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점이 많은 과의 장점을 살리는 도전이 필요합니다.
봄이 되고,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었다. 프리랜서란 불러 주는 사람들이 있어야 존재할 수 있는 직업이라 새 학기가 되면 은근한 긴장감이 든다. 다행히 올해도 가천대학교에서 기구학 수업을 맞게 되어 업을 이어갈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학기마다 늘 불러 주시는 충남대에서 세미나 강연으로 초대해 주셔서 지난 화요일에 대전을 찾아가게 되었다.
남쪽이라 더 따뜻해서 꽃망울이 여기저기 피어나는 충남대에서 매년 바뀌는 자동차 시장의 트렌드를 가지고 충남대 기계공학과 3-4학년들과 3시간 동안 재밌게 이야기하고 왔다. 긴 강연이 지루하기도 했을 텐데 관심 있게 끝까지 경청하고 질문도 해 준 후배들의 모습에 나도 에너지를 많이 받았다. 시간이 지체되어서 다 물어보지 못해 아쉬워하던 한 학생에게 명함을 주고 메일로도 편하게 연락 달라고 이야기했었는데, 오늘 아침에 보니 대학생 고민이 가득 담긴 메일을 받고 답을 써서 보냈다. 그 내용을 여기 브런치에 함께 공유해 보고자 한다.
안녕하세요 교수님.
어제 직접 방문하셔서 강의해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정말 재미있게 친환경 차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강의 이후 시간이 부족해 미처 드리지 못한 질문이 있어 이렇게 메일로 연락드리게 되었습니다.
첫 번째로, 제가 가장 조언을 구하고 싶은 부분은 진로 방향에 관한 고민입니다.
강의 중 기계공학의 전통적인 역할이 예전에 비해 다소 줄어들고 있다는 말씀을 해주셨고, 이에 대한 학생들의 우려에 대해 “기계공학의 역할은 여전히 다양한 분야에 존재한다”는 취지로 답변해 주신 것이 인상 깊었습니다.
저 역시 기계공학을 중심으로 역량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동시에 전기전자나 AI와 같은 분야에도 관심을 가지고 함께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소위 말하는 융합형 인재로 성장하는 방향에 대해 교수님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교수님께서 익숙하지 않은 코딩을 갑작스럽게 하신 경험이 있다고 하니 더욱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우선 저는 모두가 사용하는 생성형 채팅 AI뿐만 아니라 새롭게 개발되는 AI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사용해보려 하는 편입니다. AI의 얼리어답터가 되고자 새롭게 나오는 AI관련 뉴스나 영상을 챙겨보며 빠르게 적응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겨울방학에는 자작자동차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실제로 적용도 해보았습니다. 프로젝트에서 흡기 파트를 맡고 있는데, AI 기반 코드 에디터를 활용해 유전자 알고리즘 방식으로 제작해야 하는 매니폴드의 러너 길이, 디퓨저 확산각 및 길이 등을 최적화해 보는 시도를 해보았습니다. 다만 대회 일정과 팀 프로젝트의 특성상 충분히 깊이 있게 진행하지 못한 점이 아쉬움으로 남았습니다.
앞으로 2학기에 종합설계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는 보다 체계적으로 준비해 조금 더 깊이 있는 방식으로 AI 또는 전기전자 분야를 활용하고 싶습니다. 이 과정에서 어떤 방향으로 역량을 준비하는 것이 좋을지 교수님의 조언을 들을 수 있다면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회사의 시각이나 비관적인 의견도 아낌없이 주시면 정말 좋을 것 같습니다.
두 번째로 삼원계 배터리와 LFP 배터리에 관한 질문입니다. 어제 강의 내용에서 기업별 배터리 점유율 자료를 보여주셨는데, 중국이 점유 1위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압도적인 점유율을 가진 것과 생각보다 낮은 한국의 점유율을 보고 조금 놀랐습니다. 한국은 삼원계 배터리에 중국은 LFP 배터리에 강점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삼원계 배터리는 안정성과 열폭주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LFP 배터리는 효율과 성능을 개선하는 것이 과제라고 하는데 5년, 10년 뒤인 2030, 2035년 시기에 어떤 배터리의 수요가 더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시는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또 어느 정도 시기가 지나야 삼원계 배터리가 안정성 문제를 해결하고 LFP 배터리의 저가전략을 이길만한 가치를 가지게 될지 의견을 여쭤보고 싶습니다.
바쁘신 와중에도 질문받아주시려 연락처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OO님 반갑습니다. 강연이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이네요.
