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타구 속도와 구위가 승리를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
정말 오랜만에 야구 관련 글이다. 3년 전 성민규 단장이 롯데 자이언츠의 단장으로 취임하고 강조했던 프로세스를 지지하기 위해 시작했던 이 칼럼도 이제 문을 닫아야 할 듯하다. 3년의 시간이 지났고, 물론 일말의 가능성은 있지만 사실상 롯데는 올해도 포스트 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올 초 허문회 감독의 퇴임과 함께 그동안 허문회 감독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던 내 무지함이 부끄러워서 한동안 글을 쓰지 못했었다. 현장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는 팬의 짧은 지식은 남의 티끌은 알아채도 내부의 들보는 보지 못하는 오류를 범했다. 그러나 한 시즌 그리고 성민규 단장의 한 시대가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정리가 필요해 보였다.
시작부터 언론에서도 주목했고 많은 롯데 팬들을 설레게 했던 성민규 단장의 프로세스도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프로팀의 목표는 승리이고 우승이니까. 롯데가 체질 개선을 얼마나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프로는 결과로 말하고 삼 년이라는 시간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그럼 왜 프로세스는 실패했을까? 칼럼의 문을 닫는 야 알못이지만 주제넘게 이유를 찾아본다.
첫째로, 외국인 선수의 실패를 들 수 있다. 물론 제한된 연봉 상한제가 있었지만, 지난 3년간 롯데가 데려온 외국인 선수들 특히 외국인 2 선발은 특히 부실했다. 상위권 팀들이 외국인 선발들을 앞세워 안정적인 로테이션을 끌고 갔던 반면, 2020년 샘슨, 21년 프랑코, 22년 스파 크먼까지 모두 제대로 된 활약을 보이지 못한 것이 마지막 문턱을 못 넘은 이유가 될 것이다.
연이은 트레이드 실패도 큰 이유다. 강민호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장시환을 주고 데려온 지시완은 감독과 단장 사이의 갈등에 휘말려서 출전 기회 자체를 부여받지 못하고 송구 입스도 왔다. 오윤석 김준태를 주고받아온 150km 사이드암 이강준과 최건은 제구 불안으로 안정감이 떨어진다. 최하늘과 3순위 지명권을 주고 영입한 이학주 역시 타격 부진과 수비 불안으로 주전 자리를 완전히 차지하지 못하고 있다.
외국인 선수도 트레이드도 다들 결과론적이라는 이야기를 하지만 이게 반복되면 무언가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 이유가 롯데의 프로세스가 피지컬에 너무 집중한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프랑코, 스파크먼, 이강준 모두 150km 이상을 던지는 강속구 투수들이다. 지시 완도 이학주도 해당 포지션에서 체격이 크고 타구 속도도 빨랐다.
그러나 몸이 좋고 수치가 좋게 나온다고 해서 성적이 잘 나오는 것은 아니다. 타구 속도가 아무리 빨라도 제대로 맞추지 못하면 출루를 할 수가 없고, 구속이 아무리 높아도 가운데 몰리면 맞아 나가기 십상이다. 그런데 롯데는 지난 3년간 이 숫자에 너무 집착했다.
지난 9월 12일에 나온 기사다. 구위 수치 모두 발전했지만 성적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인 박세웅 이야기다. 기사 내용은 기록 자체가 모든 면에서 개선된 박세웅이 기대보다 낮은 평균자책점과 승률을 보이는 것은 수비의 도움을 받지 못하거나 운이 없는 것이라고 이야기했지만, 지난 3년간 박세웅을 지켜보면 승부처에서 구위를 믿고 정면 승부하다가 큰 것 하나 맞고 우르를 무너지는 모습을 너무 많이 보았다.
http://osen.mt.co.kr/article/G1111940383
타자들도 마찬가지다. 한동희, 고승민으로 대변되는 빠른 타구 속도가 목표였다. 스프링캠프에서부터 여러 가지 장비를 들여와서는 배트 스피드와 타구 스피드를 늘리는 여러 가지 시도가 있었다. 기업으로 치면 핵심 전략 목표 KPI를 더 강력한 구위와 더 빠른 타구 생산으로 정한 셈이다.
