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물이 쌓이지만 거래는 안 되는 절벽을 만나면 가격은 내려간다.
최근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 행보가 거침없다.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를 종료하고 토지거래허가제를 고수하는 등 부동산과의 전쟁을 선포한 정부의 드라이브는 단순한 규제를 넘어 시장의 구조적 모순을 공학적으로 수선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연일 SNS에 대통령이 직접 여러 정책들을 언급하면서 시장은 조금씩 반응하고 있다. 다주택자들이 이번 기회에 물건을 내놓을 것이다. 양도세는 거래가 돼야 내는 세금이니 버티면 된다는 식의 여러 분석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5월 9일로 종료되는 유예 기간이 너무 짧다고 그 사이에 거래가 되겠냐는 불만이 나오자 계약만 그때까지 하고 잔금은 뒤에 처리할 수 있도록 조정했다. 세입자가 있는 집을 팔려고 해도 토지거래허가제도 때문에 세입자가 있으면 팔 수가 없는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에도 반응해서 무주택자가 집을 사는 경우에는 현재 들어가 있는 세입자들의 임대 계약이 끝날 때까지는 실거주 의무를 연기가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도 발표 됐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규제를 완화한 것이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갭투자를 허용한 것이라며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정부의 이런 움직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부동산이라는 재화의 가격이 형성되는 과정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반적인 재화는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의해 가격이 결정된다. 많은 사람이 원하지만 희귀한 물건은 자연스럽게 가격이 오르기 마련이다. 기회와 혜택이 집중되어 있는 서울에 사람이 몰리는데 집은 한정적이라 서울 집값이 오르고, 학군이 좋고 학원 인프라가 좋아서 좋은 대학에 보내고 싶은 사람들이 많으면 강남 집값이 오른다.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이런 분위기여서 상승폭이 달라도 서울시라면 어디든 다 같이 오르던 분위기였다.
이런 틀이 깨지기 시작한 것이 문재인 정부 때의 일이다. 치솟는 부동산 가격으로 늘어나는 주택담보 대출 문제를 해결하려고 문재인 정부는 다주택자를 겨냥해 양도세 중과, 종부세 세율 인상, 대출 제한 등 전방위적 압박을 가했다. 그러나 세금 부담을 느낀 투자자들은 여러 채를 보유하기보다 확실한 가치가 보장되는 서울 강남 등 상급지 한 채에 자산을 집중하는 자산 재편 전략을 택했다. 결국, 규제가 강해질수록 불확실한 지방이나 외곽 주택부터 처분하고, 희소성이 높은 서울 신축 아파트로 수요가 쏠리며 수도권과 지방의 양극화가 극심해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렇게 지역별로 부동산 가격의 차이가 발생하자 사람들 사이에 상대적 박탈감이 커졌다. 평생 받는 월급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집값이 연일 보도가 되자 이러다가 벼락 거지가 될 수도 있다는 공포가 시작되면서 사람들은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만의 고유한 사적 금융인 전세 제도도 이런 투자를 부추겼다. 매매가와 전세가의 차이만 채우면 비싼 집을 살 수 있었고, 그 집이 더 오르면 투자한 돈의 몇 배를 벌 수 있었다. 거기에 모든 수입에는 뒤따르는 세금도 크게 감면해 주니 대한민국에서 부동산만큼 안정적이고 확실한 투자처는 없었다.
그렇게 부동산 가격이 수요와 공급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투자의 대상이 되면서 가격은 버블처럼 증가했다. 주식 시장과 비슷하다. 사람들은 주가만 보지 거래량은 잘 보지 않는다. 앞으로 오른다고 생각되면 몰리고 몰리면 더 오른다. 지금 안 사면 평생 못 산다는 공포와 사두면 무조건 번다는 기대감이 붙으면, 공급이 아무리 많아도 수요가 그 공급을 순식간에 집어삼키며 가격을 밀어 올린다. 그렇게 하늘 높이 올라간 집값은 이제는 일반적인 노동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 되어 새롭게 세상에 나서는 청년 세대들에게는 절망을 디폴트로 안겨 주고 있다.
일부 부동산 전문가들은 공급이 부족해서 그렇다며 집을 더 지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노태우 때 분당과 일산 같은 신도시를 짓고, 이명박 때 강남 세곡, 서초 우면, 하남 미사에 보금자리 주택을 더 지을 때만 해도 그 논리는 통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때보다 투자를 목적으로 한 자금이 더 많이 들어왔고, 인근에 새로 지을 땅도 없을뿐더러 공사비도 올라서 민간에 맡겼다가는 가격을 줄이기는커녕 신축으로 값만 올릴 것이다.
투자 시장에서 가격을 떨어뜨리는 길은 단 하나다. 미래 가치를 불투명하게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저 매물이 더 이상 투자처로 가치가 없다는 인식을 심어 주면 된다. 10억짜리가 20억으로 올라도 세금을 8억이나 내야 하고 2억밖에 남는 게 없으면 취득세와 복비 등 비용들을 감안하면 헛투자가 된다. 그러니 양도세 중과세가 제대로 적용되고 나면 다주택자들에게 아파트는 더 이상 매력적인 투자처가 아니게 된다.
