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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원 Nov 11. 2024

전기차로 넘어가는 진짜 징검다리가 되어가는 PHEV

전기차의 불편함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되고 있다. 

사람들의 지갑에서 돈을 꺼내도록 만드는 일은 늘 쉽지 않다. 새로운 기술이 적용된 신문물에 솔깃하다가도 막상 실제 사려고 결정할 때는 이런저런 불편함이 눈에 밟힌다. 사람들마다 이런 불편함에 대한 역치가 달라서 어떤 사람은 불편해도 해 보고 싶은 건 하는 사람이 있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결정을 미루거나 다른 옵션을 찾는 사람들도 있다. 흔히들 캐즘이라고 부르는 새로운 기술이 시장에 도입되었을 때 발생하는 정체기는 이런 인간의 기본적인 심리를 기반으로 한다. 불편함을 극복해야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


테슬라가 모델 3를 출시하면서 붐을 일으키고 전기차가 새로운 미래로 주목받은 지도 벌써 6년의 세월이 지났다. 그때는 참 남달라 보이던 테슬라 모델들의 디자인이 이제는 식상하게 여겨지는 것처럼 전기차를 향한 소비자들의 눈에 콩깍지가 벗겨진 지도 꽤 오래되었다. 6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전기차는 비싸고, 충전에 시간이 많이 필요하고, 장거리를 가려면 불편하다. 거기에 최근에 일어난 전기차 화재 사건으로 자칫하면 인생이 위험해질 수도 있겠다는 공포 이미지도 생겨 버렸다. 자연스럽게 판매가 주춤할 수밖에 없다. 


전기차가 주춤하고 경유의 자리를 하이브리드가 대체하고 있다. 


자동차 회사들 입장은 난처해졌다. 한창 전기차가 대세라고 할 때 전동화를 천명하면서 조직을 조정했던 회사들은 부랴부랴 다시 내연기관 개발 조직을 정비하고 있다. 여전히 사람들은 차를 사고 있지만, 전기차가 예상만큼 안 팔리면서 그 많은 내연기관 신차 판매로 내야 하는 벌금을 벌충할 수 있는 친환경차 라인업이 필요하다. 일단은 전기차를 받아들일 준비가 안된 소비자들의 다음 선택이 무엇이 될지 모르지만 이왕이면 평균 CO2를 낮출 수 있는 차종이면 좋을 것이다. 하이브리드의 CO2 수준이 90 CO2g/km 정도임을 감안하면 규제치가 이보다 더 엄격해지는 2025년 이후에는 분명 다른 대안이 필요하다. 


이런 시대적 흐름을 타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가 시장 전면에 나서고 있다. 변화는 전동화의 선두에 서 있는 중국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전 세계 트렌드와는 달리 중국의 전동화 속도에는 거침이 없다. 신차의 35% 이상의 NEV로 높은 성장을 보이고 있다. 매년 전년도 대비 증가세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는 놀랍기만 하다. 그러나, 이 숫자에는 한 가지 변수가 있다. 바로 PHEV의 증가세이다. 올해 들어 전체 중국에서 판매되는 NEV 규모의 40%에 달할 정도로 PHEV의 비율이 크게 증가했다. PHEV를 제외하고 순수 전기차만 따져보면 중국 시장도 순수 전기차 시장은 사실 답보 상태에 가깝다. 아무리 중국이 다른 지역에 비해서 전기차 가격이 저렴하다 하더라도 전기차가 가지는 불편함 때문에 충전 인프라가 완벽히 갖추어지기 전까지는 순수 전기차가 일정 비율 이상으로 증가하기는 쉽지 않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2023년 글로벌 판매 현황 - 중국내 회사들은 PHEV 비중이 높다. 


전기차는 한번 타보고 싶고 전기차를 사면 받을 수 있는 주차장, 번호판 발급, 세금 감면 등의 혜택들도 누리고 싶지만, 충전의 불편함이 여전히 부담스러운 소비자들의 니즈를 BYD를 주축으로 몇몇 중국 로컬 회사들이 잘 파고들고 있다. 이런 변화된 기류를 반영하듯 중국에서 가장 많은 전기차를 판매하던 BYD도 전기차보다 PHEV 판매가 더 늘었다. 작년에 전체 300만 대 중 120만대로 40% 수준이었던 PHEV의 비중이 올해는 60%로 증가했다. PHEV가 오히려 주력인 셈이다. 


