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SM3를 아내가 타고 다닐 때의 일입니다. 처음으로 셀프 주유를 하고 차를 출발 시켰는데, 갑자기 계기판에 엔진 점검하라는 메시지와 함께 경고등이 떴습니다. 놀란 아내가 제게 전화를 했습니다. 저도 무슨 일이지 하고 의아해 하면서 서비스센터를 예약하러 전화를 했는데 상황을 듣던 안내원이 물어 보더군요.
“혹시 연료 주유하시고 나서 뚜껑을 꽉 잘 닫으셨는지 확인해 보셨나요?
순간 아차 싶었습니다. 그래서 일단 예약은 하고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서 물어 보았더니 잘 모르겠다고 그럽니다. 그래서 지금 다시 가서 따가닥 소리가 날 때까지 확실히 닫고 주행해 보라고 알려 주었더니 조금 있다가 등이 꺼졌다고 회신이 왔습니다. 상황 해제. 문제는 연료 탱크 주유구의 뚜껑을 꽉 닫지 않아서 생긴 해프닝이었습니다. 그런데 왜 주유 뚜껑을 꽉 안 닫았다고 경고등이 들어 올까요?
자동차에는 사실 여러가지 유해 물질들이 배출됩니다. 대표적인 것이 주행 중에 나오는 배기 가스이죠. 그래서 주행 중 배기 가스는 정화 장치도 있고, 배기 가스 인증 시험을 통해 기준치 이하만 나오도록 규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보다 인체에 더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진 물질이 휘발성 유기화합물 즉 증발한 가솔린 가스입니다. 대표적인 발암 물질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연료야 주유구에 넣고 나면 탱크 안에 있고 꽉 막힌 탱크 안에 있으니까 어디 새는 곳이 없으면 안전하게 밀폐되겠죠. 그런데 또 완전 밀폐를 해 놓으면 여름철에 온도가 많이 올라갔을 때 기체 부피가 늘어나면서 연료통 자체가 파손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연료 탱크에 적절한 압을 유지하더라도 증발된 연료가 새어 나가지 못하도록 막는 시스템이 가솔린 자동차에는 구성되어 있습니다.
일단 연료 탱크의 압을 외부와 동일하게 하지 위해 외부에 연결 되는 관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 나가는 증발 가스를 붙잡아 둘 수 있는 캐니스터라고 하는 필터를 설치합니다. 숯과 같은 활성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공기를 거쳐서 나가는 연료를 대부분 잡아 주면서 외부로 가솔린 가스가 유출되는 것을 막아 줍니다.
그런데 이 캐니스터도 활성탄에 모두 가스가 차면 더 이상 정화 할 수가 없습니다. 주기적으로 필터를 청소해 주어야 합니다. 인체에 유해한 연료 성분을 차 밖으로 보낼 수는 없으니, 캐니스터의 다른 쪽을 엔진에 들어가는 공기가 지나가는 흡기관 쪽으로 연결 시켜 시동을 켜고 엔진을 작동 시키면 흡기관 쪽으로 연결된 퍼지 밸브를 열어서 캐니스터 활성탄 안에 있는 연료 성분이 공기를 따라서 흡기관 안으로 빨려 들어가 필터가 청소되도록 조치해 줍니다. 이 과정을 퍼지라고 부릅니다.
퍼지작업은 간단해 보이지만, 원래 흡기구를 통해 들어온 깨끗한 공기의 양과 캐니스터를 통해 들어오는 연료가 조금 섞인 공기의 비율을 잘 계산해서 적절한 양의 연료가 분사될 수 있도록 조정해야 합니다. (그래야 배기 가스를 잘 정화할 수 있습니다.) 이 설정을 잘 못 해주면, 증발 가스가 많은 여름 철에 열심히 달렸다가 휴게소에서 차를 세우고 잠시 쉰 이후에 다시 시동을 걸었을 때 엔진 RPM이 떨리고 심하면 시동이 꺼지는 현상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여름철 공회전에서 갑자기 시동이 꺼지면 캐니스터쪽을 살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캐니스터 자체의 용량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차량을 오래 주차장에 세워 두면 연료 성분이 조금 새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법으로는 48시간이 지나도 충분히 흡수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규정을 정하고 SHED (SHED EVAPORATIVE EMISSIONS TESTING) 라는 밀폐된 실험실에 열심히 달리고 캐니스터도 한껏 비운 차를 넣어 두고 나오는 유기 화합물의 양을 측정하는 시험을 진행합니다.
필터를 거쳐 나오는 연료도 걸리는 마당이니 만약 연료통에 조금의 틈이 있거나 하게 되면 바로 환경 규제에 위반이 되는 거겠죠. 운전자와 보행자 모두의 안전을 위해서도 연료통의 밀폐 여부는 반드시 모니터링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조금의 새는 조짐이 발견되면 바로 운전자에게 알려서 조치를 취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셀프 주유시에 연료 캡을 제대로 닫지 않았을 때 뜨는 경고등은 연료통이 지금 밀폐되어 있지 않아서 증발되어 나오는 가스가 있을 지도 모른다는 경고입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도 연료 캡을 닫을 때는 “따가닥” 소리가 날 때까지 꼭 닫아 주시고, 여름철 주유 시에는 되도록 캡을 열 때 머리를 최대한 멀리 해서 쏟아져 나오는 유기 화합물 가스를 흡입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디젤은 휘발성이 약해서 가솔린 보다는 덜 하지만 몸에 좋지 않은 건 마찬가지입니다.) 무심코 덜 닫은 연료 캡 하나에도 자동차 엔지니어들의 노력이 숨어 있습니다. 차 만들어 파는 일이 이렇게 어렵습니다.
추신. 그러고 보면, 전기차가 유리한 점이 또 하나 더 있는 거네요. 어차피 써야 하는 화석 연료라면 더 관리가 잘 되고, 더 유해 가스가 덜 나오고 더 효율이 좋은 시스템으로 활용해서 지구 전체에 주는 영향도 덜 주는 방법에 대한 연구가 앞으로도 많이 추진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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