이 새롭게 영입되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두달 간 롯데는 스토브리그에서 가장 핫한 팀이었습니다. 사람들은 포수난을 극복한 그의 트레이드에 가장 열광했습니다. 하지만 지성준은 어쨋건 9위 한화의 백업 포수일 뿐입니다. 당장 내년에 양의지 정도의 성적을 내는 것이 가능할까요?
제가 무엇보다도 성단장의 선택들에 지지를 보내는 이유는 제가 생각하는 롯데가 실패한 이유와 그의 진단이 정확히 일치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롯데의 실패 원인은 세 가지가 없기 때문입니다.
1) 우선 롯데에는 성장이 없습니다. 투수도 타자도 유망주들은 많은데 다들 실전에 오르면 흔들립니다. 제한적으로 기회를 주는데 잡질 못하니 성적은 곤두박질치고 마음이 급한 경영진은 빈자리를 비싼 값을 치르고 FA라고 영입하는데 대부분 최전성기는 지난 상황입니다. 그렇다고 비싼 돈 주고 산 선수를 벤치에 둘 수는 없으니 써야 하고 그 만큼 신입들이 설 자리는 더 줄어 들 수 밖에 없습니다.
2) 그리고 롯데에는 전략이 없습니다. 대부분의 투수들이 포크볼이 주무기이고 타자들 스윙도 다들 비슷합니다. 도루가 특별한 선수도 없고 작전을 통해 득점을 만드는 과정도 많이 보이지 않습니다. 시프트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도 않습니다. 매번 외국인 에이스를 만나면 무기력하게 막히고 무언가 부딪혀 보는 맛이 없었습니다.
3) 그리고 무엇보다도 롯데에는 "자신감"이 없습니다. 애초에 성적이 떨어져서 그러기도 하겠지만 다들 순해요. 시끌시끌한 부산 사람들 고함 소리에 주눅들어서 나는 나대로 이렇게 하겠다. 실수해도 다음에 잘하면 되지. 삼진 당하더라도 내 스윙하고 오겠다 그런 의지가 없습니다. (연봉이) 쟁쟁한 선배들이 즐비한 가운데서 신입들은 주눅이 들기 마련입니다. 그러니 포수가 공을 흘리고 투수가 흔들리고 수비는 자신이 없고 실수가 아른거려 공격도 맥이 풀리는 악순환이 반복 되었습니다.
성민규 단장도 저와 같은 생각인 듯 합니다. 그래서 일단 교육 리그와 질롱 코리아에 신입들을 보내 마음대로 경기해 볼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줍니다. 비싼 FA보다는 트레이드를 통해 가능성 있는 젊은 포수 자원을 확보합니다. 투구나 스윙 분석기기들에 투자해서 각자의 특징들을 파악하게 하고, 언더는 언더 코치 오버는 오버 코치 등 전문성 있는 코치들이 장점을 살릴 수 있는 교육이 가능하게 합니다. 래리 서튼 2군 감독을 영입한 것도 키움의 스펜서 감독의 전례를 따라서 유망주들의 가치를 객관적으로 보고 1군에서 뛸 인재들을 발굴하는 토대가 된다고 봅니다.
그리고 코디네이터를 정해서 상대에 따라서 장점에 따라서 오늘은 무슨 공을 더 많이 쓰고 공수 모두 어떤 식으로 상대를 공략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만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이를 보고하는 부서를 코치로 승격시켜서 좀더 권위를 가질 수 있게 했습니다.
용병도 당장의 성적을 내기 위한 거포형 보다는 젊은 투수진들의 성장에 자신감을 보태 줄 수 있는 수비형 유격수를 뽑아서 중심을 잡았죠. 무엇보다도 소통과 동기 부여 그리고 티칭이 아닌 코칭 스타일인 허문회 감독을 영입해서 선수 본인들이 스스로 발전하고 싶어하고 궁금해 하는 흐름을 만들어 내려 합니다. 이 모든 것이 일맥 상통한 흐름 안에 있습니다. 당장은 어렵지만 선수들 스스로 깨우쳐 발전하는 토대를 만들어서 꾸준히 성장해 나가는 건실한 팀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보입니다. 그리고 현장과 프론트가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 정말 고무적입니다.
선수도 감독도 프론트도 팬들도 모두 '승리'를 추구한다는 건 같습니다. 큰 그림을 그려야 작은 실패를 견뎌낼 수 있다고 합니다. 올 한해는 예전과는 조금 다른 눈으로 롯데 경기를 볼 듯 합니다. 작은 실패에도 성장이 보인다면 그 것으로 왠지 뿌듯할 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