BYD의 BEV / PHEV 세일즈 현황 - 올해 들어 전기차는 주춤한 대신 PHEV의 성장이 눈에 띈다.


그동안 PHEV는 하이브리드도 아니고 전기차도 아닌 어중간한 형태로 시장에서 찬밥 신세였다.  보조금도 받지 못하는데 가격은 비싸고 그렇다고 전기차 모드로 많은 거리를 달릴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국내 시장에는 외면받아 왔다. 실제로 2020년 이후 니로와 아이오닉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가 단종되면서 국내 시장에서는 일반 하이브리드가 연 30만 대 수준으로 가솔린 모델과 거의 동일한 수준으로 성장하는 사이에도 플러그인 하이브리든 연 만삼천대 수준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전기차가 주춤한 지금은 PHEV가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의 약점을 보완해 주는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 있다. 충전이 전혀 되지 않는 하이브리드와는 달리 PHEV는 충전도 되고, 전기차 모드로도 주행이 가능하다. 충전을 못하면 아예 움직이지 못하는 전기차와 달리 PHEV는 연료만으로도 주행이 가능하다. 이런 특징은 전기차를 살 의사가 있으나 충전 문제로 불편할 까봐 전기차의 불편함이 부담스러운 소비자들에게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하이브리드의 고급 버전이 아니라 전기차의 대안이 되려면 전기차 모드로 갈 수 있는 거리가 늘어야 한다. 이미 많은 회사들이 이런 추세를 반영하고 있다. Volkswagen은 소형 미니밴 Caddy의  2025년 모델에 PHEV 추가하면서 충전하면서 주행하는 거리를 120km까지 늘렸다. 도심 물류에 이용되는 미니밴의 특징을 감안하면, 일상적인 업무용으로는 전기차로 활용하고, 다른 장거리일 때는 내연기관으로 주행 거리를 확보하는 방식은 시장에서 환영할 만한 새로운 시도다. 


BYD에서 나온 SEAL DM PHEV - 성능이 탁월한데 가격은 3400만원 밖에 하지 않는다. 


BMW도 BMW3 시리즈의 주력 모델로 PHEV를 내세우고 벤츠도 AMG S63 E 퍼포먼스를 PHEV 모델로 출시할 예정이다. GM, 도요타, 혼다 등 글로벌 브랜드들 모두 향후 라인업에 EV로 계획했던 지분들을 PHEV로 혼용해서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중국 시장에서 PHEV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BYD는 아예 전기차 플랫폼을 그대로 가져온 후 엔진을 더해 모터로 1000km, 연료로 1000km를 가는 4세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선보였다. 배터리 가격이 낮아지고, 전기차 플랫폼을 기반으로 엔진을 추가하게 되면서, 약점을 보완하는 것이 아니라 장점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한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개발된 모델들로 전 세계 현지 공장에서 생산해 공략할 계획이다. PHEV라면 충전 인프라가 아직 부족한 국가에서도 큰 부담이 없다. 


2025년에 출시할 예정인 산타페 PHEV 스파이샷 - 현대차도 열심히 트렌드를 쫓아 가고 있다. 


우리보다 전동화를 앞서 가고 있는 중국 시장과 BYD의 이런 변화를 한 번쯤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모든 차가 전동화 되는 일은 어려운 일이다. 미래 자동차의 주류는 전기차로 종국에는 바뀌게 되겠지만 그 시기가 아직 먼 미래라면 되도록 전기차에 가까운 차를 만드는 것이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CO2 규제에도 유리하고, 충전 인프라가 열악한 지역에도 판매가 가능하고, 거기에 대당 필요한 배터리 셀의 양이 작기 때문에 배터리 설비 투자에 지나치게 큰돈을 쓸 필요가 없는 장점도 가지고 있다. 결국은 새로움과 불편함의 타협점을 찾아낸 상품이 시장의 선택을 받기 마련이다. 전기차가 주춤하고 하이브리드를 많이 찾으니 하이브리드에 올인하자는 단순한 전략에 매몰되지 말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의 가능성도 챙겨 보자. 




자동차 전문 매체 아우토바인에 올린 글을 브런치에 조금 늦게 공유합니다. 전기차의 빈자리를 PHEV가 채울지 다 같이 지켜 보시죠. https://autowe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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