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문방구 주인이 되고 싶어라고 확실히 인정하는 데에도 용기가 필요하다. 이 꿈이 허술해 보일까 걱정도 된다. 그래서 두려웠고 지금도 두렵다. 그렇지만 시간이 쌓이면서 단단해진다.
- 나의 문구 여행기 p.100 / 문경연
회사를 다니며 가장 힘든 순간은 '내 일을 하고 싶어'라는 생각이 들 때다. 그런데 내가 바라는 '나의 일'이 뭔지 모르겠다. 간절하게 바라고 있지만 모르겠다. 도대체 내가 하고 싶은 '나의 일'은 무엇일까. 이 생각을 한 지 10년이 지났는데, 왜 나는 여전히 하고 싶은 일을 찾지 못했을까? 어쩌면 인정하지 못한 게 아닐까. 머릿속에 떠다니는 꿈들, 그 일들을 하고 싶다고 인정하고 도전할 용기가 부족한 건 아닐까. 두렵다. 평생 외면할까 봐, 나는 계속 이렇게 살까 봐.
그리 나쁜 삶은 아니다. 안정적이고, 보통은 썩 괜찮다 하는 삶의 형태다. 그런데 내가 바라는 삶의 모습은 아니다. 누군가 인정하더라도 내가 바라는 건 아니니까. 스스로에게 당당하지 못해서 자꾸 작아진다.
이제는 알겠다. 내가 왜 작업실을 덜컥 계약해 버렸는지. 딱히 '작업'이라 부를 수 없는 일을 하며 작업실에서 시간을 보내는 이유를 알겠다. 무서웠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까 봐. 영영 잃어버릴까 봐. 그래서 덜컥 공간만 만들어버린 거다. 알맹이를 찾아서, 공간부터 만들어버린 거지 뭐.
정말 오랜만에 '배설'에 가까운 글이다. 한동안 내가 나를 가스 라이팅 하며 버텨 왔던걸 지도 모른다. 울고 싶은데, 지금 울면 무거운 감정에 짓눌릴 것 같다. 참아야 할까, 울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