분명 강한 구위와 빠른 타구는 위력적이긴 하다. 그러나 이런 것들이 승리를 담보하지는 않는다. 롯데 경기를 보다 보면, 출루까지는 잘하다가도 득점권에 주자가 가면 범타로 물러나서 점수가 나지 않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수비 입장에서 위기 상황이 되면 당연히 좋은 공을 주지 않고, 유인구로 스윙을 유도하거나 구속 변화를 통해 타이밍을 뺏으려고 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빠른 타구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히팅 포인트를 앞으로 당길 수밖에 없다. 그러면 유인구에 끌려 나갈 수밖에 없다.
지난 9월 23일 SSG와 한화의 경기다. 경기 내내 SSG 최지훈은 끊임없이 상대의 유인구를 걸러내며, 6타석에서 28개의 공을 던지게 하고, 마지막 유인구를 따라가서 맞추는 타격으로 8회 말 안타를 만들어 냈다. 그러나 한화의 하주석은 9회 초 2점 차로 따라붙은 무사 1,3루 찬스에서 볼이 들어올 것이라는 걸 뻔히 아는 1-2 카운트에서 유인구에 방망이가 나가 찬스를 무산시키고 말았다. 해설자가 말했다. "1위 팀과 최하위팀의 차이가 여기 있습니다."
메이저리그처럼 압도적인 피지컬로 담장을 넘겨 버리거나 구위로 발라 버린다면 다른 의미에서 경쟁력이 있겠지만, 애석하게도 KBO는 그런 리그가 아니다. 너무 자주 붙고 그래서 서로를 너무 잘 알고 그 사이에서 어떻게 하면 이길지를 치열하게 고민해야 하는 리그다.
모두가 이용규가 될 수 없고, 모두가 최지훈이 될 필요는 없지만 롯데는 지난 3년간 잘못된 KPI 설정으로 2 스트라이크 이전까지는 다들 풀스윙 하는 선수들로 라인업이 차 있었고, 나쁜 공에 대처하는 법을 알고 있는 전준우, 이대호, 안치홍 정도를 제외한 선수들은 찬스에서 침묵하기 마련이었다. (그나마 최근에 황성빈이 있기는 상황에 맞는 타격을 하기는 한다.)
팀이 강해지려면 최훈의 "프로야구 생존기" 신경철처럼 절박한 선수가 많을수록 상대는 괴롭다. 그리고 그렇게 상대를 괴롭히는 선수들이 많을수록 팀은 이길 확률이 더 많아진다. 그러나 롯데는 육성도 트레이드도 외국인 농사도 모두 더 강한 선수들을 모으는데 집중해 왔다.
그 결과로 우리는 약점이었던 유격수, 포수, 1루수, 우익수 자리에서 여전히 경쟁력 있는 전력을 갖추지 못했다. 그래서 은퇴 시즌이지만 베스트를 보이고 있는 이대호와 수준급 외인 타자 렉스, 득점권 타율 전준우와 안치홍을 가지고도 타율을 높지만 득점 효율은 떨어지는 모습을 3년째 보이고 있다. 상대 입장에서는 껄끄러운 타자들은 피하면 그만이다.
성민규 단장이 재계약을 할 수도 있다. 선수들과 관계가 좋은 서튼 감독도 다시 연임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의 피지컬을 우선순위에 두는 구단의 기조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단장일 수도 있고, 감독일 수도 있지만 기아나 NC처럼 거액을 투자해서 FA를 사는 기조가 아니라면, 정해진 예상에서 피지컬 좋은 선수를 모아 최선의 효율을 뽑아내겠다는 계획은 딱 6,7위 정도가 한계일 것 같다. 이제 그 정도 구위 개선과 그 정도 투자는 다른 구단들도 다 한다. 내년에는 조금 더 달라진 방향성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