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돌이 탈출기 - 23
날이 춥다. 올 겨울에는 눈이 참 많이 왔다. 눈이 오면 길이 미끄럽고 운전하기 쉽지 않다. 본업이 자동차 엔지니어로서 눈길에서 안전하게 운전하는 법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다.
https://brunch.co.kr/@nostalgia9/254
키포인트는 타이어의 그립감이다. 아주 오래전 중학교 물리시간에 배운 정지 마찰력과 운동 마찰력의 기억을 되돌려 보자. 탁자에 상자를 얹어 두고 경사를 더 높게 기울이다 보면 어느 순간 미끄러지기 시작하는데 한번 미끄러지면 그 뒤로는 가속이 된다. 정지 마찰력이 운동 마찰력보다 크기 때문이다.
눈 오는 자동차 바퀴도 마찬가지다. 그립감. 바퀴가 길을 굴러가는 동안에는 바퀴와 길은 서로 상대속도가 0인 정지 상태라 정지 마찰력이 작용하지만, 미끄러지는 순간 운동 마찰력으로 그것도 미끄러운 빙판길의 표면을 말 그대로 미끄러지게 된다. 제어가 되지 않고 제동거리도 길어질 수밖에 없다.
지난 12월 초에 갔던 라운딩 그린이 그랬다. 마치 빙판처럼 빠른 그린이 너무 당황스러웠다. 조금 가파른 내리막에 위치한 홀컵을 향해 최대한 살살 쳤다고 생각했는데 공은 홀컵을 지나서 저 멀리 흘려 내려가 버렸다. 그때 같이 치던 선배님이 이야기하셨다.
실제 같은 상황에서 선배가 친 공은 그랬다. 처음 퍼터에 맞아서 움직이는 순간부터 공이 미끄러지지 않고 구른다. 처음 구간 내리막 구간에 속도가 확 늘어나고 경사도 잘 타지 않던 내 공과는 달리 속도가 늘어나는 것도 일정하고 그렇게 크게 빨라지지도 않는다. 라이에 일정하게 휘는 것도 나랑 달랐다. 레귤러 온하고도 3 퍼트로 계속 타수를 까먹는 나와 달리 어려운 라이에서도 공을 붙여서 파로 막아 내셨다.
결국 빠른 그린이나 심한 내리막에서의 속도 제어는 골프공과 그린면과의 그립감이 중요했던 것이다. 그렇게 그립감을 유지하려면 일단 공을 굴려야 한다. 그러면 일단 구르는 내내 1. 일정한 (정지) 마찰력이 작용해서 일관된 속도감을 유지할 수 있고 라이에 대한 반응도 변동이 적다. 2. 빠른 그린에서의 내리막에서도 의도하지 않은 속도 증가를 최소화할 수 있게 된다.
https://youtube.com/shorts/7Q3SpLKHAkY?feature=share
https://youtu.be/fgwwZZlDZzg
그럼 굴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실전에 쓸 수 있는 팁들을 잘 알려주는 용아저씨 골프 레슨 유튜브에서는 “작은 눈 뭉치를 굴린다고 생각하라 “고 했다. 눈뭉치를 굴린다고 생각해 보면 일단 세게 치면 깨져 버릴 테니까 퍼터의 스트로크 속도는 천천히 해야 한다. 대신에 공과 퍼터가 닿는 시간은 되도록 오래 하면 속도는 낮아졌지만 필요한 에너지는 전달되게 할 수 있다.
그리고 굴린다는 것 자체가 공의 회전 방향과 진행 방향이 동일하다는 걸 의미한다. 당구로 치면 밀어 치기와 같다. 당구공을 상 당점을 치듯이 퍼터를 적당한 높이로 들어서 진행 방향으로 굴리는 움직임이 더 생기도록 위로 살짝 들어 올리는 듯한 스크로크로 치면 잘 구른다. 이러면 좌우보다 위아래로 스트로크 방향이 되면서 직진성도 더 좋아질 것 같다.
이런 걸 일일이 생각하면서 퍼팅하면 너무 복잡하니 그냥 눈 덩이를 굴린다는 이미지를 그려 보자. 실제로 연습해 보면 굴리는 메카니즘에서 제일 숙련해야 하는 부분이 퍼터 헤드의 높이다. 굴린다는 이미지를 확실하게 가져가기 위해 전승진 프로는 휴지심을 가지고 하는 연습을 추천했다.
부드럽게 쳐야 하고, 일직선으로 쳐야 하고, 굴리듯 쳐야 하는 퍼팅감을 익히기에 아주 적합해 보인다. 눈에 덮여서 바깥 활동하기 어려운 요즘, 집에서 휴지심 굴려 가면서 한번 열심히 연습해 봐야 겠다. 어쨋든 공은 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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