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처음은 어려운 거란다

첫 출근을 한 너에게

by 귤예지

첫 출근을 축하해! 그동안 고생 많았지?

얼마나 마음 졸이며 고군분투했을지 안 봐도 훤하구나.


오늘은 어땠어? 취업만 하면 마음이 가뿐해질 줄 알았는데 벌써부터 어깨가 무겁지? 하나같이 전문가처럼 보이는 선배들 앞에서 면접 때 보여준 패기는 어디론가 숨어버리고 괜히 주눅이 들었을 거야. 네게 집중된 관심과 너를 평가하는 시선에 부담을 느끼기도 했겠지. 실수라도 할까 봐 사소한 것 하나까지도 누군가에게 묻고 싶은데 모두 업무에 열중하고 있어서 타이밍을 엿보느라 움츠러든 하루였을 거야.


엄마가 일하는 부서에도 얼마 전 신입사원이 들어왔단다. 엄마 바로 옆자리인데, 하루에도 몇 번씩 엄마를 보는 시선이 느껴져. "무슨 일이에요?"하고 쳐다보면 미안해 죽겠다는 표정으로 이렇게 말하지.

"죄송하지만... 마지막으로 딱 하나만 더 여쭤봐도 될까요?"

들어보면 하나같이 기본적이고 뻔한 질문들이야. 하지만 돌이켜보면 신입시절 엄마 역시 한 번쯤 궁금해했던 것들이기도 하지. 질문에 답하며 직장인으로서의 엄마가 많이 자랐다는 걸 스스로 느낀단다.


처음 직장에 입사해 엄마가 맡은 업무는 연체 중인 기업들로부터 대출금을 상환받는 일이었어. 대표님들 중에는 네 외할아버지보다 연세가 많은 분도 계셨고, 백 명이 넘는 직원들을 데리고 계시는 분도 계셨지. 그런 대표님들을 만나는 일이 갓 대학을 졸업한 엄마에게는 큰 부담이었어. 엄마가 어려서 만만해 보이지는 않을까, 선배들이 맡았다면 받을 수 있는 대출금을 엄마의 능력 부족으로 못 돌려받고 있는 건 아닐까. 조금이라도 더 나이 들어 보이려고 앞머리를 기르고 채도가 낮은 옷을 골라 입기도 했지.


어느 날에는 엄마와 실랑이를 벌이던 대표님이 원하는 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자 언성을 높였어.

"됐고, 직급 높은 남자직원 나오라고 해요! 아가씨랑 얘기하기 싫으니까."

동료들과 고객들로 붐비는 사무실에서 졸지에 무능력한 '아가씨'가 되어버린 엄마는 대꾸할 말도 잊고 그대로 굳어버렸어. 잔뜩 주눅이 든 거야. 그때 대표님의 주문대로 직급 높은 남자선배가 나타나 이 업무의 담당자는 엄마뿐이고 엄마가 제시한 방법이 우리 회사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설명해주시는데 얼마나 감사했는지 몰라.


그랬던 엄마가 이제 누군가의 선배가 되었어. 신입사원의 질문에 답하고, 후배들이 궁지에 몰리면 대신 나설 수 있어야 하는 선배가.

고백하자면, 직급이 높아지면서 늘어가는 책임을 감당하는 건 신입 때 못지않게 어렵고 버거워. 이제는 주눅이 들어도 겉으로 드러내지 않을 뿐이지. 네가 오늘 만난 선배들도 비슷할 거야. 너 말고는 모두가 대단해 보였겠지만, 그들도 사실은 어제보다 나아지는 과정 중에 있단다.


오늘 너는 얼마간이 될지 모를 직장생활에서 겨우 첫걸음을 뗀 것뿐이야. 모든 처음은 어려운 거란다.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처음 책가방을 메고 등교하던 날도 쉽지는 않았을 거야. 친구들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똑같이 생긴 교실들 사이에서 어떻게 우리 반 내 자리를 찾아야 할지 막막했을걸? 하지만 어느새 학창시절을 다 보내고 어엿한 직장인이 되었잖니. 직장에서도 너는 금방 적응을 할 테고 네게 주어진 책임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거야.


