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열두 시, 책을 덮으며

고독과 작은 빛

by 공책

늦여름 밤의 습기

8월 27일 토요일 밤, 서울 성수동 작업실, 창밖은 눅눅한 늦여름 밤이었다. 습도가 90%를 넘었다고 뉴스에서 말했었다. 에어컨을 켜자니 전기세가 아까웠고, 창문을 열자니 끈적한 공기가 폐 속을 짓눌렀다. 책상 위 스탠드에서 쏟아지는 노란 빛만이 고요한 어둠 속에서 나를 비추고 있었다. 책상 위에는 얇게 펴인 ‘만유인력’이 놓여 있었고, 책갈피는 178페이지에 꽂혀 있었다. 밤새도록 읽고 또 읽고 싶었지만, 눈꺼풀이 천근만근 무거워졌다. 책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낡은 종이 냄새와 에어컨에서 나오는 차가운 바람이 뒤섞여 이상한 감각을 불러일으켰다. 어쩌면 나는 책과 세상 사이의 간극을 채우려 애쓰는 작은 존재일 뿐이었지. ‘아, 정말 답답하다’ 혼잣말을 하며 책을 덮었다.


며칠 전, 친구와 통화하며 읽었던 책에 대해 이야기했었다. 친구는 내가 읽는 책들이 너무 어렵다고 투덜거렸었다. “너는 도대체 뭘 읽는 거야? 이해도 안 되고, 재미도 없으면 무슨 소용이야?” 친구의 말에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씁쓸하게 웃으며 통화를 끊었다. 그 후로 나는 친구의 말이 자꾸만 귓가에 맴돌았다. 내가 읽는 책들이 과연 옳은 선택일까? 나는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것을 읽고 있는 것일까? 답을 찾지 못한 채 나는 다시 ‘만유인력’을 펼쳤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도저히 집중할 수가 없었다. 머릿속은 복잡한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고, 눈은 책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책을 덮은 후, 나는 잠시 눈을 감았다. 어둠 속에서 나는 희미하게 들려오는 빗소리를 들었다. 빗소리는 누군가가 속삭이는 느낌이었다. “괜찮아. 너는 너의 길을 가면 돼.” 나는 빗소리에 위로받는 듯했다. 그리고 문득 독서 노트를 어디에 저장할지 고민하다가 구글 드라이브 활용법을 뒤늦게 알았다. 어쩌면 작은 빛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내 옆에 있었던 것일지도 몰랐다.





손으로 그린 그림

밤은 깊어지고, 작업실 안은 더욱 조용해졌다.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내 한 모금 마셨다. 차가운 맥주가 목을 타고 내려가면서 쌉쌀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나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어둠 속에서 건물들의 윤곽이 희미하게 보였다. 불빛은 희미하게 깜빡이며 나를 괴롭혔다. 책상 위에는 내가 그린 스케치가 널려 있었다. 그것들은 모두 ‘만유인력’을 읽고 떠오른 생각들을 그림으로 표현한 것들이었다. 하지만 그림들은 책 속의 장면과는 너무나 달랐다. 엉망진창이고, 어설프고, 투박했다. 나는 그림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어느 날, 나는 친구에게 그림을 보여주었다. 친구는 그림을 보고 웃음을 터뜨렸다. “이게 뭐야? 완전 엉망이네. 너 그림은 도대체 어떻게 배우려고 하는 거야?” 나는 친구의 말에 풀이 죽었다. 하지만 나는 그림을 포기할 수 없었다. 그림을 그리는 것은 나에게 하나의 즐거움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다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조금 더 신중하게, 조금 더 진지하게. 하지만 그림은 여전히 책 속의 장면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때 나는 미드저니 시작하기을 켜봤지만, 결국 손으로 그린 그림 쪽이 더 그 장면에 가까웠다.


나는 그림을 그리다 문득 엄마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아들아, 너는 왜 그렇게 굳은 얼굴을 하고 있니? 웃는 게 더 예쁘단다.” 나는 엄마의 목소리에 눈물을 흘렀다. 나는 엄마를 그리워하고 있었다. 엄마는 항상 나를 믿고 격려해 주셨다. 나는 엄마의 따뜻한 격려 덕분에 그림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할 수 있었다. 맥주 캔을 비워내며, 늦은 밤 작업실의 퀴퀴한 냄새를 맡으며 나는 다시 그림을 그렸다.





손으로 다시 쓴 글

시간은 멈추지 않고 흘러갔다. 밤은 깊어지고, 나는 점점 피곤해졌다. 하지만 나는 책을 덮을 수 없었다. 책은 나를 빨아들이는 블랙홀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책에서 벗어나고 싶었지만, 동시에 책에 더 깊이 빠지고 싶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새로운 생각들이 떠올랐다. 하지만 생각들은 너무나 복잡하고, 엉망진창이었다. 나는 생각들을 정리하고 싶었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책상 위에는 종이와 펜이 놓여 있었다. 나는 펜을 들고 생각들을 적기 시작했다.


나는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한다. 글을 쓰는 것은 나에게 하나의 치료제와 같기 때문이다. 글을 쓰면서 나는 내 마음속의 불안과 고통을 덜어낼 수 있다. 하지만 글을 쓰는 것은 쉽지 않다. 글을 쓰려면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나는 글을 쓰다 문득 작가의 고통이 느껴졌다. 작가는 글을 쓰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투자했을까? 작가는 글을 쓰면서 어떤 어려움을 겪었을까? 나는 작가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글을 쓰기 위해 노력했다. 그때 나는 글을 고치고 싶어서 클로드 AI 사용법을 찾아봤지만, 결국 나는 손으로 다시 썼다.


나는 글을 쓰고 또 썼다. 글은 점점 더 길어지고, 복잡해졌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나는 글을 쓰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책을 덮은 후, 나는 글을 쓰며 밤을 보냈다. 새벽이 밝아올 때까지 나는 글을 썼다. 창밖에서는 새들의 지저겻음이 들려왔다. 나는 새들의 노랫소리에 위로받는 듯했다. 나는 글을 멈추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옅은 안개가 도시를 뒤덮고 있었다. 나는 안개 속으로 사라지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사라지지 않았다. 나는 여전히 여기 있었다. 그리고 나는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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