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글쓰기

by 귤예지

1월 24일,

겨우 시작했다.

2026년을 맞이하며 세운 계획을 1월이 다 지나가버리기 전인 오늘에야 겨우, 절반이나마 실천했다.

- 5시 기상, 운동하고 읽고 쓰기

올해 내 목표였다.


일어나기가 힘들었다. 눈이 떠진 날도 그냥 다시 잠들 핑계를 떠올리기 바빴다. 길을 잃은 것처럼 막막했다. 뭘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랐다.

글을 꾸준히 쓸 때가 있었다. 잠자리에 누워도 머릿속이 글감으로 북적이다가, 마침내 잠이 들고 나서도 몇 시간 후면 눈이 번쩍 뜨였다. 밤사이 쉬지 않고 고민한 뇌가 글감을 정리해서 툭 던져주곤 했다. 그러면 벌떡 일어나 노트북을 열고 가벼운 마음으로 써 내려가곤 했다. 애쓰지 않아도 저절로 일어나고 써지던 때가 분명히 있었다.


지난주에는 노트북을 들고 스타벅스에 갔다.

한동안 글을 쓰지 않으니 마음이 불편했다. 애써 만든 글쓰기 근육이 녹아버릴까 걱정도 됐다. 누가 인정해 주든 안 해주든 나는 글 쓰는 사람인데, 하며 노트북을 열었다.

흰 화면을 띄워두고 쓰다 말다를 여러 번, 결국 1시간이 넘도록 남은 문장은 하나도 없었다. 어떤 문장은 남의 시선을 너무 의식하고 있어서 꼴 보기 싫었다. 어떤 문장은 그 자체로 거추장스러운 군더더기라 지워버렸다.


남의눈을 의식하며 살고 싶진 않은데, 글을 쓰면 저절로 눈치를 보게 된다. 혹시 내 글에 상처받는 사람이 있진 않을까, 은연중에 뽐내는 마음이 섞여들진 않았을까.

숨기고 싶어도 결국은 드러나고 마는 게 사람의 본성이라는 걸 아니까 더 겁이 난다. 나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마음이나 그보다 나쁜 어떤 심보가 들킬까 봐.

그렇다고 남들 시선을 의식하며 알맹이가 없는 글을 쓰기는 더 싫다. 알맹이도 없는 글을 쓰자고 없는 시간을 쪼개 이미 회사에서 집에서 혹사당하는 손목을 더 괴롭히고 싶진 않다. 차라리 그 시간에 운동을 하지.


소설을 써볼까, 싶기도 했다. 소설이라는 도구 뒤에 숨으면 글쓰기가 조금 편해질까.

몇 달을 새벽에 일어나 겨우 완성한 소설이 떠오른다. 그 짓을 또 하려고? 읽어줄 사람도 없어 폴더에 고이 잠든 소설을? 또? 무얼 위해서?



글을 쓰지 않을 이유가 이렇게나 많은데, 이 새벽에 일어나 왜 다시 쓰고 있는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어디에라도 쏟아내고 싶어서? 그게 전부는 아니다. 뭐라도 남기고 싶어서? 남길 수 있는 방법이 글만은 아닌 세상이다. 그럼 뭘까. 그냥 쓰고 싶어서?


무슨 글을 써야 할지, 언제까지 쓸 수 있을지 모르겠다.


부끄러운 마음.

이기적인 마음.

없어 보이는 마음.


그냥 가볍게, 각 잡지 않고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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