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이튼 크리스텐슨 님의 <하버드 인생학 특강>을 읽고
20여 년 직장 생활을 하면서 많은 일들을 했지만 그래도 가장 내 삶에 영향을 주었던 업무를 꼽자면 프로젝트 매니저, PM을 고를 것 같다. 제한된 예산과 인력, 정해진 기한에 주어진 업무를 완수하기 위해서 고민하는 사이에 나는 살아가는데 필요한 교훈들을 업에서 많이 얻었다. 좋은 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하고 불가능하다는 말은 돈과 시간이 얼마나 필요하다는 말로 치환할 수 있다. 이미 벌어진 일은 어쩔 수 없지만 어쨌든 오늘이 상황을 수습하는 작업을 시작할 수 있는 가장 빠른 시기라는 교훈은 살면서 마주하게 되는 여러 선택의 순간에 늘 좋은 기준이 되어 준다.
하버드 경영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가르쳐 온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님도 암으로 투병 생활을 하시면서 비슷한 생각을 하셨나 보다. 수많은 제자들을 배출했지만 그들 모두가 성공한 인생을 살아가지는 못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동안 기업들이 생존하고 성장하기 위해서 필요한 전략들을 개인의 삶에 대입해 보는 작업을 시작하셨다. 그리고 그렇게 나온 결과물이 하버드 인생학 특강이다.
생의 마지막을 정리하는 자리지만 비슷한 과정에서 나온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과는 전혀 다른 접근이었다. 그동안 직접 경영하기도 했고 컨설팅하거나 연구했던 기업들의 사례를 먼저 설명하고 이를 인생에 확장하는 식이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기업이 성공하려면 소비자의 관점에서 시장을 분석하고 목표를 세우지만 실제 실적과 반응에 맞추어 이를 조정하는 유연함이 필요하다. 자원의 배분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우선순위를 정해야 하고 무엇이 중요한지를 아는 사람을 뽑기 위해서는 사회적으로 큰 명성보다 당면한 문제를 직접 풀어본 사람들을 중용해야 할 것이다.
이런 이치는 개인의 삶과 가족 안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월스트리트 저널의 기자가 되고 싶었지만 인생의 과정에서 다가온 자연스러운 기회를 놓치지 않았던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창발적 기회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고 조언해 주었다. 일과 성공도 중요하지만 관계가 무너지기 전에 가장 핵심 자원인 시간을 투자하고 작은 일이라도 스스로 해 보도록 기회를 제공해서 실패로 배우고 성공해서 자신감을 얻게 하는 것이 더 의미 있음도 알려 주었다.
다른 내용들보다 더 많이 기억에 남는 건 문화에 대한 이야기였다. 아무리 좋은 CEO라도 모든 현장에서 일일이 결정에 관여할 수는 없다. 일일이 간섭하고 감시하지 않아도 구성원들이 회사가 추구하는 방향에 맞는 선택들을 하게 하려면 올바른 기업 문화를 키워야 한다. 많은 기업들이 비전을 세우고 직원을 교육하고 윤리 강령을 세우면서 자신들만의 문화를 만들려고 하지만 한두 번의 예외가 쌓이면 쉽게 무너지기도 한다.
부부와 자식을 포함한 가족 문화도 마찬가지다. 서로 다른 배경의 부부가 만나 하나의 가정을 이루면서 그동안 익숙했던 두 문화 사이에 합의를 도출하는 것부터 사실 쉽지 않다. 거기다 아이들은 또 각자 나름의 태도와 성향을 갖고 태어나기에 좋은 가족 문화를 만드는 것은 새로운 도전이다. 자연스럽게 좋은 행동으로 이끄는 문화를 만들려면 다양성을 받아들이고 가치를 공유하고 어떤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는 일관성을 오랜 기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 책을 덮은 이후에도 계속 머릿속에 남는다.
나는 어떤 가치를 지키고 싶은가?
나는, 우리 가족은 어떤 가족이 되고 싶은가?
나는 내가 정한 가치의 우선순위를 지키고 있는가?
내게 묻지 않아도 나의 가족들이 아빠는 그렇게 이야기할 것이라고 쉽게 떠올릴 수 있을 만큼 나는 일관된 결정들을 하고 있는가?
100년 기업을 찾기 어려운 변화의 시기에 100년은 살아남아야 하는 운명을 각자 지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진짜 필요한 건 경영자 마인드 아닐까? 일하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살기 위해 일하는 거라면, 일을 잘하기 위해 했던 모든 고민들을 이제는 잘 살기 위한 양분으로 활용해 봐야겠다. 태어났으니 어쨌든 살아야 하는 나의 삶의 CEO는 결국 나 자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