그럼 한 채에 더 몰리지 않겠냐고 하지만 서울 강남의 30억 ~ 40억 가는 아파트를 다 현금으로 살만한 여유가 있는 사람은 드물다. 그동안은 현금 대신에 전세를 끼고 사면 30억짜리 아파트도 20억 전세에 10억만 투자하면 아파트를 살 수 있었다. 그런데 정부는 토허제로 전세 끼고 사는 걸 원천 봉쇄했고, 대출은 6억으로 선을 그어 버렸다. 30억짜리를 자려면 24억 현금을 동원할 여력이 없으면 불가능한 상황이 되면서 집을 살 수 없게 되었다. 그렇게 팔지도 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호가만 오르는 상황이 지난 1년간 이어졌다. 살 수 없는 사람도 팔 사람도 없는 상황이라면 가격은 극소수의 거래와 호가만으로 요동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토허제와 대출 규제로 살 사람이 줄어든 상황에서 급매물이 나오기 시작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그전에는 물건도 없고 살 사람도 없이 그저 파는 사람이 희망하는 가격만 존재하는 시장이었다면 이제는 물건이 나와도 사지 않는 모습으로 변하고 있다. 그동안 다주택자들은 팔고 싶어도 규제 때문에 못 판다는 논리 뒤에 숨어 호가를 지탱하며 시장의 하향 조정을 지연시켜 왔지만 이번 토허제 최대 2년 유에 조치를 통해 마지막 핑계가 제거되었다. 팔 수 있는 길을 열어줄 테니 시장에 매물을 내놓아 보라는 일종의 심리적 선전포고다.
갭투자를 권장한다는 말이 성립하려면 최대 2년으로 현재 거주하고 있는 세입자의 계약이 끝날 때까지 지금 가격보다 더 많이 올라야 투자다. 잠시 비용을 유예하기는 했지만 이전처럼 영원히 전세를 이어가며 대출을 이어갈 수는 없다. 2년 뒤에 확실하게 전세금을 상환해 줄 여력이 되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더군다나 무주택인 사람만 혜택을 받으니 정부가 허락한 갭투자라고 비난하지만 이전까지 있었던 갭투자와는 결이 다르다.
5월 9일이라는 기한과 토허제 한시적 유예 그리고 연일 SNS에 때리는 대통령의 발언으로 실제로 시장에서는 매물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거래가 활발하다는 소식은 없다. 내가 매수자라도 5월 9일 전까지 더 급한 물건들이 더 많이 나오면서 떨어질 것 같은데 지금 굳이 일찍 살 이유는 없다. 그렇게 매물이 쌓이지만 거래는 안 되는 거래 절벽을 만나면 마치 하한가에 물린 주식처럼 내일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무너지고 싸게 내놔도 사주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 확인되는 순간 시장에는 거대한 공포가 엄습한다. 부동산이 더 이상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닌 세금과 관리비만 축내는 비용 덩어리라는 인식이 바뀌면 수십 년간 이어져 온 불패 신화도 무너질 수밖에 없다.
보유세에 대한 언급도 맥락을 같이 한다. 함부로 세금을 올렸다가는 선거에서 혹독한 대가를 치를 수 있기에 실제 세율을 조정하는 건 정말 마지막 카드다. 이미 급등한 아파트값이 공시지가에 반영되면 자연스럽게 내야 하는 세금은 오를 수밖에 없다. 반포의 대장주로 불리는 래미안 원베일리 32평 소유자는 1 주택자라도 이미 2024년 약 1,340만 원에서 2025년 약 1,820만 원으로 보유세가 1년 만에 36%가 폭등했다. 작년 상승분이 반영되는 올해는 약 2,500만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월세로 200만 원 내고 사는 셈이다.
수십억 원 가치가 있는 아파트에 사는데 그 정도 비용은 감당하는 것이 무슨 큰 문제인가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미 상승분을 누린 소유자라도 팔려야 가치가 확보되는 부동산과 당장 내야 하는 현금의 무게는 다르다. 거기에 이제 막차를 타려고 나서는 새로운 수요자에게는 보유세 비용은 그만큼 예상 수익률이 낮아지게 된다. 매물은 늘고 수요는 줄어드는 방향성은 그대로 유지된다. 여기에 임대 사업자에 대한 혜택들도 제한하는 정책도 고려 중이라고 하니 수요 절벽을 향하는 전략의 방향성은 일관성을 지키고 있다.
수요의 절벽은 투자나 투기가 아니라 살기 위한 실 수요들이 도전해 볼 만큼 집값이 떨어져야 비로소 해소될 수 있다. 실질 임금이 자산 가격의 상승 속도를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구조에서 청년들에게 미래를 설계하라는 말은 가혹한 고문에 가깝다. 이 비정상적인 집값이 내려가야 비로소 청년 세대들에게도 희망이 생긴다. 사회 전반적으로도 주거비에 묶여 있던 유동성이 자기 계발과 기술 혁신, 그리고 미래 산업을 향한 생산적 소비로 전환될 때 우리 사회의 시스템은 비로소 정상 궤도에 진입할 수 있다. 노동의 가치가 투기적 자산 증식에 비웃음 당하지 않는 사회, 청년들이 주거라는 생존의 벽에 가로막혀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지 않는 사회가 우리가 지향해야 할 진정한 공정이다.
그러니 부동산 시장을 사야 할 이유가 없는 시장으로 바꾸자. 한동안은 거래 절벽이 있을 것이고 가격 하락을 경기 침체와 묶어서 막아 보려는 여러 공격들이 있을 것이다. 특히 재건출을 가능하게 하려면 아파트 단가가 올라가야 하는 건설사들과 부동산 거품에 큰 투자를 하고 판을 흔드는 이익 당사자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내 집값도 떨어지면 내 자산도 손해처럼 여겨질 수도 있다. 그러나 비정상적으로 비대해진 자산 가치가 제자리를 찾아가야 돈의 가치는 유지되고 제대로 된 시스템이 복구될 수 있다. 정부의 일관된 기조가 시장의 심리적 임계점을 넘어서 부동산이 투기의 대상에서 주거의 재화로 되돌아오고 거품이 빠진 그 자리에 우리 청년들이 마음껏 달릴 수 있는 활로가 열리길 간절히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