보내준 질문에 대해서 아래와 같이 답을 남겨 봅니다.
융합형 인재가 되는 방법
전공을 무엇으로 해서 지식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은 시대가 됐습니다. 모르는 건 인공지능에 물어보고 찾으면 되니까요. 대신에 문제를 풀 수 있는 다양한 수단을 얼마나 활용할 줄 아는지가 중요해졌습니다. OO님이 프로젝트를 통해 흡기 파트를 개발하는 업무는 이런 수단들을 늘리기에 좋은 경험이 됩니다. 다만 이런 경험이 실제 취업에 도움이 되기 위해서 3가지를 해 보기를 추천해 봅니다.
첫째, 대충 하지 마시고, 실제 현업에서는 어떤 점을 고려하는지 찾아보세요.
학생 수준에서 한다고 어림짐작으로 진행하기보다는 실제 자동차 현장에서는 어떤 변수가 중요하고 어떤 점을 고려해서 설계하고 검증하는지를 적극적으로 찾아봅시다. GPT에 물어도 좋고 유튜브에 소개가 나와 있을 수도 있고 학교 교수님들께 문의해도 좋습니다. 그래서 실제 현업에서 진행하듯이 계획을 짜고 실천해 나가는 추진력이 필요합니다.
둘째, 한번 시작했으면 마무리를 끝까지 해야 합니다.
대회 일정과 프로젝트 특성상 못하고 흐지부지 되면 결국 완전한 내 것이 안됩니다. 대회도 프로젝트도 멈추면 끝이지만 OO님 커리어는 계속되는 거잖아요. 이왕에 하기로 했으면 그걸 끝까지 추진해 보고 실패해도 어디까지 시도해서 어떻게 실패했다는 일단락을 지을 필요가 있습니다. 최소한 3D 도면과 프로토 만들어 시도해 보는 단계까지는 가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렇게 한 활동을 지금 온라인에 기록으로 남겨 두세요.
나중에 내가 이런 활동을 했다는 증거로는 인터넷만큼 좋은 공간이 없습니다. 자신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를 정의하고, 어떻게 풀지를 설계하고, 단계별로 진행 상황과 어려운 부분을 기록하고 마지막 결과물까지 유튜브나 개인 블로그 등에 남겨서 기록해 두면 지금 이 순간 그 일을 직접 해 보았다는 명백한 증거가 됩니다. 그런 기록을 이력서에 남겨 두면 분명 차별화될 겁니다.
결국 융합형 인재가 되려면, 여러 분야를 이것저것 많이 배우기보다는 내가 지금 맞닿아 있는 문제를 깊게 고민해 보고 해결책으로 이런저런 수단을 많이 활용하는 방법을 권합니다. 그런 넓은 시도를 하기에는 기계과는 접점이 많아서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습니다.
배터리 산업 전망
배터리 시장은 현재 어려움이 많습니다. 중국이 규모와 정부 지원. 그리고 차별화된 기술력으로 압도하고 있고 우리가 앞서고 있다는 NCM 영역도 중국이 오히려 더 가성비가 좋은 편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정치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상황도 있다 보니, 중국과 척을 진 미국 / 유럽 등에서는 견제가 있어서 그 대안은 우리니라 3사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일정 수요 이상은 있겠지만 기술력을 빠르게 쫓아가지 않으면 안 됩니다.
OO님에게는 어느 배터리가 주력이 되는 것보다 취업을 위해서는 어떻게 산업이 흘러갈까 와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가 더 중요합니다. 요즘 상황을 보면 국내에서 생산하는 전기차를 해외에 수출하는 관세가 늘어나기 때문에 아무래도 해외 현지에서 생산하는 전기차 수요가 늘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이런 전기차에 공급할 배터리도 해외에서 생산하는 경우가 많겠죠. 그래서 해외 공장이나 현지 개발 업무 인원에 대한 수요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기계과에서 배터리 회사에 취업하는 사례는 공정 기계를 다루거나 시험용 배터리를 차에 넣고 다양한 실험을 하는 역할을 뽑습니다. 다만 이런 실험 인력은 실무 경험이 있는 사람을 선호하니, 자동차 회사 혹은 주요 부품 회사 / 개발 용역 회사 등에서 경험을 쌓은 이후에 이직하는 것이 더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이런 실무를 쌓을 기회를 주는 회사라면 투자라고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도전해 보기를 추천합니다.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다음에 또 좋은 기회에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