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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원 Nov 16. 2020

펠리세이드로 돌아보는 예쁜 디자인의 역습

보기 좋을 것이냐 기본에 충실할 것이냐.. 결국 적응의 문제입니다.

[카QA센터-16] 팰리세이드 브레이크 사태를 볼 때 버튼식 기어변속의 문제점이 거론 되던데 다음 차를 살 때 버튼식은 되도록 피해야 할까요?


팰리세이드 브레이크 사태에 대해서 좀 알아 봤습니다. 이미 많은 분들이 상황을 정리해 주셨지만 소비자는 소비자대로 회사는 회사대로 입장이 다 있더군요. 타 회사의 상황이다 보니 최대한 중립적인 입장에서 기술해 보겠습니다.


펠리세이드 사건은 브레이크가 이슈가 되긴 했지만 사실 미션의 기어 변속과 더 관련이 많습니다. 엔진과 바퀴는 트랜스 미션의 기어로 서로 연결되어 있죠. 제가 처음 타던 차량이 스쿠프 MT였는데 클러치 조작이 서툴러서 시동을 엄청 꺼트렸던 기억이 납니다. 그 때 확실히 “클러치를 밟지 않거나 N단으로 빼지 않았는데 바퀴를 세우면 엔진은 멈출 수 밖에 없는 운명”이란 걸 깨달았습니다.


그런 위험을 보완한 사양이 오토매틱 AT입니다. 사람에게 Control되었던 클러치 관련 동작을 미션이 스스로 Control하게 해서 자연스러운 변속이 되게 하는 거죠. 그래서 더 이상 운전자의 왼발은 할 일을 잃어 버리고 한국 시장의 99%는 AT가 담당하게 됩니다. 특히 막히는 도로에서 편하니까요.


그런 AT도 단 한가지, 엔진이 멈추는 것을 막을 수 없는 조건이 있습니다. 바로 기어의 세팅과 실제 운전 방향이 반대인 경우입니다. 차가 뒤로 밀려 가는데 D로 설정되어 있거나, 아니면 차가 앞으로 내려가는데 R로 설정되어 있으면 미션 입장에서는 운전자의 의도를 기어 조작대로 앞으로 혹은 뒤로 가고 싶어 한다고 판단 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관성에 의해서 혹은 경사에서 설정과 반대로 가면 엔진이 거꾸로 돌아가서 망가지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엔진을 일부러 끄게 됩니다.


이번 사건은 경사로를 내려가기 시작하는 과정에서 버튼식 기어 설정에서 조작 미숙으로 R을 설정하면서 발생했다고 조사됐습니다. 그래서 꺼진 엔진 그리고 꺼진 엔진 때문에 흡기에서 부압이 형성되지 않아서 브레이크 페달을 밟는데 힘을 보태주는 Vaccum pump가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해 결국 차를 제대로 세울 수 없어서 전복되는 사고가 나고 말았습니다. 그러니 애초에 문제의 발단이 된 기어의 설정을 버튼으로 하는 것이 안전에 문제가 되지 않느냐 하는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버튼식이 유행하는 이유는 점점 전자기기화 되어 가는 디자인 추세도 있지만 기술적으로는 자동 주차 같은 기능을 쉽게 구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별도의 모터를 달아서 레버를 움직이게 하기는 어렵고 돈이 들고 오작동의 위험도 있으니까요. 전자식이면 이런 자동 기어 세팅이 훨씬 간단해 집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수십년간 사용해 온 기존의 AT 레버의 동작에 익숙합니다. 당기면 D로 가고 앞으로 밀면 R로 세팅 된다는 것을 눈으로 보지 않아도 인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버튼 식은 직접 봐야 하고 바뀌었는지에 대한 것도 계기판에서 직접 확인해야 합니다. 이런 불편함을 보완해 주기 위해서 일정 차속 이하에서 브레이크를 밟아야만 기어가 변경이 되고, 문제되는 상황이 되면 경고음도 나오고 계기판에도 경고가 표시되는 등 보완하는 기능이 있지만 생소한 건 사실입니다.


마치 처음 스마트폰이 나왔을 때 자판이 제대로 눌려 졌는지 인지하기 어렵다고 이야기 하던 것과 비슷하죠. 다만 차이는 스마트폰은 시선이 어쨋든 입력이 이루어지는 스크린에 집중해야 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단순한 습관과 학습의 문제이지만 차에서는 운전 중에는 전방 주시해야 하기 때문에 보지 않고도 인지하는 직관적인 UI가 상대적으로 더 필요한 상황입니다.


이런 문제는 비단 기어변경 버튼 뿐 아니라 요즘은 대세가 되고 있는 차량 내 스크린에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처음 스크린이 나올 때도 에어컨 작동 시키려다 사고 난다고 버튼 누르면 진동으로 알려서 눌려졌다는 것을 안보고도 알 수 있게 해야 한다 논란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그런 기능 없이도 시장은 금새 적응했고 기본 옵션이 되었죠.


버튼식 기어도 비슷한 과정을 거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생소하지만 곧 익숙해질 더 세련된 옵션. 그러나 제일 중요한 건 안전이지 않을까요?  개인의 취향과 선택의 영역이지만 개인적으로는 (기계쟁이라 그런지) 저는 기어도 조작도 클래식한 차를 더 선호합니다. 차에서 제일 중요한 건 안전한 운전이고 눈을 앞에 두고도 모든 조작을 쉽게 할 수 있는 직관적인 UI가 더 편하고 좋습니다. 구식이란 소리를 들어도 말입니다.


덧붙이면 특히 D에서 R로 가는 건 기존 레버들은 늘 버튼을 누른다거나 하는 식의 추가 동작을 넣어서 운전자가 두번 확인하게 하고 있습니다. 반면 버튼이나 로터리식은 그런게 없어서 애들이 그냥 조수석에 있다가 누를 수도 있습니다. 앞으로 더 개선 되고 금새 익숙해 지겠지만 동작 인증 과정이 포함되지 않은 기어 변경 방식은 조금 더 많은 안전 검증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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