직장은 학교와는 달라서 철저한 계산에 따라 움직이고 인간관계보다 이해관계를 중요시하는 사람들도 많지. 자신의 과거를 까맣게 잊고 아직 서투른 너를 질책하거나 사람들 앞에서 무안을 주는 사람도 있을 거야. 하지만 거기에 주눅 들어 네 자존감을 깎아내리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누군가 네게 "아니, 일을 그렇게밖에 못해요?"라고 말하더라도 자책하지 마. 대신 그 순간을 가슴에 잘 새겨둬. 선배가 되어 너와 같은 신입사원을 만났을 때 떠올릴 수 있게. 그러면 몇 년 후 적어도 너를 질책한 그 선배보다는 더 좋은 사람이 되어있을 거야.


학교는 너를 위해 공부하는 곳이지만, 직장은 네가 속한 조직 전체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곳이야. 너 스스로 업무 규정을 찾아보고 공부한 후에도 알 수 없는 문제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옆사람에게 물어봐도 괜찮다는 뜻이야. 많이 묻고 도움을 받아 네 몫을 감당하는 시간을 앞당기는 것이 결과적으로는 모두를 위하는 일이니까.

우리 부서 신입사원의 뒷자리에는 작년 이맘때 들어온 2년 차 사원이 있거든. 그 또한 처음 몇 달간은 옆자리 동료에게 수시로 답변을 구하던 프로질문러였단다. 지금 그 사원은 엄마와 함께 신입사원 전담 답변러로 활동 중이야. 불과 1년이 지났을 뿐인데 말이야.


엄마의 경험에 비추면 업무 역량에 영향을 주는 건 개인의 타고난 능력만은 아니더라. 때로는 심리상태나 의지가 능력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해. 그러니 사람들의 말에 휘둘리지 말고 묵묵히 네게 주어진 일을 하렴.

어쨌든 신입사원이 들어와서 엄마는 좋아. 아직 서툴지만 일을 나눠주니 퇴근시간도 빨라졌고. 엄마처럼, 그리고 우리 부서 2년 차 사원처럼, 그 또한 몇 달만 지나면 제 몫을 거뜬히 해내며 새로 들어올 후배들의 프로답변러가 되어줄 걸 알아. 너도 마찬가지고.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고비가 많을 거야. 인간관계나 업무실수 또는 버거운 과제로 잠 못 이루는 날도 있을 거고.

일과 개인의 삶을 완전히 분리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게 쉽지 않다는 걸 알아. 직장에서의 관계나 성취는 네가 그 안에서 보내는 시간만큼이나 네 삶에도 지대한 영향을 줄 거야.

하지만 모든 고비는 결국 지나간단다. 10년 이상 직장생활을 하며 엄마도 수없이 많은 문제를 맞닥뜨렸지만 신기하게도 모두 해결이 되더라고. 게다가 한 고비를 넘기면 경험치가 쌓여서 다음에 비슷한 고비를 맞이했을 때는 고비처럼 느껴지지도 않지.

성장의 출발점에 선 걸 다시 한번 축하해. 너 자신을 믿고 한 걸음씩 천천히 내디뎌보자.






I'm the type of person. If you ask me a question, and I don't know the answer,

I'm gonna tell you that I don't know.

But I bet you what, I know how to find the answer, and I will find the answer,

Is that fair enough?


저는 질문을 받았을 때, 모르면 모른다고 대답하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이것만은 장담합니다.

저는 답을 찾는 방법을 알고 그 답을 찾아낼 것입니다.

그럼 되는 것 아닙니까?


- 영화 '행복을 찾아서(pursuit of Happiness)' 대사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