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를 써서 코딩으로 문제 풀어 오라고 가르치기

기술이 발달하고 도구가 진화하면 어떻게 잘 사용하는지를 가르쳐야 한다.

by 이정원

2026년에도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기회를 이어가게 되었다. 선배 교수님을 포함해 여러분들이 신경 써 주신 덕분이다. 전임은 아니지만 소속이 있다는 건 다른 활동들을 하는데 프르랜서로서는 많은 도움이 된다. 다행이고 참 감사한 일이다.


그러나 역시 인생사는 어떻게 흘러 갈지 모르는 법이다. 애초에 대학 강의를 시작할 때만 해도 자동차 공학, 내연기관이나 전기차 관련된 내용으로 내가 전공했고 또 회사에서 경험했던 내용들을 전달하면 되는 과목들을 맡았다. 그동안 썼던 글도 있고 실무 경험 자료도 있어서 자료 준비에 시간은 걸려도 그리 어렵진 않았다. 무엇보다도 내가 잘 아는 내용이니까. 그렇게 1년 하면 그다음부터는 그전 해에 진행했던 자료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어 부담도 더 줄어 들 거라고 예상했다.


그런데 작년 2학기 시작부터 계획이 어긋났다. 그전 학기에 가르쳤던 동력 시스템 공학이 2학년 과목에서 3학년 과목으로 수강 대상이 조정되면서 한 해는 건너뛰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결국 뜬금없이 1학년을 대상으로 물체에 작용하는 힘의 평형을 다루는 정역학을 가르치게 되더니, 올해 1학기에는 기존의 실습을 포함한 자동차 공학 강의는 강사 혼자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폐강되고 '기구학'이라는 기계 설계 전공의 3학년 수업을 맡게 되었다.


25년 1학기에 진행했던 자동차 공학 실습 - 미니카 개조에 열정을 보여준 학생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작년 2학기 정역학을 가르치면서 나는 대학생 시절에는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고체역학의 기본을 다시 배울 수 있었다. 내가 알아야 가르칠 수 있으니 예제도 풀이를 보며 이해하고,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 같이 풀어보고 이해가 안 되는 개념은 동영상을 찾아가며 자료를 준비했다. 다행히 3반 180명을 데리고 했던 강의를 무사히 마친 후라 기구학도 그런 좋은 기회가 될 거라고 생각하고 선뜻 강의를 맡기는 했다.


그런데 정작 강의를 준비하다 보니 막막해졌다. 대학교 3학년 1학기면 동아리 단장 하느라 제대로 수업을 듣지도 못하기도 했지만 로보틱스라는 강좌 이름처럼 여러 관절 구조에서의 위치와 속도, 가속도 등을 다루는 학문이다 보니 요구되는 수학의 깊이가 1학년 과목과는 달랐다. 선형 대수, 복소수의 미분을 구하고 도면을 작성하듯 관계를 도식화해서 그걸로 값을 구하는 작업은 직접 하기도 어렵지만 이걸 학생들에게 가르쳐 줄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마음을 달리 먹었다. 어쨌든 문제는 문제고 그걸 지금의 나라면 어떻게 풀 것인가. 그리고 제대로 배운 적이 없지만 AI와 함께 코딩으로 답을 찾아가는 걸 한번 해 보자고 마음먹었다. 일단 간단하게 링크의 움직임의 궤적을 그리는 것부터 시작했다. Google의 제미나이를 켜고 그냥 솔직하게 내 상황을 설명했다.


있는 대로 이야기하고 그림도 업로드했다.


인공지능은 확실히 친절했다. 코딩이 처음인 나에게 전혀 문제 되지 않는다며 코드도 만들어 주고 복사하고 어느 사이트에서 어떻게 실행하면 되는지도 알려 주었다. 특별한 프로그램이 없어도 코딩한 결과를 실행해서 확인해 볼 수 이쓴 Google Colab이라는 사이트도 알려 주었다.


절차를 찬찬히 잘 알려 주었다.


