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서 모시지 못하는 죄송한 마음을 이렇게라도 풀어 봅니다.
저희 아버지는 평생을 교직에 몸 담으셨다가 지난 2014년에 정년 퇴임하셨습니다. 그러고도 아직 남은 에너지를 주최하지 못해 KOICA로 해외 봉사 신청을 하시고 신체 검사를 했는데 조금 이상 소견이 나왔습니다. CT도 찍고 여러 검사를 해보니 파킨슨 병이라고 하더군요. 다행히 초기에 발견해서 거동이 많이 불편하지는 않으셨지만, 조금 절뚝 거리는 걸음 거리와 긴장하면 떨리는 손이 자주 눈에 밟혔습니다.
지금도 꾸준히 약 챙겨 드시고 아침 저녁으로 운동하시면서 몸은 유지를 하고 계신데 문제는 마음입니다. 사람도 자주 만나려 하지 않으시고, 서울로 손녀들 보러 오라고 해도 마다하시고 늘 롯데 야구 아니면 뉴스만 보고 계시는 모습에 어머니는 답답해 하셨습니다.
그러다 얼마 전 일흔이 되시는 생일을 맞아 가족여행으로 전주에 놀러 갔다 오면서 아버지의 70대를 다르게 만들어 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무작정 전화를 드렸습니다.
아버지. 제가 제안 드릴 게 있는데요.
어.
요즘 코로나 때문에 모임도 못 나가시고 뭐 배우러 다니지도 못 하시잖아요. 그래서 말인데, 제가 챙겨 드릴 테니까 매달 한 권씩 책 읽으시고 독후감을 간단히 써 보는 건 어떨까요?
어..(당황하신 듯) 하면 좋지…
그리고 유튜브로 맨날 TV조선이나 트로트만 보시는데 그러지 말고 제가 매주 강의 하나 보내 드릴게요. 그거 보시고 간단히 소감을 글로 써 주세요. 사진 찍어서 보내 주시면 제가 블로그에 기록해 둘게요.
….. 어.. 그래. 하면 좋지.. 고맙다.
승락이 떨어졌으니 그날로 어머니까지 초대해서 카톡 방을 만들었습니다. 제목은 “부산 공부방”입니다. 그리고 말씀 드렸던 내용을 그대로 적었습니다. 첫 책은 고미숙님의 “조선에서 백수로 살기”로 정해서 주문하고 강의도 책과 연관된 세바시 강의 중에 같은 저자의 “백수의 정치 경제학”을 링크를 드렸습니다.
일주일 뒤에 조금의 독촉에 못 이겨서 첫 번째 글이 왔습니다. 아버지께서 다른 활동을 시작하셨다는 것이 마냥 기쁜 어머니께서 먼저 솔선 수범해 주셨고, 못 이긴 천 아버지도 다음 날 쓰실 글을 사진으로 올려 주셨습니다.
2020년 11월 23일 변필효님.
“백수로 살기”라는 말에 좋은 느낌을 가지고 있지 않지만 백수의 삶을 접해 보면서 마음을 적어 봅니다. 백수 : 돈 한푼 없이 빈둥거리며 놀고 먹는 건달인데, 철학적으로는 존재 자체가 인류의 미래이고 자기 자신의 앞가림만 잘하면 된다는 등… 나의 일반적인 생각으로는 받아들이기 쉽지는 않았습니다. 현실적으로 자기 자신을 누구인지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깨달음을 가진 백수가 많았으면 합니다. 우리가 한 직장에서 10년 이상 다닌다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매일 같은 시간 출퇴근이 반복되는 생활. 한 직장에 오래 동안 다니는 직장인들 대단한 사람들로서 존경합니다.
2020년 11월 24일 이선숙님
백수 건달을 논함
어디에도 속박되지 않고 자유의 몸으로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에 자신이 즐기면서 창의력을 마음껏 발휘하며 자유로운 삶을 영위하는 프리랜서가 요즘 같은 디지털 시대에 적합한 생활인이 아닐까 싶다.
부디 두 분 모두 오래오래 건강하셔서 이 즐거운 배움의 나눔이 오래 지속될 수 있기를 바래 봅니다. 그리고 그 기록들을 언제라도 불러 볼 수 있게 브런치에 남겨 보려 합니다. 매주 쌓인 글들이 많이 모여서 여든 살 생일에 책으로 만들어 드리면 더 뜻 깊을 것 같습니다. 시작이 반입니다. 일단 출발은 괜찮은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