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돌이 탈출기 - 22
나는 그동안 공이 뜨지 않는 것이 늘 고민이었다. 특히 드라이버는 늘 낮은 탄도 때문에 거리를 손해 보곤 했다. 그래서 오른발에 중심을 두고 올려 치는 연습도 하고 손목을 쓰네 마네 이런 저련 시도를 많이 해 보았다.
그런데 사실 아이언을 생각해 보면 공을 띄우는 메인은 궤적이 아니라 헤드 자체의 로프트각이다. 애초에 빗면에 맞추어서 공이 뜨도록 설계되어 있으니 그 목적에 맞게 스윙도 해야 한다. 그런데 그동안 나는 잘못된 어드레스와 그립으로 그 용도를 전혀 활용하지 못했다.
왼쪽이 이전이다. 핸드 퍼스트라고 손을 앞으로 하고 공의 옆을 정면으로 맞춘다고 잡은 그립이었다. 이러면 고질적이던 슬라이스도 덜 날 것 같고, 왼손도 꽉 잡는 느낌이 들어서 힘을 더 전달할 수 있을 거라고 착각했었다.
그러나 이렇게 앞으로 편향되게 세워 잡으면 공을 띄우라고 설계되어 있는 로프트각의 이점을 그냥 날려 버리리는 것이다. 이러니 10.5도로 낮지 않은 드라이버로 쳐도 매번 7~8도로 공이 낮게 갈 수밖에 없었다. 왼손 손목이 너무 경직되어서 백스윙이 제한적이게 되고, 임팩트 때 헤드를 닫아 놓고 치는 것과 비슷하면서 인 아웃 괘도로 들어오면 훅도 자주 났다.
나만 그런 게 아니었다. 지난주에 SBS 골프 아카데미에 전지선 프로가 하는 레슨에서 내가 최근에 깨달은 내용이 그대로 나왔다. 위에서 받을 때 헤드면이 살짝 보일 것 같은 그 경사만큼 공이 뜰 것은 자명하다. 헤드 면이 똑바로 향해 있지 않으면 왠지 오른쪽으로 슬라이스 걸려서 나갈 것 같은 불안한 마음이 들지만, 공과 헤드가 만나서 힘이 전달되는 시간은 생각보다 길고 어느 쪽이 더 똑바로 갈지는 아래 그림처럼 명확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k4XGeqePh3o
무엇보다도 바른 방향이 무엇인지 알게 되면서 더 자연스럽게 크게 회전하면서 힘을 실어 주기 유리해졌다. 로프트를 활용해서 이전보다 발사각이 높아져 거리가 더 나가는 건 덤이었다. 매홀 시작을 알리는 드라이버의 방향 / 거리가 둘 다 좋아지면서 스크린에서나 필드에서 성적이 많이 좋아졌다.
돌이켜 보면 과도한 헤드 퍼스트 그립도 슬라이스를 막아 보자는 꼼수였었었. 꼼수는 잠시는 통할 수는 있어도 다른 단점들이 발목을 잡기 마련이다. 역시 섬세한 골프는 기본이 중요한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