바로 되지는 않았지만 몇 번의 조정을 거치면서 결국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좀 더 시각적으로 잘 보여 주기 위해서 GIF 동영상 파일도 금세 만들 수 있었다. 물론 나보고 직접 코드를 짜라고 하면 시작도 못하는 상황은 변함없지만 그래도 코드에 적혀 있는 주석들을 보면서 조금씩 원하는 대로 조정도 가능했다.


4절 링크의 움직임을 눈으로 볼 수 있어 좋았다. 혼자라면 엄두도 못할 일이지만 인공지능 덕분에 할 수 있었다.


자신감이 붙은 나는 조금 더 복잡한 문제들도 인공지능을 이용해서 풀어 보기로 했다. 속도, 가속도 같은 복잡한 수식이 필요한 문제의 답을 계산하는 방식도 보여 주지만 인공지능으로는 어떻게 접근하는지 직접 해 보고 있다. 그리고 그걸 그냥 있는 대로 학생들과 공유하고 비슷하게 시도해 보도록 숙제도 줄 계획이다.


4절 링크 기구에서 가속도에 해석을 하는 가장 기본적인 문제를 푸는데도 복잡한 수식들을 헤쳐 나가야 했다.


코딩을 통해 궤적을 확인하고, 가용 범위를 찾고, 그 과정에서 주요한 점들의 가속도를 그래프로 표현했다.


그냥 문제를 주고 AI에게 답을 구해 달라고 하는 건 남는 것이 없다. 설령 AI가 답을 주었다고 해서 그 답이 맞는지 틀린 지 확인할 방법도 없다. 그러나 문제를 풀기 위해 필요한 단계마다 막히는 부분들을 인공지능과 함께 풀어 나가면 그건 다른 이야기다. 움직임을 상상하고 가시화하고 가용 범위를 찾고, 그 안에서 규칙을 찾아 정확한 수치를 찾는 과정을 설계하는 과정은 인간인 내가 하는 것이고 그 과정을 인공지능이 도와주면 효율은 극대화된다.


이런 시너지를 얻어 내려면, 인공지능과의 소통 기술도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문제의 조건을 명확하게 정의하고 내가 대략적으로 어떤 결과가 나올지를 상상해 볼 필요가 있다. 수치만 묻지 말고 결과를 구체적으로 기시화하도록 요청해서 내가 상상한 범위와 맞는지도 확인하고 풀어야 하는 조건의 상황은 별도로 표시하도록 구체적으로 요청하면 전체적인 흐름에서 상황 이해가 더 쉬워진다. 이런 방식으로 이제 다음 학기 강의 자료를 60% 정도 채웠다. 너무 다 짜지 말고, 실제 학생들이 받아들이고 이해하고 흥미 있어하는 부분들을 감안해서 분량과 과제는 조절할 예정이다.


인공지능으로 문제를 풀게 허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많다. 생각하는 힘을 잃어버리게 된다는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내가 살아왔던 시절과 학생들이 앞으로 살아갈 시대는 전혀 다른 모습일 것이다. 고등학생까지는 수학 문제를 직접 계산해야 하지만 대학생부터는 공학용 계산기를 사용을 허락하듯이, 기술이 발달하고 도구가 진화하면 바뀐 도구를 어떻게 잘 사용하는지를 가르쳐야 한다. 그래야 더 효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덕분에 아낀 시간에 더 많은 고민을 잘할 수 있고 현장에서 직접 써먹을 수 있다.


강의가 처음 계획대로 조정되지 않은 덕분에 나이 마흔아홉에 새로운 시도를 해 보고 있다. 써보지 않은 도구를 가르치는 방법은 써 보는 수밖에 없다 보니 얼결에 맡은 강의 덕분에 나는 처음으로 인공지능과 코딩도 해보고 그 덕에 CoLab도 써보고 있다. 그러면서 배운다. 확실히 무언가를 배우는 제일 확실한 방법은 가르치는 일이다. 한 학기가 마쳤을 때 나도 크고 학생들도 함께 크는 그런 시간이 되길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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