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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엔 채를 잘 떨어뜨리려면 왼손에 힘을 빼야 합니다

백돌이 탈출기 - 24 나도 모르게 들어가는 힘을 뺄 방법이 필요합니다.

by 이정원

오랜만에 골프 관련된 글을 씁니다. 휴직하기 전에는 회사에서 함께 스크린도 치고 라운딩도 함께 하던 운동 좋아하는 동료들이 있었는데, 복귀하고 나니 다들 이곳저곳으로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같이 고민하던 동료들이 떠나서 아쉽지만 그래도 혼자라도 연습과 고민은 계속하고 있습니다.


저처럼 2~3년 경험이 쌓였지만, 스크린만 주로 치고 필드는 한 달에 한 번 나갈까 말까 하는 준초보 골퍼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고민은 연습장에서는 잘 맞는데 필드만 나가면 공이 안 뜨는 문제일 겁니다. 소위 머리 깠다고 그러죠. 로프트각에 따라서 프로들처럼 공이 쭉쭉 뜨면 좋을 텐데, 들판을 가로지르는 뱀샷 몇 번 하고 나면 그날은 성적이 좋을 리가 없습니다.


사람들은 보통 그렇게 이야기합니다. 필드에 나가니까 친 공이 어디로 가는지 머리를 빨리 들어서 자세가 높아지니까 그렇다고요. 그래서 공을 끝까지 보라고 그래서 거기에 신경을 쓰다 보면 평소보다 몸 회전을 덜하게 돼서 열려 맞아서 슬라이스나서 나가 버리곤 하죠. 저도 똑같은 어려움을 겪곤 했었습니다.

지금은 많이 나았습니다.

그런데 그러던 와중에 왼 손목을 다치게 되었어요. 둘째 아이를 데리고 아이스링크를 갔다가 갑자기 다가오는 다른 아이를 피하려다 그만 꽈당하고 넘어진 거죠. 다행히 뼈에는 이상이 없었지만 인대가 많이 놀라서 왼 손목, 그것도 엄지 쪽 가까운 부분에 꽤 큰 통증이 계속되었습니다.


그래도 약속한 라운딩을 가야죠. 부상도 있으니까 오늘은 그냥 힘 빼고 살살 쳐야 하겠다고 하고 태광 퍼블릭 CC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라이프 베스트인 82타 (캐디님이 주신 멀리건 치면 실제로는 84타)를 달성했습니다. 무엇보다도 그동안 늘 나오던 뱀샷이 하나도 나오지 않아서 더 좋았습니다.



사실 채를 잡아서 이래저래 흔들어 보면, 백스윙한 후에 다운스윙해서 공을 때린 후에 팔로우 스윙하는 과정은 진자의 추가 왕복운동하는 것과 유사합니다. 헤드의 무게로 어깨와 팔과 손으로 바이킹처럼 뒤에서 앞으로 흔들흔들하는 거죠.


이런 진자 운동을 할 때 특히 다운스윙은 채를 그야말로 툭 떨어뜨려야 합니다. 그런데 이런 자연스러운 다운 동작을 방해하는 동작이 딱 하나 있습니다. 바로 제가 다친 왼쪽 손목에 힘이 들어갈 때입니다.

아이언을 들었을 때 한번 왼손으로 채를 한번 세게 잡아 보세요. 그러면 왼손 엄지가 따봉 하듯이 위쪽으로 세워지면서 연결된 (제가 파스 붙인) 왼 손목에 힘이 들어가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릴랙스 되어서 아래로 쳐져 있던 손목이 위로 살짝 들립니다.

한번 해 보세요 들려고 하지 않아도 꽉 쥐려고 하면 왼손목에 힘이 들어 가면서 헤드가 살짝 들립니다.

그냥 빈 스윙을 할 때는 힘을 잘 빼다가도 공을 때리는 그 순간에 충격 때문에 본능적으로 사람은 채를 잡고 있는 손에 힘이 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멀리 보내야 하는 목표가 더 절실하게 느껴지는 필드에서는 더 꽉 힘이 들어가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준 힘 때문에 평소보다 연습 스윙 때보다 살짝 들린 헤드 때문에 머리를 까고 저공비행하는 뱀샷이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왼 손목을 다쳐서 힘을 줄래야 줄 수 없는 상황이 되어서야 그 원리가 보이더군요. 그리고 덕분에 공을 띄우고 꾸준히 앞으로 가는 착실한 플레이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다음번 라운딩에도 똑같이 다친 상태로 갈 수는 없으니, 세 가지를 앞으로 챙겨 보려고 합니다.


첫 째, 샷 하는 동안 그립을 잡는 힘을 되도록 동일하게 가져가보려 합니다. 꽉 쥔 상태를 10이라고 하면 5~6 정도의 힘으로 일관되게 잡고 치는 연습을 평소에도 해서 공을 맞출 때 놀라서 꽉 잡지 않도록 연습을 해야겠습니다.


둘째, 목표하는 거리보다 되도록 한 클럽 더 크게 잡아서 세게 잘 쳐야 한다는 부담을 줄이겠습니다. 아무래도 멀리 보내야 한다는 부담이 클수록 손에 힘을 주기 마련이니까요. 90% 정도를 여유 있게 친다고 생각하면 손목에 불필요한 힘을 줄일 수 있을 겁니다.


마지막으로 프리샷 루틴으로 연습 스윙한 후에 본 스윙으로 들어가는 리듬을 일정하고 경쾌하게 가져가야겠습니다. 연습 스윙 때는 빈 스윙이니까 부드럽게 잡고 스윙했는데 본 셋업 들어가고 나면 다 까먹고 힘을 빡 주는 일이 많았습니다. 생각은 프리샷 루틴 들어가기 전에 미리 하고, 일단 연습 스윙하고 본 셋업 가면 연습 스윙 했던 대로 치는 루틴을 평소에도 연습해야겠습니다.



저처럼 필드만 나가면 공이 정확히 안 맞고 안 떠서 고생이신 분들은 한번 체크해 보세요. 왼손과 손목에 힘을 뺄수록 채도 더 잘 떨어지고 공도 잘 떠서 원하는 거리를 충분히 가는 경험을 하실 수 있을 겁니다. 탈골 스윙이 이런 거 아닐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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