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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가 본격적으로 모델 S를 출시하면서 대량 생산을 시작할 때만 해도, 미국 시장에는 충전기가 그렇게 보급되어 있지 않았다. 사람들이 전기차를 쉽게 사용하게 하려면 일단 빠른 속도로 충전되는 충전기를 주변에 쉽게 찾을 수 있게 해야 했다. 그래서 테슬라는 슈퍼차저라는 보유한 브랜드를 통해 아예 고속 충전기 사업에 일찌감치 뛰어들었다.
캘리포니아를 중심으로 대형 마트, 운동 경기장, 백화점, 호텔 등 미국인들이 자동차를 타고 찾아가는 많은 공간의 주차장에 슈퍼 차저가 설치되기 시작했다. 충전구의 형태도 기존의 미국 표준인 CCS1 타입을 따르지 않고, NACS라는 독자적인 구조다. 다른 회사 전기차들이 테슬라가 설립한 슈퍼 차저를 사용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시장을 독점하려는 전략이었다.
이런 충전 인프라 구축 사업은 큰 효과를 거두어 미국 지역의 전기차 판매의 절반 이상은 테슬라 모델이 차지하고 있다. 충전기를 설치하면서 태양광 발전과 연동하여 에너지 사업은 최근 30억 달러 규모로 성장했고, 각 지역 별로 충전기를 설치하면서 확보한 부동산의 자산 가치 상승도 상당했다. 특히 각 정부들이 전기차 인프라 구축에 적극적으로 지원하면서 최소 비용으로 여러 가지 부가적인 효과도 함께 누렸다.
현재 테슬라는 전 세계에 6만 개 이상의 슈퍼차저를 운영하고 있다. 중국에 진출할 때도 상하이 기가 팩토리보다 슈퍼차저 공장을 먼저 지었다. 미국의 급속 충전기 중 60% 이상이 슈퍼차저가 되면서 GM이나 포드, 그리고 현대기아 미국 법인 같은 일반 자동차 회사들도 슈퍼차저에서 사용 가능한 NACS 포트를 표준으로 설치하기 시작했다. 한 회사의 전략에 표준이 바뀐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